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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지점 내려는데 복잡해요

등록 2008-04-02 22:07수정 2008-04-06 16:40

네팔은 36개 부족으로 이뤄져 음식 문화도 다양하다. 구룽 사장이 속한 구룽족은 술과 고기를 즐긴다.
네팔은 36개 부족으로 이뤄져 음식 문화도 다양하다. 구룽 사장이 속한 구룽족은 술과 고기를 즐긴다.
[매거진 Esc] 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⑤
투자금 유치와 신원보증 등 한국에서 사업하며 뚫어야 할 난관들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네팔 서민들의 음식도 있습니다. 네팔 산악지역에는 쌀이 부족해서 옥수수도 많이 먹습니다. 옥수수를 간식으로 먹을 땐 그냥 볶아서 먹습니다. 그러나 밥으로 먹을 땐 곱게 가루를 내어 먹습니다. 옥수수를 빻아 가루로 만들어 끓인 물에 넣습니다. 그리고 막대로 계속 저으면 한국의 떡처럼 알맞게 반죽이 됩니다. 이 음식을 ‘데도’라고 부릅니다.

네팔 토속주 ‘챵’과 ‘통바’에 관하여

네팔에도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말린 김치’같은 게 있는 걸 아시나요? ‘군드루크’라고 부릅니다. 한국 김치에는 고추와 소금이 다 들어갑니다만, 군드루크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습니다. 배추나 야채를 물로 깨끗이 씻은 뒤 말립니다. 그렇게 말린 야채를 항아리에 밀봉해서 차곡차곡 재워둡니다. 그러고 나서 추운 겨울 데운 음식을 만들 때 조금씩 넣어 먹습니다.

인도 전통 차는 ‘짜이’입니다. 여러 가지 향신료와 홍찻잎, 물과 우유를 넣어 끓여 만듭니다. 네팔에서는 이와 거의 똑같은 차를 ‘찌아’라고 부릅니다. 맛도 만드는 방법도 짜이와 똑같습니다. 이름만 조금 다릅니다.


술 얘기를 빠뜨릴 수 없겠죠? 지난번에 네팔의 30여 부족들은 크게 몽골계와 아리안계로 나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힌두교를 믿는 아리안계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몽골계 부족은 술과 고기를 즐깁니다. 제가 속한 구룽족은 몽골계입니다. 당연히 술을 즐겨 마십니다. 대충 전체 부족 가운데 절반 정도가 술을 마시는 몽골계입니다.

네팔 토속주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챵’(Chayang)이 있습니다. 쌀이나 밀로 만든 토속주입니다. 한국의 쌀막걸리와 비슷합니다.

챵보다 더 특이한 술로 ‘통바’(Tongba)가 있습니다. 이건 ‘꼬도’라는 네팔 특유의 콩과 식물 열매로 만듭니다. 저희 레스토랑에서 이 두 술을 모두 팝니다만, 통바는 쉽게 마시기 어렵습니다. 원료인 꼬도를 한국에서 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꼬도를 네팔에서 수입하면 되지만 농산물인 탓에 검역을 통과하기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네팔 친구가 꼬도 씨를 한국 화분에서 길러봤는데 실패했다더군요. 나무는 네팔에서보다 쑥쑥 잘 크는데 열매가 안 맺더랍니다. 기후와 토양이 안 맞았던 모양입니다.

통바는 마시는 방식도 특이합니다. 마치 차를 우려내 마시는 것처럼, 나무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린 다음 빨대로 마십니다. 술을 ‘우려서 마신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과정은 이렇습니다. 꼬도를 씻어 서너 달 숙성시키면 적당히 발효됩니다. 이렇게 숙성시킨 꼬도 덩어리를 나무잔에 넣고,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술이 우러나는 것’입니다. 독특하죠? 맛과 방식이 독특한 통바는 주로 제가 태어난 답 레중 등 네팔 동북부에서 즐깁니다. 반면 챵은 네팔 전국에서 즐기는 좀더 대중적인 술입니다. 둘 다 한국의 막걸리보다는 도수가 높습니다. 네팔에서는 챵을 판매할 때 숙성기간별로 표시합니다. 도수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기 때문이죠.

인도·네팔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들 덕분에 장사가 잘돼 영등포에 지점을 내려고 하는데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저처럼 1년마다 비자를 갱신받는 외국인이 레스토랑을 열려면 외국에서 투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쉽게 말해 이곳 동대문의 레스토랑에서 번 돈을 다시 한국에 투자할 수 없고, 반드시 다시 외국에서 돈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외화유치 최대 유도”라는 법률 취지


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⑤
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⑤
관계당국에서 요리사 고용허가를 얻어 내는 것도 만만찮은 일입니다. 요리사를 추가로 고용하려면 제가 그들의 신원보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관계당국에서는 저 역시 비자를 갱신하는 입장이라 신원보증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더군요. 나중에 이런 법률의 취지에 대해 이해하게 됐지만, 어쨌든 사업하는 처지에선 헤쳐가야 할 일입니다.

(* 이에 대해 법무부 체류정책과는 “5년 이상 체류 외국인은 영주권 심사를 받아 영주권을 획득하면 투자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또 한국인과의 공동투자도 허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룽 사장처럼,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 ‘외화유치를 최대한 유도한다’는 법률 취지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구룽 네팔식 레스토랑 ‘에베레스트’ 대표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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