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케이블처럼 심야로 옮긴 지상파 토크쇼
〈더 스타쇼〉는 왜 이리도 심심한 걸까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이 바뀌면서 경쟁 프로그램의 대진표도 바뀐다. 오랫동안 시청률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토요일 심야에 성인 시청자를 겨냥한 한국방송의 <샴페인>과 문화방송의 <명랑 히어로>가 자리 잡으며 시청률 경쟁에 들어간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시각대는 성인 타깃 드라마로 케이블 채널들이 먼저 개척한 영토이기도 하다. 이렇듯 케이블의 영향은 방송 시간뿐 아니라 방송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지난주 토요일 시작한 문화방송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도 무대 위뿐 아니라 무대 아래까지 방송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흡수했다. 케이블이 자극한 지상파 방송의 변화에 대해 한달간의 동남아 순회 공연, 이 아니라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조진국 시나리오 작가(사진 왼쪽)와 칼럼니스트 정석희씨가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 노장 이경규의 새로운 도약을 기원했다. 정석희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성인 시청자 확보를 위한 방송을 시작하는 것 같다. 토요일 밤에 편성된 <샴페인>도 아이들과 같이 보기 껄끄러운 부부들의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고 <명랑 히어로>는 시사 이슈에 센 발언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시간대를 옮긴 것 같다. 조진국 <명랑 히어로>를 좋아하는데 이 프로는 시청률을 의식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성격에 맞는 시간대로 잘 옮겼다. 출연자들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좀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이명박 지지’ 커밍아웃에 배꼽 잡다
정 시간 옮기고 첫 방영부터 상대 프로그램을 의식하는 발언이 나왔다. 김국진이 전에 <샴페인>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명랑 히어로>가 경쟁 프로가 될 줄 몰랐겠지만 김구라가 가보니까 분위기 어떠냐 첩자 분위기로 몰아가면서 웃기더라.
조 게스트로 나온 이경규가 이명박 지지자라는 걸 강조하면서 웃긴 것도 심야 시간이라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정 이경규가 옛날에 영화 <복수혈전> 망한 걸로 10년 동안 놀림을 당했는데 이번에 프로그램 세 개 문 닫은 걸로도 한 10년 갈 것 같다.(웃음) 엄청 놀리던데. 본인이 그걸 희화화시키면서 개그 소재로 쓰고.
조 그게 내공이지. 이경실이 결혼생활의 아픔을 딛고 재혼하지 않았나. 그런데 전에 주부 프로그램에서 오래된 주부 편에 앉은 걸 보고 누군가 신혼이잖아요 했더니, 나는 마일리지가 있잖아 이러는 데 뒤집어졌다. 이 사람 내공이 장난이 아니구나 팍 오는 거지. 이경규도 자신의 실패를 여유 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정 <명랑 히어로>뿐 아니라 <놀러와>에 출연했을 때도 굉장히 재밌었다. 그래서 왜 저렇게 웃긴 사람이 자신의 프로그램은 실패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른바 ‘규라인’이라는 게 있지 않나. 조형기, 성동일, 이광기, 김흥국 이런 사람들을 자기 프로그램에 끌고 다니는데 뭔가 분위기기 산뜻하지 못한 거지.(웃음)
조 이경규는 엠시할 때보다 게스트로 나왔을 때 더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박명수와도 비슷하다. 박명수의 호통 개그도 사실 뿌리는 이경규에게 있지 않나. 또 메인 엠시보다는 받아치는 보조 엠시나 게스트로서 기질을 더 뛰어나게 발휘하는 것도 그렇고.
정 따지고 보면 <무한도전>이 단독 프로그램으로 빵 터진 것도 이경규가 출연했을 때부터다.
조 연륜이 있어서인지 방송을 무지 편하게 하지 않나? 남의 집에 와서 자기 집처럼 양말 벗고 누운 느낌이랄까.
정 이명박 지지자라는 것 역시 희화화되는 마당에 청와대 대변인 흉내를 낸 것도 히트였다. 위기를 기회를 바꾸는 사람이다. 지금 이명박 지지자로 커밍아웃하는 것은 진짜 나락인데 나 그래, 나 한심해, 이런 느낌의 웃음을 준다. 내 또래여서 그런가. 여전히 웃겨주니까 내 마음이 뿌듯한 거 있지. 토요일뿐 아니라 월요일에도 에스비에스의 <더 스타 쇼>가 <야심만만> 자리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대진표가 짜였다. 그런데 게스트 명단은 그렇게 화려할 수가 없는데 프로그램은 그렇게 재미없을 수가!(웃음)
조 메인 엠시인 최수종은 동방신기 나왔을 때 멤버들 이름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더라. 대본만 줄줄 읽는 느낌이랄까. 최수종이 커버할 수 없는 게스트를 위해서 붐과 한영을 보조 엠시로 끼워 넣었나?
언제적 샤방샤방 최수종인가
정 보조인데 그 친구들이 주도를 한다. 자기 연배인 심형래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는데 동방신기 같은 젊은 세대가 나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모르면 사전에 공부라도 하고 나와야 하지 않나?
조 엠시의 역할도 역할이지만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포맷 자체가 너무 올드한 거다. 언제적 샤방샤방 최수종인가. 그런데 <최수종 쇼>를 하던 그 시절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오니까. 게다가 코너들도 다 어디서 본 것들이고, 도대체 10분을 진득이 못 보겠더라. 아무리 파일럿 프로여도 이건 성의 문제다.
정 그 고색창연함에 보는 사람이 민망해서 얼굴이 확확 달아오를 지경이다.(웃음) 근데 옛날 스타일만 문제는 아니다. 유재석을 보면 자신보다 게스트나 주변 사람들을 빛나게 해주는 재주가 있지 않나, 엠시는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스타를 데려다가 스타성을 발휘시키질 못하니 나오는 사람도 얻어가는 게 없다. 또 <우리 결혼했어요>는 <장미의 전쟁>이나 <강호동의 천생연분>처럼 이제는 한물간 연애 버라이어티를 요즘 스타일로 재창조해서 대박이 났다. 옛날식 토크쇼를 가져오더라도 어떤 식의 개조와 변화가 필요하다.
조 반면 새로 시작한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스친소)는 지상파 방송이 이제는 케이블이 먼저 가져온 변화를 발빠르게 흡수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준 프로그램이었다. 진행 방식도 그렇고 포맷도 그렇고 케이블에서 화제가 됐던 <아찔한 소개팅>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거기서 소개팅을 하고 온 다음 대기장소 같은 데서 무대 밖 이야기처럼 자기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나. 여기서도 속마음을 다 보여준다. 1, 2, 3차로 장소를 옮기면서 사람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그렇고.
정 <스친소> 보면서 특이했던 게 앤디와 솔비가 <우리 결혼했어요> 때 나오던 것과 같은 캐릭터로 여기도 나온다. 다음주에는 서인영과 크라운제이도 나온다던데. <개그 콘서트> ‘닥터 피쉬’의 양상국이 ‘봉숭아 학당’에서 똑같이 광팬 캐릭터로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만든 캐릭터를 다른 프로그램까지 이어가는 게 요새 트렌드인 것 같다.
조 캐릭터를 연출하는 스타나 매니지먼트사가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스타를 상품화하는 데는 히트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한데 쉽지 않고, 한번 잘 만든 캐릭터를 가지고 여러 방면에 활용하면 일석이조니까. 그런데 솔직히 좀 안이한 느낌도 든다.
스친소·스친소…미친소 생각이 나잖아
정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낯선 느낌을 줄이고 빨리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위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자기 복제를 하는 방식이면 그만큼 성의 없어 보이고, 금방 싫증이 날 테니까. 암튼 <스친소>는 스타의 어떤 친구들이 나오느냐가 성공의 관건인 것 같다. 기성 연예인처럼 틀에 박히거나 닳고 닳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는 쇼맨십이 있어야 재미를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조 일단 첫 스타트는 좋았다. 스타의 일상을 엿본다는 것 역시 케이블적인 재미도 있고. 그런데 스친소, 스친소 하니까 자꾸 미친소 생각이 나서 어감이 안 좋다. 이 프로그램을 몰랐을 때 인터넷에서 ‘스친소’라고 나오니까 소를 스치기만 해도 광우병에 걸리나, 새로운 학설이 나온 건가 이런 생각까지 했다규!!(웃음)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더 스타쇼〉는 왜 이리도 심심한 걸까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이 바뀌면서 경쟁 프로그램의 대진표도 바뀐다. 오랫동안 시청률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토요일 심야에 성인 시청자를 겨냥한 한국방송의 <샴페인>과 문화방송의 <명랑 히어로>가 자리 잡으며 시청률 경쟁에 들어간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시각대는 성인 타깃 드라마로 케이블 채널들이 먼저 개척한 영토이기도 하다. 이렇듯 케이블의 영향은 방송 시간뿐 아니라 방송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지난주 토요일 시작한 문화방송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도 무대 위뿐 아니라 무대 아래까지 방송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흡수했다. 케이블이 자극한 지상파 방송의 변화에 대해 한달간의 동남아 순회 공연, 이 아니라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조진국 시나리오 작가(사진 왼쪽)와 칼럼니스트 정석희씨가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 노장 이경규의 새로운 도약을 기원했다. 정석희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성인 시청자 확보를 위한 방송을 시작하는 것 같다. 토요일 밤에 편성된 <샴페인>도 아이들과 같이 보기 껄끄러운 부부들의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고 <명랑 히어로>는 시사 이슈에 센 발언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시간대를 옮긴 것 같다. 조진국 <명랑 히어로>를 좋아하는데 이 프로는 시청률을 의식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성격에 맞는 시간대로 잘 옮겼다. 출연자들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좀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이명박 지지’ 커밍아웃에 배꼽 잡다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게스트로 여전히 큰 웃음을 주는 이경규. 에스비에스 제공.

〈더 스타쇼〉는 낡은 형식으로 아쉬움을 준다. 에스비에스 제공.

케이블 채널의 〈아찔한 소개팅〉을 연상시키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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