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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반찬을 지르다

등록 2007-10-31 23:35수정 2007-11-02 17:55

국·반찬을 지르다
국·반찬을 지르다
[매거진 Esc] 배달의 기수
아침에 사 먹는 삼각깁밥에 질렸다. 함께 사는 여동생도 아침 거르고 다닌 지 오래된 눈치. 그러나 장보기는 귀찮다. 국·반찬 배달업체는 미혼들의 이런 귀차니즘을 먹고 큰다. ‘더 푸드’ 인터넷 누리집에 들어갔다. 전화 한 통이면 될 줄 알았다. 의외로 주문에서 배달까지 드는 시간이 꽤 길다. 월회원 식단과 1회용 상품 중에서 1회용 성인 슬림형 식단을 고르고 1만9천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식단은 화려했다. 열무 된장국, 황기우 사태찜, 훈제연어 샐러드, 쑥갓나물, 콩나물 무침. 월·수·금 중에 날짜를 택하면 된다. 배달시간은 아침 6시였다. 일부러 자명종을 껴안고 잤는데도 휴대전화는 울리지 않았다. 8시에 현관을 열었다. 아이스박스가 놓여있다.

모든 음식은 비닐 포장 상태였다. 누리집에는 ‘평균 성인 2인기준 이틀 분량’이라고 돼 있다. 과연 양이 많았다. 냉장 포장된 음식임을 생각한다면,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열무 된장국 맛은 좀 텁텁했다. 쑥갓나물과 콩나물 무침은 양념이 담백하고 재료가 신선했다. 다만 주찬인 황기우 사태찜과 훈제연어 샐러드는 이틀 동안 먹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국·반찬 배달음식 시장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주된 손님은 신혼부부와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노인부부라고 더 푸드는 밝혔다. 결혼한 자식들이 부모님을 위해 월 단위로 장기배달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다른 주요 고객은 지방에서 서울에 유학 온 대학생들. 고향에 있는 부모가 애면글면 기른 자식들을 위해 신청한다. 더 푸드는 “1회용 상품보다 월회원 식단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대학이 방학하고 직장인들이 휴가 가는 여름에는 매출이 뚝 떨어진다. 그러다 날이 쌀쌀해져서 ‘귀차니스트’들이 방에 틀어박히는 겨울에 다시 매출이 오른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황기우 사태찜을 우적우적 씹으며 나는 우렁각시를 떠올렸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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