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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싶은 유기농 만화

등록 2008-10-15 19:07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
[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마녀> <해수의 아이> 등 신비로운 이야기를 그려온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리틀 포레스트>(세미콜론 펴냄)가 출간됐다. 작가는 전작 <영혼>에서 이야기마다 직접 해 먹은 음식을 등장시켰는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음식 이야기만 그렸다. 도호쿠의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자급자족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가 직접 보고 겪고 만들어 먹은 이야기다.

‘먹는 것이야말로 인생이다.’ <리틀 포레스트> 표지에 써 있는 말이다. 주인공은 일본 도호쿠 지방의 작은 마을 고모리에 산다. 직접 기른 야채와 쌀로 매일 먹는 반찬부터 된장, 명절 떡까지 해 먹는다. 먹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네의 인생은 천천히 흘러가는 셈이다. 일본식 수제비인 히쓰미는 반죽을 해서 두 시간은 재워둬야 쫄깃한 맛을 볼 수 있다. 낫토는 삶은 콩을 볏집에 넣고 멍석에 말아서 눈속에 묻어 사흘 동안 발효시킨다. 산수유 잼은 씨를 빼내고 소쿠리로 걸러낸 다음 중량의 60% 만큼 설탕을 넣고 거품을 걷어내며 몇 시간씩 졸인다. 뱀발은 밭에 나는 잡초지만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그러려면 세심하게 다듬고 데치고 무쳐야 한다.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만든 음식은 밀도가 높은 만큼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산수유 잼에는 마을에서 함께 살았던 남자의 추억이, 우스타소스에는 장난기 많았던 엄마에 대한 기억이 들어 있다.

볼펜으로 그린 그림은 금방 쪄낸 감자처럼 포슬포슬한 느낌이라 그려놓은 음식마다 다 먹고 싶어진다. 신선한 유기농 야채로 만든 여유식(슬로푸드)이라니, 종이를 찢어 먹어도 건강에 좋을 것 같다. “과자에도 멜라민 들었고, 아이스크림에도 멜라민 들었어.” 주말에 다섯 살 꼬맹이를 데리고 슈퍼에 갔더니 어디에 뭐가 들었는지 줄줄이 읊어대고는 태연히 과자를 집어 들었다. 주기적으로 글루타민산나트륨(MSG)과 트랜스지방을 섭취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나로선 아이를 제지할 ‘말발’을 세울 수가 없었다. 뭔가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필요하다.

김송은/만화전문지 <팝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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