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복창해봐, 야매는 위대하다!

등록 2008-03-19 19:18수정 2008-03-23 13:26

복창해봐, 야매는 위대하다!
복창해봐, 야매는 위대하다!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Q 첫 외국여행인데 영어도 못하고 돈도 없어 심히 불안합니다

제대하고 2학기에 복학하는 20대 중반입니다. 복학 전 뭘 할까 고민하다 강조하셨던 여행을 몇 개월 다녀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태어나서 한 번도 외국 가본 적 없고, 그렇다고 영어 잘하는 것도 아닌데다 예산도 부족해 무척 불안하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목적지 정하는 것도 망설여져서 여러 사람 조언 들어봤는데 미국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 유럽 등등 다들 자신이 가본 곳만 추천하는데다 그 이유도 제각각이어서 결정을 못 내리고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상관없을까요? 그리고 혹시 여행하다 돈이 떨어지면 현지에서 돈 버는 방법 있을까요? 그리고 추천할 만한 여행지는 없으십니까? 참고로 전 공돌이라서 특별히 미술관 중심 일정이라든가 하는 건 필요 없어요. 그저 이것저것 최대한 폭넓게 경험할 수 있으면 어디든 상관없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0. 내 언제 한 번은 이런 질문 올 줄 알았다. 다만 질문이 두루뭉술하니 답변도 일반론일 수밖에 없단 거, 다소 아까비.

1. 영어 문제. 영어가 모국어, 공용어인 인구, 전세계 10퍼센트 안 된다. 중학 실력이면 밥 안 굶고 세계 도는 데 하등 지장 없다. 고등학교 단어면 길 위 인연과 눈맞아 연애소설 한 편 쓰고, 이라크 침공한 미국 안주 삼아 국제정치 논한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동네 아줌마 붙들고 우쥬 플리즈 어쩌고 문장 만들어봐야 말짱 헛짓이다. 차라리 감정 실린 우리말로 아줌마 배고파요, 라며 밥 먹는 시늉하는 게 훨씬 효과적 소통법. 닭고기 먹고 싶다, 양팔 파닥거리고 꼬꼬댁 소리 내며 닭고기! 외쳐봐. 백발백중이지. 오륀지? 웃기고 있다. 일개 국가의 특정 지역 영어 발음이 어찌 세계 표준인가. 미국이 곧 세계요 영어가 신분 상징인 줄 아는 변방 슈산보이(구두닦이)의 열등감 소산. 이 도착적 영어물신 숭배, 질병이다. 충분히 다녀보면 안다. 멀쩡히 그 나라 언어와 통화 있는데 당연한 듯 영어와 달러 들이미는 거, 조또 무례한 짓이란 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중학영어와 보편상식이면 어디든 간다.


2. 여행경비. 일단 복창. ‘야매’는 위대하다. 다만 본인도 이런 거 해본 지 십 년 넘었으니 참고만 하시라. 먼저 떠나기 전. 본인이 써먹던 수법. 여행사 찾아가 당신들 설명회 때 활용할 배낭여행자 위한 숙소·교통·환전 따위 기본정보 영상물 있나. 없지. 그럼 날 써라. 항공 티켓 한 장이면 찍어다 준다. 직원 써봐. 월급 줘야지 출장비 줘야지 업무공백 생기지. 티켓 한 장이면 저렴한 거지. 뭐 그런 사발. 또는 단체 여행객 일정 내내 인솔해주고 귀국 항공편에 태운 후 현지에 남는 걸로 사전 계약하고 투어컨덕터 하기. 그리고 차터항공(비정규 전세기) 같은 거 구해 가고 싶은 곳으로 뜨는 거지.

현지선 숙소 주변이 비비기 좋다. 예를 들어 호객에 혈안된 삐끼 넘치는 로마 테르미니역. 사기당할까봐 쭈뼛거리는 동양인들, 내가 설득할 테니 공짜숙박 시켜주라. 뭐 그런 수작. 숙박 후 주인장과 다이다이 네고도 때론 가능. 역에 나가 손님 유인하리니 잠 좀 재워줘. 청소하겠다면 재워주는 유스호스텔도 가끔 있고. 능숙해지면 손님 두당 커미션 거래도 틀 수 있다. 본인도 프라하서 영국 출신 삐끼와 몇 주간 동업했다. 고스톱 가르쳐 가며. 한국 단체 관광객들 많이 오는 현지 상점서 임시 통역점원 제안도 통할 때 있고. 한글 안내문 작성으로 푼돈 벌기도 하고. 환율 불안정한 곳에선 암달라상도 짭짤하나 이건 여행연차가 꽤 있어야. 원칙, 심플하다. 여행자 상대하는 업자들, 거꾸로 상대하기. 협상언어란 거, 별 게 없다. 게스트, 프리, 커미션 정도면 대충 다 통한다. 사람 사는 거 어디나, 똑같다.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3. 몇 달 최대한 돌고픈 초보다. 그럼 유럽 찍고 터키·이집트·이스라엘 정도로 튀면 괜찮을 듯. 여행자 편의시설 완비된 유럽이 초보엔 적격이고 좀 익숙해지면 현지서 버짓티켓(할인티켓) 구해 다른 대륙으로 월경. 대도시야 알아서 하고 본인 취향 몇 군데만 추천하자. 폴란드 크라코프. 유럽 최대 중세광장에서 저녁 무렵 어슬렁거리며 포장마차 꼬치에 맥주 한 잔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우슈비츠가 지척이다. 수용소 들머리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 간판이라도 찜하고 오시라.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 알프스와 호수의 비빔밥. 작은 마을들과 버무려진 절경. 특히 할슈타트, 죽음이다. 입 다물기 힘들다. 이스라엘 예리코. 유대인과 아랍인이 조장하는 전지구적 긴장의 원형을 목격할 수 있다. 다만 폭격과 납치 주의. 쩝. 요즘은 여행 제한지역이던가. 터키 카파토키아. 지구상에서 가장 비지구적 풍치. 어느 정도냐. 조지 루카스가 여기 왔다 스타워즈 찍었다. 젤베 계곡서. 아나킨, 고향 되겠다.

덧붙임 - 충고. 길 위의 인연은 길 위에서 끝나는 게, 가장, 온전하다. 챠오.

김어준 방송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