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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창해봐, 야매는 위대하다!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Q 첫 외국여행인데 영어도 못하고 돈도 없어 심히 불안합니다
제대하고 2학기에 복학하는 20대 중반입니다. 복학 전 뭘 할까 고민하다 강조하셨던 여행을 몇 개월 다녀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태어나서 한 번도 외국 가본 적 없고, 그렇다고 영어 잘하는 것도 아닌데다 예산도 부족해 무척 불안하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목적지 정하는 것도 망설여져서 여러 사람 조언 들어봤는데 미국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 유럽 등등 다들 자신이 가본 곳만 추천하는데다 그 이유도 제각각이어서 결정을 못 내리고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상관없을까요? 그리고 혹시 여행하다 돈이 떨어지면 현지에서 돈 버는 방법 있을까요? 그리고 추천할 만한 여행지는 없으십니까? 참고로 전 공돌이라서 특별히 미술관 중심 일정이라든가 하는 건 필요 없어요. 그저 이것저것 최대한 폭넓게 경험할 수 있으면 어디든 상관없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0. 내 언제 한 번은 이런 질문 올 줄 알았다. 다만 질문이 두루뭉술하니 답변도 일반론일 수밖에 없단 거, 다소 아까비.
1. 영어 문제. 영어가 모국어, 공용어인 인구, 전세계 10퍼센트 안 된다. 중학 실력이면 밥 안 굶고 세계 도는 데 하등 지장 없다. 고등학교 단어면 길 위 인연과 눈맞아 연애소설 한 편 쓰고, 이라크 침공한 미국 안주 삼아 국제정치 논한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동네 아줌마 붙들고 우쥬 플리즈 어쩌고 문장 만들어봐야 말짱 헛짓이다. 차라리 감정 실린 우리말로 아줌마 배고파요, 라며 밥 먹는 시늉하는 게 훨씬 효과적 소통법. 닭고기 먹고 싶다, 양팔 파닥거리고 꼬꼬댁 소리 내며 닭고기! 외쳐봐. 백발백중이지. 오륀지? 웃기고 있다. 일개 국가의 특정 지역 영어 발음이 어찌 세계 표준인가. 미국이 곧 세계요 영어가 신분 상징인 줄 아는 변방 슈산보이(구두닦이)의 열등감 소산. 이 도착적 영어물신 숭배, 질병이다. 충분히 다녀보면 안다. 멀쩡히 그 나라 언어와 통화 있는데 당연한 듯 영어와 달러 들이미는 거, 조또 무례한 짓이란 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중학영어와 보편상식이면 어디든 간다.
2. 여행경비. 일단 복창. ‘야매’는 위대하다. 다만 본인도 이런 거 해본 지 십 년 넘었으니 참고만 하시라. 먼저 떠나기 전. 본인이 써먹던 수법. 여행사 찾아가 당신들 설명회 때 활용할 배낭여행자 위한 숙소·교통·환전 따위 기본정보 영상물 있나. 없지. 그럼 날 써라. 항공 티켓 한 장이면 찍어다 준다. 직원 써봐. 월급 줘야지 출장비 줘야지 업무공백 생기지. 티켓 한 장이면 저렴한 거지. 뭐 그런 사발. 또는 단체 여행객 일정 내내 인솔해주고 귀국 항공편에 태운 후 현지에 남는 걸로 사전 계약하고 투어컨덕터 하기. 그리고 차터항공(비정규 전세기) 같은 거 구해 가고 싶은 곳으로 뜨는 거지. 현지선 숙소 주변이 비비기 좋다. 예를 들어 호객에 혈안된 삐끼 넘치는 로마 테르미니역. 사기당할까봐 쭈뼛거리는 동양인들, 내가 설득할 테니 공짜숙박 시켜주라. 뭐 그런 수작. 숙박 후 주인장과 다이다이 네고도 때론 가능. 역에 나가 손님 유인하리니 잠 좀 재워줘. 청소하겠다면 재워주는 유스호스텔도 가끔 있고. 능숙해지면 손님 두당 커미션 거래도 틀 수 있다. 본인도 프라하서 영국 출신 삐끼와 몇 주간 동업했다. 고스톱 가르쳐 가며. 한국 단체 관광객들 많이 오는 현지 상점서 임시 통역점원 제안도 통할 때 있고. 한글 안내문 작성으로 푼돈 벌기도 하고. 환율 불안정한 곳에선 암달라상도 짭짤하나 이건 여행연차가 꽤 있어야. 원칙, 심플하다. 여행자 상대하는 업자들, 거꾸로 상대하기. 협상언어란 거, 별 게 없다. 게스트, 프리, 커미션 정도면 대충 다 통한다. 사람 사는 거 어디나, 똑같다.
3. 몇 달 최대한 돌고픈 초보다. 그럼 유럽 찍고 터키·이집트·이스라엘 정도로 튀면 괜찮을 듯. 여행자 편의시설 완비된 유럽이 초보엔 적격이고 좀 익숙해지면 현지서 버짓티켓(할인티켓) 구해 다른 대륙으로 월경. 대도시야 알아서 하고 본인 취향 몇 군데만 추천하자. 폴란드 크라코프. 유럽 최대 중세광장에서 저녁 무렵 어슬렁거리며 포장마차 꼬치에 맥주 한 잔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우슈비츠가 지척이다. 수용소 들머리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 간판이라도 찜하고 오시라.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 알프스와 호수의 비빔밥. 작은 마을들과 버무려진 절경. 특히 할슈타트, 죽음이다. 입 다물기 힘들다. 이스라엘 예리코. 유대인과 아랍인이 조장하는 전지구적 긴장의 원형을 목격할 수 있다. 다만 폭격과 납치 주의. 쩝. 요즘은 여행 제한지역이던가. 터키 카파토키아. 지구상에서 가장 비지구적 풍치. 어느 정도냐. 조지 루카스가 여기 왔다 스타워즈 찍었다. 젤베 계곡서. 아나킨, 고향 되겠다.
덧붙임 - 충고. 길 위의 인연은 길 위에서 끝나는 게, 가장, 온전하다. 챠오.
김어준 방송인
2. 여행경비. 일단 복창. ‘야매’는 위대하다. 다만 본인도 이런 거 해본 지 십 년 넘었으니 참고만 하시라. 먼저 떠나기 전. 본인이 써먹던 수법. 여행사 찾아가 당신들 설명회 때 활용할 배낭여행자 위한 숙소·교통·환전 따위 기본정보 영상물 있나. 없지. 그럼 날 써라. 항공 티켓 한 장이면 찍어다 준다. 직원 써봐. 월급 줘야지 출장비 줘야지 업무공백 생기지. 티켓 한 장이면 저렴한 거지. 뭐 그런 사발. 또는 단체 여행객 일정 내내 인솔해주고 귀국 항공편에 태운 후 현지에 남는 걸로 사전 계약하고 투어컨덕터 하기. 그리고 차터항공(비정규 전세기) 같은 거 구해 가고 싶은 곳으로 뜨는 거지. 현지선 숙소 주변이 비비기 좋다. 예를 들어 호객에 혈안된 삐끼 넘치는 로마 테르미니역. 사기당할까봐 쭈뼛거리는 동양인들, 내가 설득할 테니 공짜숙박 시켜주라. 뭐 그런 수작. 숙박 후 주인장과 다이다이 네고도 때론 가능. 역에 나가 손님 유인하리니 잠 좀 재워줘. 청소하겠다면 재워주는 유스호스텔도 가끔 있고. 능숙해지면 손님 두당 커미션 거래도 틀 수 있다. 본인도 프라하서 영국 출신 삐끼와 몇 주간 동업했다. 고스톱 가르쳐 가며. 한국 단체 관광객들 많이 오는 현지 상점서 임시 통역점원 제안도 통할 때 있고. 한글 안내문 작성으로 푼돈 벌기도 하고. 환율 불안정한 곳에선 암달라상도 짭짤하나 이건 여행연차가 꽤 있어야. 원칙, 심플하다. 여행자 상대하는 업자들, 거꾸로 상대하기. 협상언어란 거, 별 게 없다. 게스트, 프리, 커미션 정도면 대충 다 통한다. 사람 사는 거 어디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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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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