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1999년 캐나다에 머무를 적, 나는 가난한 학생이었다. 시골도시 브랜던이라는 곳인데, 예닐곱 시면 식당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곳이 있었으니, 운전자를 위한 버거킹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밤 11시쯤이었을까. 배고파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차가 없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버거킹에 갔다. 그곳엔 이미 수대의 자동차가 줄 서 있었다. 나도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10분을 기다렸다. “어니언링 주세요!” “자전거는 안 됩니다” “네? 자전거는 차 아닌가요?” 다시 나는 쓸쓸하게 자전거 페달을 굴렸고, 자판기 앞에 멈춰 콜라를 마셨다.
그로부터 6년 뒤, 결혼하자마자 브랜던에 찾아갔다. 어니언링 때문이었다.(하지만 여행업계에 따르면, 어학연수 했던 아이들이 인생에서 가장 한가하게 살던 곳을 신혼여행지로 택하는 경향이 있단다) 숙소에 짐을 푼 나는 하루 7만원짜리 렌터카를 타고 버거킹으로 향했다. “어니언링 주세요!”
그때 어니언링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니언링은 다른 말로 양파링이다. 어라, 어니언링엔 양파가 있는데, 양파링엔 양파가 없잖아? 그럼 양파깡은 또 뭐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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