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숯불을 이용하면 고기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훈제·장작구이·연탄으로는 또 무엇을 구울까… 불의 종류별 특징 알아보기
훈제·장작구이·연탄으로는 또 무엇을 구울까… 불의 종류별 특징 알아보기
한국인들은 “오늘 저녁이나 같이 할까?”란 말 대신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고 표현한다. 그만큼 고기는 외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거리에 차고 넘치는 고깃집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장작구이’ ‘참숯구이’ 등의 수식어가 즐비하다. 과연 똑같은 고기가 굽는 불에 따라 다른 맛을 낼까? 르네상스 호텔 한식당 ‘사비루’, 이광진 주방장, 박충준 사장에게서 도움말을 얻어 살펴봤다.
◎ 숯불 : 숯불을 이용하면 고기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원적외선으로 고기가 익으므로 항균처리도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또 고기의 잡냄새를 없애 풍미를 좋게 한다. “숯불이 최고”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재료와 불의 ‘궁합’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가령 서양식 스테이크를 짚불에 굽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대체로 숯불이 좋다”고는 말할 수 있다. 이광진 주방장도 고기 구이용으로 숯불을 첫손에 꼽았다. 숯으로 익히면 은은하게 구울 수 있어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보호된다는 것이다. 좋은 만큼 비싼 게 흠이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구이용 참숯은 15㎏에 4만원을 호가한다.
가스불과 전기, 그 편리함과 깔끔함
◎ 가스불 : 밖에서부터 열이 전달되기 때문에 고기가 탈 수 있다. 고기에 그을음이 묻어나 탄 맛이 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숯이나 연탄에 비해 고기가 바싹 마르는 현상이 심하다. 육즙의 수분이 쉬이 증발되는 탓이다. 그러나 편리함과 깔끔함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다량의 음식을 장만할 때 특히 진가를 발휘한다.
◎ 전기: 가스불처럼 고기의 수분이 날아가 건조해지기 쉽다. 고기가 씹히는 식감도 떨어진다. 대신 빨리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특급호텔은 전기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첨단 ‘컨벤션 오븐’을 사용한다.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식재료가 마르는 현상을 막는다. 이들 제품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 훈제 :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기 저장방법의 하나이다. 대부분 참나무를 사용한다. 참나무향이 고기에 스며들기 때문에 누린내를 없애는 데 좋다. 훈제의 이런 장점을 값싸게 살리고자 최근에는 다 익힌 생선·육류에 훈제향만 덧씌우는 일종의 ‘연막탄’ 제품도 있다.
◎ 장작구이 : 고기의 수분이 증발되지 않아 씹는 맛이 좋다. 장작불도 숯불처럼 원적외선을 내보내므로 숯불과 비슷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온도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크다. 박충준 사장도 “장작불에 구우면 고기의 풍미는 더 좋지만, 위생적으로 볼 때 재가 묻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이 피자를 구울 때 장작을 사용하기 꺼려 하는 이유다. 아무리 조심해도 피자에 장작의 재가 묻게 된다는 것이다. 피자 반죽의 쫄깃한 식감을 살리면서 적정 온도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익혀야 하는데, 장작불은 온도 조절이 어려운 점이 장애물이다.
◎ 짚불 : 순식간에 타오르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구울 때 좋다. 또 짚불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고기나 생선의 누린내를 없애준다. 그래서 이광진 주방장은 꼼장어는 짚불로 구워야 제 맛이라고 손꼽았다. 장어 특유의 향과 냄새를 없애는 데 짚불이 그만이라는 것이다. 활활 타는 짚불에 꼼장어를 올리면 순식간에 타오르는 불길에 장어 겉면이 지푸라기와 함께 탄다. 겉이 적당히 탄 장어를 집어 지푸라기와 탄 겉면을 훑어 떼어내면 된다. 장어의 비릿한 냄새는 사라지고 구수한 짚 냄새가 난다. 짚을 구하고 태우는 과정이 복잡한 것이 결정적인 단점이다.
◎ 연탄 : 참숯이 가진 장점을 저렴한 가격에 구현할 수 있다. 고기는 물론 닭발·장어에도 연탄구이를 표방하는 식당이 적지 않다. 식재료의 육즙이 양념과 함께 연탄불에 떨어지는 순간 ‘칙’ 소리와 함께 타올라 연탄 특유의 냄새와 함께 식재료에 머금게 된다. 독특한 착향이다. “탄내가 난다”며 이를 싫어하는 소비자도 많고, 위생상 좋지는 않다. 연탄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도 주의를 요한다. 연탄 1장의 소비자가격(공장도 가격 + 배달비용)은 403원이다.
일부 착화탄의 오염물질은 기준 이상
◎ 착화탄 : 원통 모양으로 가운데 구멍이 나 있다. 값싼 숯 대용품으로 최근 고깃집에서 널리 사용된다. 착화탄에서 나오는 연기에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중금속이 나온다는 논란이 벌어진다. 값을 낮추려고 일부 제품에서 건축폐자재 등을 사용하는데, 이때 폐자재에 묻은 페인트 등이 타면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것이다. 세종대 지구환경과학과 김기현 교수는 식당·가정용 숯·숯대용품의 유해 물질(가스 상태와 입자에 결합한 중금속)에 대해 “일부 제품의 오염 물질이 유해한 수준 이상”이라고 이달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한국에서 시판되는 식당·가정용 숯제품 11개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중국산 숯 대용품 등 모두 5개 제품에서 유해한 중금속이 발견됐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그는 또 2개의 중국산 숯 대용품에서 불을 붙일 때 유해물질로 보이는 연기가 많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식약청 식품오염물질과는 “지난해 4월 구이용 숯 대용품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며 “(잠정) 조사 결과 진짜 숯이나 숯 대용품의 중금속 수치는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달 밝혔다. 식약청은 “폐기물관리법에서 금지하는 폐자재로 만든 숯 대용품에서 검출된 중금속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식약청은 “중금속 수치는 최대한 낮추는 게 좋고, 폐기물관리법상 폐자재로 만든 숯 대용품은 금지되므로 시중 고깃집을 대상으로 교육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관련 부서인 환경부에도 ‘폐자재로 만든 숯 대용품을 쓰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도 “현재 국내의 착화탄 생산업체는 서너 곳으로 줄어들었다. 각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폐자재로 만든 불법 숯 대용품 적발 사례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에도 고깃집에서 숯 대용품을 쓰는 이유는 진짜 숯의 절반 가격이기 때문이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돌판은 숯불로 구운 효과
철판은 타기 쉽고 구리판은 불편한데다 관리 까다로워
“판을 갈아엎는다”는 표현이 있다. 주어진 구조나 상황을 근본부터 뒤흔든다는 뜻이다.
이 표현대로 불판도 고기 맛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재질에 따라 열전도율 등 특징이 다른 탓이다. 돌판은 무겁고 서서히 달아올라 사용하기 불편하지만,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풍미를 좋게 만들며 고기 본래의 맛을 살려준다. 불의 종류와 관계없이 돌판에 구우면 숯불로 구운 효과가 나는 것이다. 후끈 달아오른 돌판에서 원적외선이 나오기 때문이다. 철판은 값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열전도율이 너무 높아 고기가 타기 쉽다. 구리판도 열전도율이 높지만 닦기 불편하고 관리가 까다로워 철판만큼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르네상스 호텔 한식당 ‘사비루’에서는 고기구이를 제공할 때 주물로 성형해 특별 제작한 불판을 사용한다. 가격은 비싼 대신 열전도율이 높고 한번 전달된 열이 오래 보존되는 장점을 지녔다. 장점이 큰 대신 관리가 까다롭다. ‘사비루’에서는 주물로 된 불판을 6개월에 한번씩 도금한다. 서울 서초동의 고기구이집 ‘자인뭉티기’에서는 돌판을 사용한다. 이 업체는 돌판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가격이 저렴한 가스를 사용하면서도 숯불과 똑같은 복사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점을 첫손에 꼽았다. 또 직화로 구울 때에 비해 채소가 건조해지지 않아 맛과 향이 유지되는 점, 직화로 구울 때보다 고기를 얇게 썰어 낼 수 있는 점 등을 장점으로 덧붙였다. 지나치게 무거워 씻고 관리하는 데 불편함이 따른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가스불은 다량의 음식을 장만할 때 특히 진가를 발휘한다.
◎ 전기: 가스불처럼 고기의 수분이 날아가 건조해지기 쉽다. 고기가 씹히는 식감도 떨어진다. 대신 빨리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특급호텔은 전기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첨단 ‘컨벤션 오븐’을 사용한다.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식재료가 마르는 현상을 막는다. 이들 제품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훈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기 저장방법의 하나이다. 사진제공 금성 F&C

장작구이는 고기의 수분이 증발되지 않아 씹는 맛이 좋다.

세종호텔 이광진 주방장은 꼼장어는 짚불로 구워야 제 맛이라고 손꼽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연탄은 참숯이 가진 장점을 저렴한 가격에 구현할 수 있다.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착화탄은 값싼 숯 대용품으로 최근 고깃집에서 널리 사용된다.

불판도 고기 맛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재질에 따라 열전도율 등 특징이 다른 탓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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