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 엘제이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 엘제이, 그 ‘삐익’ 정신에 관하여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들은 둘로 나뉜다. 엘제이(LJ·이주연, 30)가 출연하는 프로와 그렇지 않은 프로들. 코미디티브이 <깊은 밤 초이스>, 올리브 <연애불변의 법칙>, 엠넷 <와이드 연예뉴스> 등 고정 출연뿐 아니라 심야에 채널을 돌리면 웬만한 토크쇼에는 그가 앉아 있다. “시청률이 안 나온다 싶으면 어김없이 호출”된다는 그는, 갈수록 세지고 독해지는 케이블 티브이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 ‘케이블 가이’로, “여자, 바람기, 첫키스, 첫경험, 이런 소재만 등장하면 꼭 불러서 나쁜 이미지,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게 엘제이가 말하는 근황이다. 노홍철 뺨치는 총알수다와 ‘자체편집 불가’의 솔직함, 거기에 ‘삐익’ 소리가 수시로 추임새를 넣어주는 ‘막장 토크’의 달인 엘제이를 만났다. (이하 인터뷰에 등장하는 비속어는 자체 편집됐습니다)
말가면 춤과 교포 영어 흉내의 대박
-안티가 많을 것 같다. =엄청 많다.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를 가시오가피라고 하고 <디워> 600만명 돌파 소식 전하면서 열라 재미없다고 말하는데 뭐, 당연하지. 부담은 없는데 같이 싸운다. 그게 재밌다. 김옥빈하고 일촌이라 드라마 떴을 때 미니홈피 들어가서 “너 요새 쫌 나가더라” 이렇게 썼더니 김옥빈 팬들이 내 홈피에 들어와서 “이 ‘삐익’아, 너 김옥빈하고 ‘삐익’했냐. 죽을래?” 난리가 난 거다. 내가 거기다가 일일이 댓글 달다가 한 놈이 하도 심하게 써놔서 “야, 이 ‘삐익’아 로그인하고 들어와, 한번 붙자” 썼더니 진짜 들어왔다. 그런데 초딩이더라. 어떻게 싸우나. 그렇게 넘어가는 거지. -<브라운 아이즈> <다이나믹 듀오> 등 뮤지션 매니저를 하다가 방송을 하게 된 계기는? =대전에서 예고를 나와 단국대 무용과에 들어갔다. 무용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란다. 아, 창피해. 서울에 와서는 가수를 하고 싶었다. 왜 댄스팀에서 몇 마디씩 하는 래퍼 있지 않나, 그런 거. 그런데 주변에서 개그맨 시험을 보라고 권해서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두 번 떨어지고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게 안 풀리다가 모 그룹 매니저를 소개받았는데 운전, 청소 같은 것만 시켜서 차라리 내가 매니저를 하고 말지, 이래서 대학 때부터 로드 매니저를 하게 된 거다. 워낙 말도 빠르고 흉내 같은 걸 잘 내니까 음반 녹음에 참가하기도 하고, 그래서 앨범 재킷에 이름을 쓰는데 다른 애들은 개코, 최자, 타이거 제이케이(JK) 이런 식으로 쓰니까 나도 뭔가 다른 이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LJ로 만든 거다. -그래서 방송은 어떻게 시작한 거냐고. =다이나믹 듀오 공연 때 말가면 쓰고 무대에 나와서 춤을 췄다. 본래는 알바를 썼는데 이 친구가 너무 힘드니까 ‘빵꾸’를 낸 거다. 그래서 ‘땜빵할려고’ 나가서 춤추고 넘어지고, 떨어지고 한마디로 ‘삐익’을 떤 게 대박이 났다. 다른 매니저들한테는 ‘가오’ 죽는다고 욕도 먹었는데, 암튼 도대체 그 말가면이 누구냐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터뷰도 하고, 또 다이나믹 듀오 1집 인트로에 느끼한 교포 영어 흉내를 애드리브로 했는데 앨범이 인기를 모으면서 방송국에서 진짜 교포인 줄 알고 섭외가 들어오기도 했다. 교포 엘제이, 말가면, 매니저 이주연 이런 게 엮이면서 방송국에서 흥미를 느낀 것 같다. -케이블에서 독한 말을 쏟아내니까 공중파 입성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간간이 출연을 하긴 했는데 공중파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한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내가 말한 게 모두 잘리고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만 남은 거다. 찜질방에 누워 있는데 마침 앞에 있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 ‘삐익’은 뭐냐, ‘삐이익’, 왜 나왔대?” 말하는데 쪽팔려서 일어날 수가 없더라. 다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도 몇주 고정으로 나온 적 있는데 숨 막히고 답답했다. 같은 소속사 연예인끼리 뭉쳐서 쟤 뭐야 하는 분위기도 싫고. 부르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계속 가도 상관없다. 내가 즐길 수 없는 걸 억지로 하기는 싫다.
어설픈 ‘삐익’ 아니라 진짜 ‘삐익’으로
-초반에는 짝퉁 노홍철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 않았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 지금 내가 막 나가는 건 솔직한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설정인 면도 있다. 홍철이는 착한 이미지 아닌가. 나는 첫 방송 때 대본도 없이 막 떠들었는데 거의 ‘삐익’ ‘삐비빅’소리만 나갔다. 포장이 전혀 안 된 거다. 그래서 차라리 나쁜 놈 전략으로 나가자고 생각했다. 어설픈 ‘삐익’이 아니라, 진짜 ‘삐익’이 되자 한 거다. <연애불변의 법칙>에서 나는 여자 입장에서 남자 출연자들을 욕하는데 그냥 ‘디스’(힙합에서 랩으로 상대방이나 폄하, 비하하는 것)를 즐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남들이 나를 욕할 수도 있는 거고.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전에 홍철이와 한국판 <잭 애스>(잭 애스와 친구들이 온갖 엽기적 실험을 하는 엠티브이 쇼)를 인터넷 방송으로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홍철이가 공중파로 가는 바람에 불발됐다. 기회되면 만들어 보고 싶다. 그리고 책벌레 범생이를 데려다가 옷차림부터 멘트까지 다 훈련시켜 완벽한 바람둥이로 개조시키는 리얼리티쇼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옛날에 자기를 찬 여자에게 접근시켜 멋지게 복수하는 거다. 동시에 여자들의 미묘하고 이중적인 심리를 보여주는 거지.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안티가 많을 것 같다. =엄청 많다.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를 가시오가피라고 하고 <디워> 600만명 돌파 소식 전하면서 열라 재미없다고 말하는데 뭐, 당연하지. 부담은 없는데 같이 싸운다. 그게 재밌다. 김옥빈하고 일촌이라 드라마 떴을 때 미니홈피 들어가서 “너 요새 쫌 나가더라” 이렇게 썼더니 김옥빈 팬들이 내 홈피에 들어와서 “이 ‘삐익’아, 너 김옥빈하고 ‘삐익’했냐. 죽을래?” 난리가 난 거다. 내가 거기다가 일일이 댓글 달다가 한 놈이 하도 심하게 써놔서 “야, 이 ‘삐익’아 로그인하고 들어와, 한번 붙자” 썼더니 진짜 들어왔다. 그런데 초딩이더라. 어떻게 싸우나. 그렇게 넘어가는 거지. -<브라운 아이즈> <다이나믹 듀오> 등 뮤지션 매니저를 하다가 방송을 하게 된 계기는? =대전에서 예고를 나와 단국대 무용과에 들어갔다. 무용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란다. 아, 창피해. 서울에 와서는 가수를 하고 싶었다. 왜 댄스팀에서 몇 마디씩 하는 래퍼 있지 않나, 그런 거. 그런데 주변에서 개그맨 시험을 보라고 권해서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두 번 떨어지고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게 안 풀리다가 모 그룹 매니저를 소개받았는데 운전, 청소 같은 것만 시켜서 차라리 내가 매니저를 하고 말지, 이래서 대학 때부터 로드 매니저를 하게 된 거다. 워낙 말도 빠르고 흉내 같은 걸 잘 내니까 음반 녹음에 참가하기도 하고, 그래서 앨범 재킷에 이름을 쓰는데 다른 애들은 개코, 최자, 타이거 제이케이(JK) 이런 식으로 쓰니까 나도 뭔가 다른 이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LJ로 만든 거다. -그래서 방송은 어떻게 시작한 거냐고. =다이나믹 듀오 공연 때 말가면 쓰고 무대에 나와서 춤을 췄다. 본래는 알바를 썼는데 이 친구가 너무 힘드니까 ‘빵꾸’를 낸 거다. 그래서 ‘땜빵할려고’ 나가서 춤추고 넘어지고, 떨어지고 한마디로 ‘삐익’을 떤 게 대박이 났다. 다른 매니저들한테는 ‘가오’ 죽는다고 욕도 먹었는데, 암튼 도대체 그 말가면이 누구냐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터뷰도 하고, 또 다이나믹 듀오 1집 인트로에 느끼한 교포 영어 흉내를 애드리브로 했는데 앨범이 인기를 모으면서 방송국에서 진짜 교포인 줄 알고 섭외가 들어오기도 했다. 교포 엘제이, 말가면, 매니저 이주연 이런 게 엮이면서 방송국에서 흥미를 느낀 것 같다. -케이블에서 독한 말을 쏟아내니까 공중파 입성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간간이 출연을 하긴 했는데 공중파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한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내가 말한 게 모두 잘리고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만 남은 거다. 찜질방에 누워 있는데 마침 앞에 있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 ‘삐익’은 뭐냐, ‘삐이익’, 왜 나왔대?” 말하는데 쪽팔려서 일어날 수가 없더라. 다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도 몇주 고정으로 나온 적 있는데 숨 막히고 답답했다. 같은 소속사 연예인끼리 뭉쳐서 쟤 뭐야 하는 분위기도 싫고. 부르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계속 가도 상관없다. 내가 즐길 수 없는 걸 억지로 하기는 싫다.

연애와 성에 관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거침없는 솔직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엘제이. 사진은 <깊은 밤 초이스 2.0> 사진 코미디티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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