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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권은 이슬람이 고향이래요

등록 2008-10-08 19:17수정 2008-10-11 10:28

대만 야시장에서 파는 만두.
대만 야시장에서 파는 만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중국에서 유럽까지 전세계에 퍼져 있는 만두의 기원과 다양한 조리법
만두는 코즈모폴리턴적인 음식이다. 고기나 야채·치즈 등을 밀가루로 만든 전병이나 빵으로 둘러싸 익힌 음식은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 존재한다. 이런 문화의 우연을 학자·요리사들도 잘 설명하지 못한다. 각 나라 만두의 기원에 대해서도 설명이 분분하다. 각 나라 만두의 기원·맛·조리법 등을 알아봤다. 김신 요리사, 이탈리아 레스토랑 논나 주방장 박찬일 요리사로부터 도움말을 받았다.

◎ 만터우(饅頭) : 밀가루에 효모를 넣어 반죽해서 찐 음식으로, 원래 중국에서는 소가 없는 찐빵을 가리킨다. 한국인이 쓰는 ‘만두’라는 말과 의미가 조금 다르다. 만터우의 기원에 대해서 중국 삼국시대 때 촉의 제갈공명이 남만의 맹획의 반란을 진압하러 출정할 때 인간의 머리로 제사 지내는 풍습을 바꿔 밀가루를 반죽한 만두피로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를 싸서 쪄낸 데서 유래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송나라 문헌 <사물기원>에 나온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사가 장징은 이를 속설이라고 반박한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3세기에 이미 밀가루 발효 기술이 확립됐다는 것이다. 중국 진나라(기원후 280~420년) 때 문헌인 <잡제법>에는 조상에게 지내는 봄제사 때 만터우, 라오완(牢丸) 등을 제상에 올린다는 대목이 있는데, 라오완은 지금의 고기만두와 비슷한 음식이다.

최초의 만두는 제갈공명의 작품?

서울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주문한 군만두.
서울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주문한 군만두.
◎ 자오쯔(餃子) : 한국인이 보통 만두라고 하는 음식, 즉 밀가루를 반죽해 발효과정 없이 약간 숙성만 시킨 뒤 얇게 민 다음 다진 고기나 채소 등을 넣고 찐 음식이 원래 자오쯔다. 지금은 돼지고기가 대세지만, 예전엔 양고기도 많이 쓰였다. 군만두, 물만두, 찐만두는 이 자오쯔를 조리법으로 구분한 것이다. 군만두는 전날 먹고 남은 만두를 이튿날 먹기 위해 조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만두피도 자오쯔마다 다르다. 구운 자오쯔의 경우 강력분(차진 밀가루. 딱딱한 성질의 밀로 만들어 끈기가 많음)을 써서 얇고 탄력이 있으면서도 열이 잘 통하고 잘 찢어지지 않는 만두피를 만들었다. 찐 자오쯔의 경우 피를 굳이 얇게 만들 이유가 없기에 어느 정도 두께가 있다. 대신 접합부분이 너무 두껍지 않도록 만들어 탄력이 있도록 했다. 물 자오쯔는 강력분만으로는 만두피가 우동처럼 단단해져 버리므로 박력분(무른 종류의 밀로 만든 밀가루. 단백질과 끈기가 적으며, 주로 비스킷이나 튀김에 씀)을 섞어 부드러움과 쫄깃함을 살렸다.

◎ 바오쯔(包子) : 바오쯔는 자오쯔보다 더 크고 만두피를 만들 때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킨다. 바오쯔의 속을 단팥으로 채우면 한국에서 겨울철 편의점에서 파는 ‘찐빵’이 된다. 이른바 ‘만두호빵’이 바오쯔에 해당한다. 바오쯔는 크고 저장이 가능했으므로 추운 북쪽 지방에서 식사 대용으로 많이 먹었다. 부추와 마늘을 넣어 고기의 느끼함을 누르고 따뜻한 차를 함께 마시면서 소화를 돕는다.

◎ 춘쥐안(春捲) : 춘권. 밀가루를 반죽해 껍질로 삼고 고기와 채소를 싸서 튀긴 음식. 미국·유럽에는 스프링 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춘쥐안이라는 용어가 중국에서 사용된 것은 불과 100년밖에 되지 않지만 춘쥐안과 비슷한 음식에 대한 기록은 13세기 원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나라 때 문헌에 ‘쥐안젠빙’(捲煎餠)이라는 음식의 조리법이 나온다. 물에 반죽한 밀가루를 펴서 그 위에 호두, 잣, 꿀, 다진 양고기, 파 등을 넣은 뒤 기름에 튀긴다. 문헌에 ‘회회식품’, 즉 회회(이슬람)족의 음식으로 정의된 것으로 볼 때, 춘쥐안의 원류는 이슬람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려가요 ‘쌍화점’은 고려 여인과 만두를 파는 회회아비(이슬람 사람을 부르던 말)의 사랑을 노래했다. 이슬람에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다는 말이다.

딤섬.
딤섬.
라비올리.
라비올리.



만두는 소 맛, 라비올리는 피 맛

◎ 딤섬(点心) : 한국말로 발음하면 ‘점심’인 것처럼, 코스요리 중간에 차와 함께 먹는 수백 종류의 가벼운 음식류를 총칭하는 말이다. 새우나 고기로 속을 채운 딤섬은 사실상 만두와 비슷한 맛을 낸다. 그러나 만두피가 훨씬 얇다. 광둥과 대만 등 중국 남부에서 발달했다.

◎ 라비올리 : 이탈리아 북부와 프랑스 남부에서 발달한 파스타의 한 종류. 고기나 야채는 물론 치즈나 꿀도 속을 채우는 데 쓴다. 한국식 만두처럼 만두피를 한 장씩 덮어 만들어도 되고, 반죽을 넓게 펴서 소를 군데군데 채운 뒤 다른 반죽 한 장을 덮어 라비올리 틀로 찍거나 소를 중심으로 칼로 썰어 만드는 방법도 있다. 한국의 만두는 소를 먹기 위해 만든다면 이탈리아 라비올리는 만두피를 먹기 위해 만든다고 봐도 된다. 라비올리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3세기 문헌이다. 박찬일 요리사는 중국의 만두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탈리아는 물론 러시아, 우크라이나, 티베트, 터키, 독일, 유대 음식에도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 존재한다.

사모사.
사모사.
◎ 토르텔리니 :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만두 같은 파스타. 주로 다진 고기로 속을 채운다.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지역에서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크림이나 라구 소스로 조리해 먹는다. 모양은 비슷한데 조금 더 큰 것을 토르텔로니라고 부른다.

◎ 사모사 : 인도 북부와 네팔 남부에서 먹는 일종의 만두. 감자나 야채로 소를 만든다. 서울 동대문의 인도·네팔 음식점 ‘에베레스트’의 구룽 사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모사는 주식이 아닌 간식으로 많이 먹는 대중적인 서민 음식이다. 요구르트나 고추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다. 모모는 네팔 북부와 티베트에서 먹는 만두다. 한국식 만두와 비슷한데, 야채가 별로 없고 거의 고기로 소를 만든다. 야채는 오직 양파만 조금 넣는다. 물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으로 만두소를 만든다.

※ 참조〓<최승주와 박찬일의 이탈리아 요리>(박찬일·최승주 지음·리스컴),<공자의 식탁>(장징·뿌리와이파리), 위키피디아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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