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스타와 물량 총동원된 가을드라마 전쟁
<에덴의…>와 <베토벤…>을 먼저 짚어봄 가을과 함께 새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작 전부터 스페셜회를 방영하며 뻑적지근하게 가을드라마 전쟁의 포문을 연 <에덴의 동쪽>(문화방송)을 비롯해 사극의 절대강자 송일국을 내세운 <바람의 나라>(한국방송),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로 일컬어지는 <베토벤 바이러스>(문화방송) 등이 먼저 레이스를 시작했고, <타짜>(에스비에스), <바람의 화원>(에스비에스) 등 기대작들이 줄을 잇는다. 스타와 물량이 총동원된 이 전쟁의 승리자는 누가 될까? 누가 되든 드라마 팬들은 즐겁고 설레는 계절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왼쪽)와 작가 조진국씨가 가을 레이스에서 먼저 눈에 띄는 두 작품 <에덴의 동쪽>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짚어봤다. 결론은? 우리 범이 잘 컸다! 김명민씨, 사랑해요~! 정석희 얼마 전에 <진짜 진짜 좋아해>라는 뮤지컬을 보게 됐다. 7080을 겨냥한 뮤지컬인데 사실 나는 회고조의 옛날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뮤지컬에서 그 옛날 명동의 유명했던 고고장 ‘마이하우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짜 옛날 생각이 나더라. 같이 갔던 친구는 “남편을 마이하우스의 고고팅에서 만났다”며 킥킥거리고, 삽입곡인 ‘젊은 연인들’을 들으면서 이 노래를 남편과 불렀던 약혼식도 떠오르는 거다. 옛날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보면 진부한 느낌이 들면서도 이런 추억들이 떠올라서 열심히 보게 된다. <에덴의 동쪽>도 그렇다. 노동운동가 이종원, 또 불륜이야?
조진국 <에덴의 동쪽>을 처음 볼 때 올드한 드라마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뒤바뀐 운명이라거나, 장남이 이끌어가는 가난한 가정, 복잡한 가정사로 인한 복수극, 많이 본 설정 아닌가. 대사도 옛날식이고. 그런데 이야기의 배경이 옛날이라서 그런지 그런 대사가 어색하지 않다. 게다가 나연숙 작가가 워낙 오래전부터 활동하신 분이라 그 시대 사람이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에 힘이 있고 진실성도 느껴진다. 젊은 작가가 풀어갔다면 이만큼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정 이 드라마도 초반에 아역들이 잘해 줬다. <왕과 나>처럼 초반에 아역이 너무 잘하면 후반에 연결이 안 돼서 김 팍 빠지는 드라마도 있어서 은근히 걱정될 정도였다. 그런데 벌써 성급하게 판단할 건 아니지만 호화 캐스팅임에도 성인 역으로 바뀐 배우들이 아역들에 비해서는 임팩트가 약해진 것 같다. 조 정말 6회까지는 연기 못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아역뿐 아니라 이미숙이나 조민기 같은 중년까지 무슨 연기 전쟁이 아닐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대단했다. 그중에서도 김범은 완전히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귀여운 꼬마 하숙범이 이렇게 진지하면서도 비장미 있는 연기를 소화해 내다니 소년에서 남자로 갑자기 커버린 것 같다. 정 맞다. 이제는 귀여운 소년이 아니라 완성도를 갖춘 연기자가 됐다. <하이킥> 때만 해도 정일우, 김혜성, 김범이 고만고만한 신인 연기자였는데 김범이 치고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미래가 기대된다. 좀 엉뚱한 이야기지만 난 <에덴의 동쪽>에서 김범이 자동차 추격하는 신이 좋았다. 왜 보통 추격신이면 뛰다가 리어카 뒤엎고 사람들 넘어뜨리고 그러는데 얘는 그러지 않고 혼자 막 뛰잖나. 다른 사람 피해 안 주고 뛰는 모습까지 배려심 깊어 보인달까?(웃음) 조 하나가 예쁘면 열이 다 예뻐 보이는 법이지.(웃음) 정 근데 이종원은 농담처럼 불륜 전문 배우라고 하는데 여기서 강직하고 선한 노동운동가로 나왔잖아. 근데 또 불륜이야.(웃음) 물론 안타까운 사연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종원은 <에덴의 동쪽>에 우정출연하고 <바람의 나라>에 출연하는데 여기서 정진영의 아들로 나온다. 이종원이 정진영의 아들이라는 것도 좀 어색한데 일곱살 먹은 꼬마와 훗날 송일국이 되는 갓난아이와 형제로 나온다. 그림이 너무 이상한 거지.(웃음) 조 성인 연기자들로 바뀌면서 기우뚱하는 <에덴의 동쪽>에 비하면 <바람의 나라>는 성인 연기자들이 두루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는 한데 나도 그 그림은 좀 납득이 안 되더라. 아들딸 같은 동생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양새가 영…. 어쨌든 <에덴의 동쪽>은 요즘 상한가인 <엄마가 뿔났다>와 함께 나이 든 거장들의 힘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에 비하면 트렌디 드라마들은 유난히 요즘 맥을 못 춘다. 이지아 캐릭터는 별로 설득이 되지 않아
정 홍진아·홍자람 자매가 쓴 <베토벤 바이러스>는 그런 점에서 새로운 트렌디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준다.
조 <베토벤 바이러스>는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데 <노다메…>가 이 드라마에 약이자 독이 되는 것 같다. 초반에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꾸 비교를 하게 되니까 떨어지는 점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정 <노다메…>에 비하면 아직 드라마가 차진 느낌은 아닌데 김명민 때문에 본다. 김명민처럼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뛰어나게 소화해내는 배우도 없다. <꽃보다 아름다워>에서의 어둡고 고독한 캐릭터부터 <불량가족>의 깡패나 이순신, 장준혁 모두 성격이 다른데 각자 엄청난 포스를 뿜지 않았나.
조 여기서는 코믹 연기가 압권이다. 그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로 강아지를 어루만지며 “토벤아~!” 부를 때는 진짜 뒤집어진다. 김명민 좀 짱이다.
정 앙드레김 같은 거지.(웃음) 본인은 진지한데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근데 여기서도 그렇고 <하얀 거탑> 때도 그렇고 김명민은 나쁜 남자 역을 많이 했는데 그가 연기한 캐릭터를 보면 왜 여자들이 나쁜 남자한테 빠지는지 알 수 있다. 까칠하지만 뭔가 있어 보이고 못됐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조 사실 김명민이 나오기 전까지는 좀 지루했는데 그가 나오면서 몰입하게 되더라. 배우 하나의 힘이 엄청난 거다.
정 반면 이지아 캐릭터는 별로 설득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 취향일 수도 있는데 마음 착하다는 이유 하나로 주변 모든 이에게 민폐 끼치고 항상 사고 치면 누군가, 남자가 곁에 와서 수습해주고, 이런 캐릭터 진짜 별로다.
조 <노다메…>의 노다메와 겹치는 캐릭터다. 오버하고 귀엽고 또 버럭하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노다메를 연기한 우에노 주리와 비교되는데 우에노 주리는 사랑스러움으로 드라마를 완전히 장악한 데 비해 이지아는 주연 자리를 김명민에게 양보한 것 같다. 우리 허세근석이 얘기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장근석이 허세근석 사건 때문에 안티가 너무 많아졌는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이미지 개선했으면 좋겠다. 연기도 잘하고.
정 맞다. 그 나이 때는 누구나 모양 내고 싶고 폼 잡고 싶은 게 정상인데 연예인이라 더 주목해서 바보 만든 것 같아 좀 안타깝다. 그런데 아무래도 귀여운 이미지와는 단절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 같다. 여기서도 수염 기르고 남성미로 어필하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
클래식 문외한도 감동시키는 음악을
조 그래서 종종 보다가 멈칫할 때도 있긴 한데 어쨌든 연기 기초가 탄탄하니까 믿음이 간다.
정 강마에(김명민)는 살리에리 같은 사람이다. 어릴 적에는 친구에게 좌절하고 지금은 강건우(장근석)에게 좌절하고. 이런 설정은 사실 예술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느끼는 좌절이기 때문에 새롭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설정이다.
조 <베토벤 바이러스>가 <노다메 칸타빌레>와 차별점을 긋는 부분이 이 설정이다. 이걸 잘 풀어가면 참신하고 괜찮은 드라마 한 편이 뽑아져 나올 것 같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음악적인 부분이 드라마와 더 밀착됐으면 좋겠다. 임동혁이 나왔던 과거 에피소드가 좋았는데 일단 연주를 기가 막히게 하니까 드라마가 확 살더라. 자꾸 언급해서 미안하지만 <노다메…>처럼 클래식 문외한들도 감동시키는 음악적 임팩트를 주기 바란다.
정 젊은 배우들의 핸드싱크가 대체로 어색하다. 아직까지는 기억에 남는 음악도 없고. 배우들이 좀더 분발해서 아기자기한 개인 연주도 보여주고 음악과 이야기가 찰떡처럼 들어맞는 드라마를 기대한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에덴의…>와 <베토벤…>을 먼저 짚어봄 가을과 함께 새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작 전부터 스페셜회를 방영하며 뻑적지근하게 가을드라마 전쟁의 포문을 연 <에덴의 동쪽>(문화방송)을 비롯해 사극의 절대강자 송일국을 내세운 <바람의 나라>(한국방송),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로 일컬어지는 <베토벤 바이러스>(문화방송) 등이 먼저 레이스를 시작했고, <타짜>(에스비에스), <바람의 화원>(에스비에스) 등 기대작들이 줄을 잇는다. 스타와 물량이 총동원된 이 전쟁의 승리자는 누가 될까? 누가 되든 드라마 팬들은 즐겁고 설레는 계절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왼쪽)와 작가 조진국씨가 가을 레이스에서 먼저 눈에 띄는 두 작품 <에덴의 동쪽>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짚어봤다. 결론은? 우리 범이 잘 컸다! 김명민씨, 사랑해요~! 정석희 얼마 전에 <진짜 진짜 좋아해>라는 뮤지컬을 보게 됐다. 7080을 겨냥한 뮤지컬인데 사실 나는 회고조의 옛날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뮤지컬에서 그 옛날 명동의 유명했던 고고장 ‘마이하우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짜 옛날 생각이 나더라. 같이 갔던 친구는 “남편을 마이하우스의 고고팅에서 만났다”며 킥킥거리고, 삽입곡인 ‘젊은 연인들’을 들으면서 이 노래를 남편과 불렀던 약혼식도 떠오르는 거다. 옛날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보면 진부한 느낌이 들면서도 이런 추억들이 떠올라서 열심히 보게 된다. <에덴의 동쪽>도 그렇다. 노동운동가 이종원, 또 불륜이야?
젊은 배우 김범을 재발견한 <에덴의 동쪽>. 문화방송 제공.
정 이 드라마도 초반에 아역들이 잘해 줬다. <왕과 나>처럼 초반에 아역이 너무 잘하면 후반에 연결이 안 돼서 김 팍 빠지는 드라마도 있어서 은근히 걱정될 정도였다. 그런데 벌써 성급하게 판단할 건 아니지만 호화 캐스팅임에도 성인 역으로 바뀐 배우들이 아역들에 비해서는 임팩트가 약해진 것 같다. 조 정말 6회까지는 연기 못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아역뿐 아니라 이미숙이나 조민기 같은 중년까지 무슨 연기 전쟁이 아닐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대단했다. 그중에서도 김범은 완전히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귀여운 꼬마 하숙범이 이렇게 진지하면서도 비장미 있는 연기를 소화해 내다니 소년에서 남자로 갑자기 커버린 것 같다. 정 맞다. 이제는 귀여운 소년이 아니라 완성도를 갖춘 연기자가 됐다. <하이킥> 때만 해도 정일우, 김혜성, 김범이 고만고만한 신인 연기자였는데 김범이 치고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미래가 기대된다. 좀 엉뚱한 이야기지만 난 <에덴의 동쪽>에서 김범이 자동차 추격하는 신이 좋았다. 왜 보통 추격신이면 뛰다가 리어카 뒤엎고 사람들 넘어뜨리고 그러는데 얘는 그러지 않고 혼자 막 뛰잖나. 다른 사람 피해 안 주고 뛰는 모습까지 배려심 깊어 보인달까?(웃음) 조 하나가 예쁘면 열이 다 예뻐 보이는 법이지.(웃음) 정 근데 이종원은 농담처럼 불륜 전문 배우라고 하는데 여기서 강직하고 선한 노동운동가로 나왔잖아. 근데 또 불륜이야.(웃음) 물론 안타까운 사연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종원은 <에덴의 동쪽>에 우정출연하고 <바람의 나라>에 출연하는데 여기서 정진영의 아들로 나온다. 이종원이 정진영의 아들이라는 것도 좀 어색한데 일곱살 먹은 꼬마와 훗날 송일국이 되는 갓난아이와 형제로 나온다. 그림이 너무 이상한 거지.(웃음) 조 성인 연기자들로 바뀌면서 기우뚱하는 <에덴의 동쪽>에 비하면 <바람의 나라>는 성인 연기자들이 두루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는 한데 나도 그 그림은 좀 납득이 안 되더라. 아들딸 같은 동생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양새가 영…. 어쨌든 <에덴의 동쪽>은 요즘 상한가인 <엄마가 뿔났다>와 함께 나이 든 거장들의 힘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에 비하면 트렌디 드라마들은 유난히 요즘 맥을 못 춘다. 이지아 캐릭터는 별로 설득이 되지 않아
김명민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베토벤 바이러스>.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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