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밀대를 찾은 손님들이 냉면을 먹는 모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평양냉면 마니아들은 식초·겨자 치지 않고 면도 가위로 안 잘라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란 노래가 있지만, 평양냉면을 ‘잘 먹는 법’은 존재한다. 우래옥의 김지억(75)전무와 을밀대의 윤민정(42)부장이 평양 냉면을 제대로 즐기는 요령을 귀띔했다.
● 식초·겨자는 꼭 쳐야 하나? : 결론부터 말하면, 평양냉면을 처음 즐기는 사람은 식초·겨자를 쳐서 먹는 게 좋고 육수의 순수한 맛을 즐기려는 ‘고수’라면 그냥 먹어도 된다. 식초를 치면 고기 누린내를 죽일 수 있어 육수의 시원한 맛이 더해진다. 메밀은 한방에서 ‘냉한 음식’에 해당하므로 겨자를 쳐서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우래옥 김지억 전무는 설명했다. 식초·겨자의 양은 적당히 입맛대로 맞춘다. 일부 ‘평양냉면 마니아’들은 육수의 순수한 맛을 즐기고자 식초·겨자를 치지 않는다.
● 면을 가위로 잘라서 먹나? : 가위로 자르지 않고 그냥 먹는 게 진짜배기다. 대접을 손에 든 상태에서 입에 면을 물고 “후룩후룩”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국물을 ‘쭉쭉’ 빨아먹어야 제 맛. 예전에는 평양냉면 끊지 않고 먹는 내기도 있었다고 김 전무는 회상했다.
● 삶은 달걀은 나중에 먹는 것인가? : 삶은 달걀은 혀를 다스려 입안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냉면 육수의 참맛을 맛보기 전에 먹는 것이라고 윤민정 부장은 설명했다. 단 논란이 있다. ‘정통’을 표방하는 평양냉면집 가운데서도 어떤 곳은 삶은 달걀을 주지만, 다른 곳은 지단으로만 고명을 얹는다. 어떤 미식가는 삶은 달걀이 올라간 평양냉면은 진짜가 아니라는 ‘정통성 논란’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윤민정 부장은 “을밀대를 만드셨던 할아버지 얘기를 들어보면, 평양에 평양냉면집이 여러 군데 있었고 가풍에 따라 삶은 달걀을 주는 곳도,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며 “서울 평양냉면집의 차이도 이런 가풍을 잇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은 달걀을 올리는 게 정통성이다 아니다 이런 건 아니고 가풍의 차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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