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Esc]너 어제 그거 봤어?
‘금요일의 불륜’ 공식 깬 〈달콤한 나의…〉
공중파 토론 공식 깬〈백지연의 끝장토론〉 촛불시위가 딱딱한 구호로만 넘쳤던 옛날의 시위문화를 바꿨듯이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의 엄숙함을 경쾌하게 깨버린 토론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시민논객들의 거침없는 난상토론이 화제를 몰고오면서 지난 6일 첫회 시청률이 케이블 채널로는 대박이라고 할만 한 1.7%를 넘긴 엑스티엠(XTM)의 <백지영의 끝장토론>(이하 끝장토론)이다.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촛불시위를 바라보는 방송의 시선과 <끝장토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같은 날 첫 방영을 탄 에스비에스의 <달콤한 나의 도시>에 제목만큼 달콤한 로맨스 드라마가 되길 기대를 걸었고 올해 방영된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라고 할 만한 라스트 신을 선보인 <서인영의 카이스트>에 작별인사를 건넸다. 백은하 때가 때이니 만큼 각 방송사가 현 시국을 다루는 방식이 다양하다. 촛불시위에 대해서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은 타 방송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시민 입장을 많이 다뤘는데 지난주말 한국방송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3일>은 좀 아쉬웠다. 성숙해진 시민의식, 축제에 가까워진 시위문화 등 뭐랄까 시위의 본질과 무관한 감성적인 부분에만 호소를 하는 게 왠지 마지못해 만들었다는 느낌을 줬다. 차우진 문화방송이 가장 적극적으로 촛불시위에 개입하는 것 같다. 와이브로를 활용해 실시간 취재, 중계도 하고 시위 참가자들이 노트북 들고 나가서 1인 미디어가 되는 형국에 지상파의 뉴스가 시사프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거기에 비하면 다른 방송사는 변하는 트렌드를 제대로 못 따라가는 느낌이다.
촛불집회 방송 보도의 감성적 접근
백 방식도 중요하지만 입장이나 시선도 중요한 게, 시위에서 김밥 파는 할머니 보여주고, 유모차 끄는 여성들을 보여주면서 눈물샘을 자극하거나 재미있는 구호 같은 것만 보여주는 건 현안에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월드컵의 서울광장이라면 이런 감성적 접근도 괜찮겠지만 심각한 현안에 대해 그런 방식으로 접근을 하다 보니 시위대 안에서도 이거 놀러 나오는 거 아냐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는 거다.
차 방송이나 언론이 길 밖으로 나온 상황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사람들이 왜 거리로 나와서 폭발적인 힘을 보여주며 또 장기적으로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거시적으로 제대로 된 해석이나 분석이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다. 시위현장에서 입건됐던 한홍구 교수가 인터뷰에서 내 몸에 대한 결정을 왜 국가가 하는가에 대한 젊은 층의 반감을 지적했는데 공감했다. 10년 전에 자기 몸밖에 모르는 애들이라고 어른들이 꾸짖었던 애들이 이제는 거리로 나온 거다. 이렇게 바뀌는 시대를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고 현안에만 매몰되거나 감성적으로만 접근한다.
백 촛불시위는 토론 프로그램들의 주제이기도 한데 <100분 토론> 같은 지상파 프로들은 양편의 입장을 정확히 들어볼 수는 있었지만 앉아 있는 사람이 끼어들지 못한다. 잘못했다가는 일산 최 선생이 될 수도 있는 거고.(웃음) 그런데 <끝장토론>은 <명랑히어로>처럼 어떤 질문이나 이야기가 나와도 부끄럽지 않은 말 그대로 자유로운 토론이었다.
차 카메라나 편집도 기존 토론 프로그램과 다르다. 연출 지시를 하는 피디도 보여주고 카메라도 자유롭게 핸드헬드와 클로즈업 등을 한다. 그래서 정신이 없기도 한데 인터넷 댓글이나 게시판 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카메라 앞으로 끄집어 내오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형식을 보여줬다. 새로운 느낌이다.
백 한동안 지상파에서 볼만한 드라마를 찾지 못했던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을 잡아줄 만한 로맨스 드라마도 나왔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아직 대박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안정적인 방식으로 싱글녀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특히 금요 드라마=불륜 드라마라는 공식을 깨고 금요일 밤에 편성을 한 게 눈에 띈다. 주 시청자층이 티브이 앞에 앉아 있지 않을 시간인데 그래도 10% 가까운 시청률을 낸 건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다만 원작에 비해 너무 샤방하고 달콤한 면이 강조된 게 아닌가 조금 아쉽다.
이선균이여 끝까지 자체발광하기를
차 사실 나는 취향이 아니라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원작소설도 안 읽었고. 원작이 나온 지 2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요새는 확실히 소설과 영화, 드라마 사이의 벽이 사라지는 것 같다.
백 요새는 소설을 보면서도 이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겠다라는 게 보인다. 특히 <섹스 앤 더 시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칙릿 소설들이 그런데, <달콤한 나의 도시>도 그 계보에 놓였다. 소설가들도 이제는 순수문학에 대한 강박 같은 게 없어져서 때로는 아예 각색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잖나.
차 최강희에게는 동네 친구처럼 평범하면서도 뭐랄까 엠티가서 작업 걸고 싶은 후배랄까, 로맨스의 감수성을 치는 부분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최근 나온 음료수 광고는 특히 그랬고.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니까 아직도 사랑스럽더라.
백 사실 원작에서는 은수(최강희)의 캐릭터가 딱 떨어지지는 않는데 여기서는 선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초반부터 로맨스로 너무 빨리 들어가는 느낌이 없지는 않은데, 박흥식 감독이 영화 <인어공주>나 <사랑해 말순씨>에서 보여줬던 은근하면서도 벅찬 로맨스를 생각하면 좀더 기대를 하게 된다. 난 최강희보다 더 흥미로운 게 이선균 캐릭터다. 처음 했던 드라마인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이선균은 말 한마디를 하거나 빙긋이 웃는 것만으로 감미로운 캐릭터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호텔 커피숍으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만나자마자 명함을 꺼내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최강희가 ‘스탠다드’ ‘스탠다드’ 독백을 한다. 너무 평범한 거지. <커프> 때처럼 배경에 깔아주는 후광이 없이도 자체발광할 수 있다면 진짜 매력남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차 맞다. <커프>에서 그렇게 깔아주는 게 남자로서는 불쾌했다. 별로 괜찮은 것도 없어 보이는데 여자들이 다 좋아하니 짜증이 나는 거지. 질투가 나는 거고(웃음). 그런데 이선균이나 지현우도 그렇고 최강희의 친구로 나오는 진재영이나 문정희도 그렇고, 캐릭터들이 도식화된 감이 있다. 지루하지만 성숙한 남자와 어리지만 사랑스러운 남자, 제멋대로이면서도 결혼할 남자 앞에서는 나긋나긋해지는 여자, 잘나가다가 다 접고 자기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드는 여자 등 뭐랄까. 극화된 캐릭터를 전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30대 여자들의 감수성에 바로 접촉하는 영악한 드라마인데 너무 스테레오타입화 돼 있다.
백 새롭거나 획기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만큼 샤방샤방하고 예쁘게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나는 반갑다. <서인영의 카이스트> 마지막회 봤나? 울 뻔했다.(웃음) 초반에 재밌게 보면서도 저런 느낌으로 계속 갈 수 있을까 했는데 리얼리티쇼 최고의 결말이었다.
‘… 카이스트’는 올 상반기 최고의 신상
차 마지막에 영어 교수가 직접 만든 수업 수료증 줄 때 코가 빨개지면서 서인영이 눈물을 뚝 떨어뜨리는데 성장 드라마의 뭉클한 결말 같았다. 이 교수가 처음부터 서인영을 노골적으로 못마땅해하고 중간고사도 에프(F)를 줬던 사람이다. 그런데 서인영이 프레젠테이션을 달달 외워 오니까 자기는 학점 말고 다른 걸 주고 싶었다며 너무 근사한 수료증을 선물한 거다. 근데 점수는 디(D)더블 마이너스야.(웃음) 봐준다는 느낌이 없으면서도 얘의 노력을 어느 정도 인정한 거고, 서인영은 천방지축이면서도 승부욕으로 뭔가를 이뤄냈고. 서인영이나 교수가 학생들이나 시청자나 진짜 진심이 통한 것 같은 순간이었다.
백 서인영의 발표 주제가 ‘오만과 편견’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카이스트나 교수 등에 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카이스트 애들도 그냥 우리처럼 생각 없이 살기도 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이럴 줄 알았나.(웃음) <서인영의 카이스트>는 올 상반기 최고의 ‘신상’이었고, 잊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공중파 토론 공식 깬〈백지연의 끝장토론〉 촛불시위가 딱딱한 구호로만 넘쳤던 옛날의 시위문화를 바꿨듯이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의 엄숙함을 경쾌하게 깨버린 토론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시민논객들의 거침없는 난상토론이 화제를 몰고오면서 지난 6일 첫회 시청률이 케이블 채널로는 대박이라고 할만 한 1.7%를 넘긴 엑스티엠(XTM)의 <백지영의 끝장토론>(이하 끝장토론)이다.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촛불시위를 바라보는 방송의 시선과 <끝장토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같은 날 첫 방영을 탄 에스비에스의 <달콤한 나의 도시>에 제목만큼 달콤한 로맨스 드라마가 되길 기대를 걸었고 올해 방영된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라고 할 만한 라스트 신을 선보인 <서인영의 카이스트>에 작별인사를 건넸다. 백은하 때가 때이니 만큼 각 방송사가 현 시국을 다루는 방식이 다양하다. 촛불시위에 대해서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은 타 방송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시민 입장을 많이 다뤘는데 지난주말 한국방송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3일>은 좀 아쉬웠다. 성숙해진 시민의식, 축제에 가까워진 시위문화 등 뭐랄까 시위의 본질과 무관한 감성적인 부분에만 호소를 하는 게 왠지 마지못해 만들었다는 느낌을 줬다. 차우진 문화방송이 가장 적극적으로 촛불시위에 개입하는 것 같다. 와이브로를 활용해 실시간 취재, 중계도 하고 시위 참가자들이 노트북 들고 나가서 1인 미디어가 되는 형국에 지상파의 뉴스가 시사프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거기에 비하면 다른 방송사는 변하는 트렌드를 제대로 못 따라가는 느낌이다.
촛불집회 방송 보도의 감성적 접근

시민토론단이 저마다의 의견을 쏟아낸 〈백지연의 끝장토론〉 엑스티엠 제공.

오랫만에 20~30대 여성 시청자를 공략하는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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