
<칼잡이 오수정>. 에스비에스 제공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새로운 돌파구 찾은 <몰래카메라>와 감동적인 다큐 <정치에세이>에 박수
새로운 돌파구 찾은 <몰래카메라>와 감동적인 다큐 <정치에세이>에 박수
<칼잡이 오수정>(에스비에스)은 <내 이름은 김삼순>의 후예일까, <미녀는 괴로워>의 남자 버전일까. 말 많고 탈 많았던 <몰래 카메라>(문화방송)는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가는 걸까.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왼쪽)씨와 방송 작가 출신의 조진국(<고마워요, 소울메이트> 지은이)씨가 머리를 맞댔다. 또 지난 5일 방영한 문화방송의 <정치에세이-달콤쌉싸래한 인생>에 박수를 보냈다.
정석희 <칼잡이 오수정>은 <미녀는 괴로워>의 남자 버전 같은 면이 있다. 완벽한 남자로 변신한 고만수가 머슴처럼 구박받던 옛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조진국 머슴 근성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걸 보여주는 건 좀 약하다. 왕자가 됐지만, 수저가 없네 이러면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다거나 이런 식으로 머슴 근성을 보여주면 캐릭터도 살아나고 더 재미있을 텐데 설정에 비해 유머 코드가 부족하다.
오지호는 ‘남자 김아중’처럼 느껴져
정 엄정화한테만 동화 속 남자인 거지. 그런데 엄정화가 연기해서 덜 밉긴 한데 내용상 오수정이 너무 밉상이다. 좋은 수박 고른다고 마트 수박 다 깨놓고 도망가는 장면은 정말 얄밉지 않나.
조 주인공보다 유혜정이나 안선영, 성동일 등 감초역 하는 배우들이 잘해준다. 성동일이 전화받으면서 “여보~쎄요?” 하는데 넘어갔다.(웃음) 진짜 아무것도 아닌 대사인데 말맛으로 웃음을 주는 걸 보면서 정말 연기 잘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또 엄정화 동생 역도 참 잘하더라. 정 에스비에스는 무리 일으킨 연예인들이 컴백하는 데 천국 같은 곳인데 오지호는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잘생겼지만 백치미도 살짝 있고. 오히려 엄정화가 나이 때문인지 김선아 수준으로 확 망가지지 못해서 조금 밋밋한 편이다. 조 오지호는 남자 김아중 같다고 할까? 멀쩡하게 생겼는데 어딘가 모르게 빈틈이 있어 보여서 인간적으로 보인다. 정 오지호를 격려해주고 싶다. 스캔들 수렁에서 벗어나 다시 페이스를 찾는 거 같아서 좋다. 조 인디언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인트로가 재미있었다. 억지로 우겨넣지 않고 뒷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디테일도 좋았고. 그럼에도 한계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너무 도식적이랄까, 이렇게 가다 저렇게 되겠지 하는. 그래서 볼 때는 재밌지만 다음 회가 기다려지지는 않는다. 정 오수정은 정우탁한테 갔다가 흔들리고 육대순이 고만수를 꼬시겠지 하는…. 그래도 요새는 로맨스 드라마에 연상연하가 대세인데 오랜만에 동갑내기들이 알콩달콩하는 게 오히려 신선하더라. 조 하지만 삼순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요즘 드라마의 문제다. 제목만 봐도 비슷비슷하다. <칼잡이 오수정> <외과의사 봉달희> <오필승 봉순영> 등 너무 식상하지 않나. 근데 왜 제목이 칼잡이인가? 정 고만수가 변신한 ‘칼 고’를 잡는 거잖아. 조 (크게 웃으며) 그런가? 난 또 엄정화가 검도를 해서인가 했지. 어쨌든 재미있게 보긴 하는데 뭔가 예상을 뒤엎는 한칼이 있었으면 좋겠다. 신해철·박준형편, <몰카>의 수작 정 최근 2주 동안 <몰래 카메라>가 재미있었다. 가끔 의심을 받는 것처럼 짜고 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은데 문제는 주인공들이 몰카라는 걸 깨닫고도 연기하는 것 같은 상황이 자꾸 벌어지는 데 있었다. 유세윤이나 이혁재, 아이비의 경우 알면서 모른 척 한다는 논란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신해철, 박준형 편에서는 이런 혐의도 없었고 주인공들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 이런 식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게 <몰래 카메라>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 이경규가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코미디가 웃기면 되지 무슨 교훈을 찾냐고 말할 때 공감했는데 신해철, 박준형 편을 보면서 인간성 회복이랄까 정말 냉정하고 비인간적이라는 연예인 그룹에서 훈훈한 인간적 모습을 보여주니까 생각보다 좋더라. <안녕 프란체스카> 때 신해철과 같이 일하면서 그렇게 친해지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인간성 좋은 사람이면 그때 더 친하게 지내는 건데.(웃음)
정 <무한도전>에 가끔 자체 몰카가 등장하지 않나. 너무 괴롭히지 않으면서 인간적인 면을 끌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시청자에게는 감동을 주고 게스트의 좋은 점을 끌어낼 수 있는 걸 보여주면 좋을 거 같다.
조 신해철 편에서는 밴드들이 너무 어렵게 살고 우리 음악이 너무 다양하지 못하다, 이런 현실까지 떠올려지면서 짠하더라. 최근 <몰래 카메라>의 수작이었다. 지난 일요일 방영했던 <정치에세이-달콤쌉싸래한 인생>은 정말 오랜만에 본 괜찮은 다큐멘터리였다. 진짜 말로만 듣던 권력 무상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더라. 낡고 바랜 원고지를 바탕으로 깔면서 다큐적 사실성뿐 아니라 시적인 감성까지 담으려고 했고. 신선했다.
정 그런 거 보면 정치계나 연예계나 비슷한 것 같다. 연예인도 한번 몸 담그면 뺄 수가 없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이쪽 사람들은 손에 넣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걸 잘 모르는 거 같다. 왜 국회의원 끝나고 200만원 남았다는 것만 기억하나. 과연 그 사람들이 실패하거나 밀려나지 않았으면 지금의 겸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조 궁금한 건 어떤 사람들은 국회의원 한번 하고는 그 후광으로 평생 잘 먹고 잘 살지 않나. 여기 등장하는 고생하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됐을까? 정말 현역 정치인일 때 청렴해서 이렇게 남긴 게 없는 것일까.
정 주식투자와 비슷하지 않을까? 들어갈 때와 빠져나올 때를 알아야 하는데 제때에 손을 놓지 못하니까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 아닐까. 솔직히 이해 안 되는 게 한달에 100만원씩 정부에서 나오는데 그 돈 다른 데 쓰고 컨테이너에 사는 건 자신의 선택 아닌가.
‘정치인과 연예인’ 꿰뚫어 다뤄보길
조 그 사람한테는 그게 생명줄인 거다. 궁핍하더라도 그렇게 살아야 삶의 이유가 있는 거지. 정치에는 관심 없는 사람도 꽤 공감 가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생활, 글 쓰는 작업 같은 것도 반성이 되고.
정 권노갑이나 이철승, 최형우 등 거물급 인사들을 섭외하는 공을 들인 것도 대단했다. 정치인의 극과 극 같은 느낌도 들고.
조 최형우가 ‘무상합니다’ 부인에게 ‘사랑합니다’ 애써 말하는 걸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더라. 다른 말 다 필요 없이 이 작품의 메시지는 바로 이거였던 것 같다. 욕망에 취해서 살기보다는 정말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리고 배우 김부선의 출연 부분은 좀 튀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정치인과 연예인이라는 주제를 하나로 빼내서 다뤄보면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
정 가능할까? 과연?
정리 김은형 기자
■ 최고의 캐스팅
<정치에세이-달콤쌉싸래한 인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부럽지 않은 최고의 캐스팅?”(조진국)
“잊혀진 거물급 정치인들부터 노숙자가 된 사람들까지 찾아내 취재한 섭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정석희)
■ 최악의 드라마
<문희>
“<나쁜 여자, 착한 여자> <행복한 여자>와 함께 2007년 3대 막장 드라마 가운데 아직 끝나지 않은 작품. 얼마나 막나가는지 더 지켜봐야 하나.”(정석희)
“강수연이라는 대배우가 <여인천하>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는 어디로 간 걸까. 큰 배우의 큰 연기를 다시 보고 싶다.”(조진국)
조 주인공보다 유혜정이나 안선영, 성동일 등 감초역 하는 배우들이 잘해준다. 성동일이 전화받으면서 “여보~쎄요?” 하는데 넘어갔다.(웃음) 진짜 아무것도 아닌 대사인데 말맛으로 웃음을 주는 걸 보면서 정말 연기 잘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또 엄정화 동생 역도 참 잘하더라. 정 에스비에스는 무리 일으킨 연예인들이 컴백하는 데 천국 같은 곳인데 오지호는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잘생겼지만 백치미도 살짝 있고. 오히려 엄정화가 나이 때문인지 김선아 수준으로 확 망가지지 못해서 조금 밋밋한 편이다. 조 오지호는 남자 김아중 같다고 할까? 멀쩡하게 생겼는데 어딘가 모르게 빈틈이 있어 보여서 인간적으로 보인다. 정 오지호를 격려해주고 싶다. 스캔들 수렁에서 벗어나 다시 페이스를 찾는 거 같아서 좋다. 조 인디언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인트로가 재미있었다. 억지로 우겨넣지 않고 뒷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디테일도 좋았고. 그럼에도 한계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너무 도식적이랄까, 이렇게 가다 저렇게 되겠지 하는. 그래서 볼 때는 재밌지만 다음 회가 기다려지지는 않는다. 정 오수정은 정우탁한테 갔다가 흔들리고 육대순이 고만수를 꼬시겠지 하는…. 그래도 요새는 로맨스 드라마에 연상연하가 대세인데 오랜만에 동갑내기들이 알콩달콩하는 게 오히려 신선하더라. 조 하지만 삼순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요즘 드라마의 문제다. 제목만 봐도 비슷비슷하다. <칼잡이 오수정> <외과의사 봉달희> <오필승 봉순영> 등 너무 식상하지 않나. 근데 왜 제목이 칼잡이인가? 정 고만수가 변신한 ‘칼 고’를 잡는 거잖아. 조 (크게 웃으며) 그런가? 난 또 엄정화가 검도를 해서인가 했지. 어쨌든 재미있게 보긴 하는데 뭔가 예상을 뒤엎는 한칼이 있었으면 좋겠다. 신해철·박준형편, <몰카>의 수작 정 최근 2주 동안 <몰래 카메라>가 재미있었다. 가끔 의심을 받는 것처럼 짜고 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은데 문제는 주인공들이 몰카라는 걸 깨닫고도 연기하는 것 같은 상황이 자꾸 벌어지는 데 있었다. 유세윤이나 이혁재, 아이비의 경우 알면서 모른 척 한다는 논란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신해철, 박준형 편에서는 이런 혐의도 없었고 주인공들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 이런 식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게 <몰래 카메라>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MBC 제공

MBC 제공

너 어제 그거 봤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