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원더걸스도 ‘소 핫’으로 다시 바람몰이
아이돌 스타의 시대 10년을 짚어보다 지난해 ‘에치오티’(HOT)결성 10주년, 올해로 신화 결성 10주년, 대한민국의 소녀들을 울고 웃게 했던 아이돌 스타의 시대도 강산을 한 번 바꿀 만큼의 역사를 가지게 됐다. 이제 아이돌 스타는 10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30대 골드미스도, 40대 가장도 아이돌 스타에 쑥스럼없이 환호한다. 강산이 바뀌듯이 아이돌 스타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최근 ‘소 핫’으로 다시 한번 바람몰이를 시작한 원더걸스와 아이돌 스타의 개념까지 바꾸고 있는 빅뱅에 열광하는 〈매거진 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아이돌 시대 10년을 짚어 봤다. 백은하 한동안 주말 가요 프로그램이 조금 심심하더니 다시 재미있어지고 있다. 원더걸스의 ‘소 핫’ 뮤직비디오가 등장하고, 빅뱅의 태양이 솔로 데뷔곡을 내면서 지난주에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에 이들이 다시 1, 2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아, 드디어 돌아오는구나! 마음이 훈훈해지더라.(웃음) 차우진 게다가 앤디와 김동완, 전진 등 신화의 멤버들까지 솔로 앨범 활동을 하니까 음악 프로그램에는 아이돌 역사가 압축돼 보여지는 느낌도 있다. 서로 다른 세대의 아이돌을 같은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재밌다. 소비의 최전선에 선 여성 직장인들
백 나도 태양이를 좋아하지만 빅뱅 같은 아이돌 스타들은 옛날 같으면 또래나 더 어린 팬들에게 소구했을 텐데 지금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여성들까지 열광한다. <매거진t>에서 만화가 루나가 분석을 해놓은 것처럼 한때 ‘팬질’도 해봤고 지금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여유를 갖게 된 군단이 이들에게 흠뻑 빠져 있다. 한 손에는 김동률과 유희열 음반을, 한 손에는 빅뱅 음반을 사 드는 거지.
차 특히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이런 소비의 최전선에 있다. 음반만 사는 게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도 받고 영화도 뮤지컬도 열심히 보러 가지 않나. 영화만 봐도 남자들은 블록버스터나 보는 게 대부분이지만 블록버스터와 인디 영화를 다 찾아보는 건 여성들이다.
백 그러니까 원더걸스보다 빅뱅이 돈이 되는 거지.(웃음) 빅뱅의 라이벌을 표방하고 나온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샤이니의 노래는 제목이 ‘누난 너무 예뻐’다. 90년, 91년생이 주축인 남성 아이돌 그룹인데 타깃층을 정확하게 누나로 잡은 거다. 에치오티가 ‘위 아 더 퓨처’를 부르면서 또래들의 전사로 등극했던 것과 대조된다. 과거에는 아이돌이 10대만의 문화로 받아들여졌다면 이제 이들의 영향력은 미디어 전체를 관통한다. 그리고 지금 그 중심에는 빅뱅이 있다. 작년 이맘때 빅뱅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만큼 파급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외모만 봐도 꽃미남 그룹은 아니었으니까.
차 빅뱅의 출발은 오히려 마니아들을 겨냥한 것처럼 보였다. 공연 중심으로 활동하고 버라이어티에 등장한 것도 아주 최근 일이니까. 가요 프로그램 출연에 사활을 걸었던 아이돌 스타들과 달리 이들은 공연하느라 방송 출연도 많이 안 했다.
백 아이돌로 분류되지만 어필하는 방식이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아이돌이면서도 뮤지션으로서 강력하게 어필한 건 빅뱅이 처음이다. 이전의 아이돌 그룹이 노래 한두 곡 작사하거나 작곡하는 걸로 뮤지션이라는 걸 주장하고 싶어 했던 반면 얘네들은 각자가 다 독립된 뮤지션 구실을 한다. 또 막연히 예쁜 애, 몸 좋은 애 식의 구분이 아니라 멤버들 각각이 뚜렷한 퍼스낼러티를 가지고 있다.
차 이전에 아이돌이 공격받았던 가장 큰 이유가 기획사가 막연히 연예인 하고 싶어 하는 애들을 발굴해서 대량 생산하는 가공품처럼 그룹을 찍어내 음악적 진정성이 없다는 거였는데, 빅뱅은 음악도, 공연하는 모습도 이전의 아이돌 스타와 너무 다른 거다.
꼭두각시 아닌 각자 독립된 아티스트
백 무대 아래 모습은 그냥 아는 동생 같은데, 무대 위에 올라가면 마치 옛날에 업타운 처음 봤을 때처럼 이국적이고 파워풀하다. 안무에 맞춰 학예회하는 수준의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멤버 각자가 다 자신의 목소리와 스타일로 놀고 있다. 각자가 독립된 아이돌이고 아티스트라는 느낌을 주는 거다.
차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재밌는 게, 에스엠이나 제이피와 다르게 매니지먼트라기보다 패밀리 느낌이 강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컨트롤을 하는 게 아니라 재능을 찾아내서 그걸 스스로 극대화시킬 수 있게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선진국형 학습법이랄까?(웃음)
백 얼마 전 엠티브이 빅뱅 특집에서 일본 공연 중 인터뷰가 나왔다. 지드래곤이 일본 가수들은 리허설을 많이 해서 무대 위의 실수를 줄이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얘가 무대 전체를 디렉팅하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거다. 실장님이 준비해 놓은 무대에서 연습한 춤 추고, 노래하고, 너무 힘들었어요 이러면서 내려오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생각하는 아이돌인 거다. 누나가 보기에도 너무 멋진 거지.(웃음)
차 빅뱅 예찬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웬만한 발라드나 아르앤비 가수들보다도 훨씬 프로다. 빅뱅은 아이돌의 정의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 음악뿐 아니라 빅뱅이 만들어낸 스타일도 무시할 수 없다. 빅뱅 전 아이돌 그룹의 옷차림을 보면 전사 노래 부를 때의 갑옷 같은 단체복과 러브송 부를 때의 코스프레 같은 단체복이 정해졌다. 개성이 있다기보다는 코디가 입혀준 코스튬 같은 거였고, 간간이 장갑이나 독특한 소품이 인기를 모으긴 했지만 빅뱅은 10대 후반과 20대 남자들 사이에 엄청난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헤어 스타일부터 스카프·바지·선글라스·모자 등 음악뿐 아니라 패션,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또래 남자애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차 그것도 어떻게 보면 와이지 스타일인 게, 지누션도 그랬고 음악 스타일이나 패션이나 외국 스타일을 따라 했다기보다 그걸 가져와서 그냥 자기 것으로 체화시킨 것 같은 자연스러운 세련됨이 있다.
백 교포스러운 느끼함하고는 전혀 다른 거지. 음악과 패션, 걸음걸이, 노는 방식까지 어설프게 따라 하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샤이니도 그렇고 빅뱅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도 많이 나오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건 샤방한 예쁜 애들을 모아놓는 것만으로 결코 나올 수 없는 때깔이니까. 엔알지의 노유민도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예뻤나.(웃음)
차 그렇게 보니까 에스엠의 아이돌들은 인공미 같은 게 있다. 에스이에스와 핑클만 비교해도, 핑클이 같은 교회 다니는 귀여운 여동생 같았다면 에스이에스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잘사는 집 여자애들 같은 느낌이었다.(웃음)
예쁜애들로 대체 불가능한 때깔
백 어쨌든 빅뱅 같은 아이돌이 나오는 데는 아이돌의 팬층도 두터워지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랄까 그런 것들이 많이 바뀌기도 했다. 에치오티가 지난해로 10년, 신화가 올해로 10년인데 그동안 산업이 어느 정도 정비가 된 거다. 그러면서 원더걸스나 빅뱅처럼 아부하지 않고 자신이 예쁘고 젊다는 걸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동경을 만들어내는 아이돌의 시대까지 온 거다.
차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따지면 이어져 온 것보다 단절의 역사가 훨씬 많은데 시간이 지나니까 아이돌의 역사도 계보가 쌓이는 것 같다. 원더걸스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핑클이나 에스이에스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산업적 자리매김도 커졌다는 의미일 거고.
백 여름이 다가오고, 원더걸스도 다시 나오고, 빅뱅도 새 음악이 나온다니 중·고딩 때처럼 설렌다. 마돈나와 같이 근사한 한쌍을 이뤄 춤추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처럼 한국에서도 세대를 가로질러 관객을 압도하는 쇼를 보여주는 아이돌의 역사가 쌓이기를 기대한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아이돌 스타의 시대 10년을 짚어보다 지난해 ‘에치오티’(HOT)결성 10주년, 올해로 신화 결성 10주년, 대한민국의 소녀들을 울고 웃게 했던 아이돌 스타의 시대도 강산을 한 번 바꿀 만큼의 역사를 가지게 됐다. 이제 아이돌 스타는 10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30대 골드미스도, 40대 가장도 아이돌 스타에 쑥스럼없이 환호한다. 강산이 바뀌듯이 아이돌 스타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최근 ‘소 핫’으로 다시 한번 바람몰이를 시작한 원더걸스와 아이돌 스타의 개념까지 바꾸고 있는 빅뱅에 열광하는 〈매거진 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아이돌 시대 10년을 짚어 봤다. 백은하 한동안 주말 가요 프로그램이 조금 심심하더니 다시 재미있어지고 있다. 원더걸스의 ‘소 핫’ 뮤직비디오가 등장하고, 빅뱅의 태양이 솔로 데뷔곡을 내면서 지난주에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에 이들이 다시 1, 2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아, 드디어 돌아오는구나! 마음이 훈훈해지더라.(웃음) 차우진 게다가 앤디와 김동완, 전진 등 신화의 멤버들까지 솔로 앨범 활동을 하니까 음악 프로그램에는 아이돌 역사가 압축돼 보여지는 느낌도 있다. 서로 다른 세대의 아이돌을 같은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재밌다. 소비의 최전선에 선 여성 직장인들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빅뱅. 와이지 엔터네인먼트 제공.

원더걸스. 제이와이피 엔터테인먼트 제공.

신화의 앤디는 매력있게 나이 들어가는 아이돌 스타의 모습을 보여준다.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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