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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사이트 믿습니까?

등록 2009-03-11 21:19수정 2009-03-14 14:46

맛집 사이트 믿습니까?
맛집 사이트 믿습니까?
[매거진 esc]
인터넷으로 옮겨간 맛집 정보 주도권…사용자 참여로 신뢰도 쌓지만 전문성 논란도

개미는 보잘것없다. 그러나 개미 떼는 거대한 개미집을 만든다. 집단지성이다. 곤충학에서 생긴 이 개념을 인터넷에 적용시키는 학자도 있다. 이들에게 누리꾼이 참여해 완성하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의 좋은 사례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쟁이 벌어졌던 다음의 토론장 아고라도 집단지성의 사례로 언급된다.

특급호텔 요리사들도 이용한다네

젊은이들이 신문·방송 등 올드 미디어의 맛집 소개보다 인터넷 외식 정보 사이트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도 집단지성의 예가 될 수 있을까? 이들은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식당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는다. 풍화작용을 통해 바위가 깎이듯, 논박을 통해 식당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낸다.

맛집·음식에 대한 정보의 주도권이 인터넷으로 넘어간 것은 의심하기 어렵다. 네이버 키친(today.kitchen.naver.com/month_view.nhn)의 1주일 평균 방문자 수는 약 110만명이다. 파워 블로거가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거, 맛집을 말하다’ 목요일 섹션의 하루 평균 페이지뷰만 63만에 이른다. 윙버스의 ‘서울맛집’ 섹션(r.wingbus.com)은 평균 월 30만명의 순방문자(중복 없는 고유 방문자)를 기록한다. 메뉴판닷컴(www.menupan.com)의 한 달 방문자는 약 150만명이다. 하루 5만명꼴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젊은이들은 <자갓 서베이> 같은 전통적 레스토랑 평가서보다 맛집·생활정보 사이트인 시티서치(www.citysearch.com)를 이용한다. 이어지는 댓글을 통해 레스토랑 비평이 이뤄진다.

외식 정보 사이트가 기존 매체와 가장 다른 점은 사용자의 참여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네이버 키친 파워 블로거가 되려면 1년 이상 꾸준히 글을 올리고 누리꾼들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다음 미즈쿡(cook.miznet.daum.net)은 맛집 정보를 따로 제공하지 않고 레시피 아래 해당 레시피와 관련된 맛집 정보를 제공한다. 맛집은 별점·리뷰 수·조회 수 등에서 상위에 오른 맛집 6곳이 보인다.


신문·잡지 등 기존 매체의 맛집 정보는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줄었다. 사진 박미향 기자
신문·잡지 등 기존 매체의 맛집 정보는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줄었다. 사진 박미향 기자

윙버스나 메뉴판닷컴은 댓글과 답변을 통해 논쟁이 이뤄지는 다음 아고라를 닮았다. 4명의 윙버스 편집진이 1년 이내에 일정 수 이상의 블로거에게 추천을 받은 맛집을 검토한 뒤 목록에 올린다. 목록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평가놀이’가 이뤄진다. 격렬하게 찬반이 오간다. 윙버스는 “사용자들이 ‘안 좋다’고 평가한 것도 의미 있는 정보”라고 말했다. 메뉴판닷컴도 ‘맛집 신문고’라는 참여 시스템을 만들었다. 누리꾼이 레스토랑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올리면 다른 사람이 댓글로 찬반을 표시한다. 이들의 영향력을 식당 운영자들도 실감한다. 메뉴판닷컴은 “음식점에서 맛집신문고 게시판을 주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윙버스의 경우 식당으로부터 광고를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는데도, 레스토랑에서 한 달 20~30건 홍보 문의 전화를 받는다.

우려도 나온다. 이들 사이트 참여자 대부분이 요리 전문 지식이 없는데도 검증되지 않은 권력을 식당에 행사한다는 비판이다. 소수 파워 블로거의 평가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윙버스는 “윙버스에는 블로거 리뷰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일반 사용자들의 평가도 함께 제공된다. 윙버스 이용자들은 블로그 리뷰뿐만 아니라 다른 사용자들의 평가도 함께 고려해 (맛집을) 선택하기 때문에 소수 파워 블로거의 평가에 전적으로 영향받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평가받는 쪽에 있는 요리사들은 외식 정보 사이트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 시내 특급호텔 요리사 6명에게 외식 정보 사이트를 이용한 적 있는지, 신뢰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예상외로 대부분 믿을 만하다고 답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콜드키친’의 장성열(39) 주방장은 “30%는 맞고 30%는 과장되고 40%는 틀리지도 맞지도 않은 것 같다”고 비교적 짜게 점수를 줬다. 그러나 같은 호텔 ‘파리스 그릴’의 이서균(34) 주방장은 “요리사들의 정기 모임이 있어 외식 사이트 방문을 많이 한다. 맛집 사이트가 지역·메뉴별로 구성이 잘되어 있다”고 밝혔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카페 ‘아미가’의 남정석(31) 조리사도 ‘집단지성’에 우호적이었다. 그는 “평소 맛집을 찾아다닐 때 네이버 블로그를 많이 이용하고, 메뉴판닷컴도 이용한 적 있다. 평가는 (요리사가 아닌) 일반인이 하고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므로 100%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외식 산업이 발전하면서 일반인들의 음식에 대한 정보와 평가 수준이 높아졌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아미가’의 신재근(40) 계장도 같은 취향의 블로거로부터 정보를 많이 얻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블로그 마케팅이 다수를 고용해 (식당을) 포장하는 데 목적을 둔다면 이는 손님을 우롱하는 행위일 것이다. 맛이란 개인의 주관에 따른 선택이므로 다수의 선택에 의한 객관화된 점수로 악용되는 것은 문제”라고 경계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프랑스식 레스토랑 ‘시즌즈’ 배인호(38) 부주방장은 “외식 사이트에서 호텔에서 필요한 메뉴와 외식 트렌드를 읽는다. 충분히 공신력이 있다”고 밝혔다. W서울워커힐호텔 총주방장 키아란 히키도 “여러 음식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조리법 등 훌륭한 자료가 무궁무진하고 트렌드와 푸드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 사이트인 www.epicurious.com, www.waitrose.com, www.andyhayler.com 등을 자주 찾는다고 밝혔다.

평가와 찬반토론 통한 집단지성 될까?

젊은이들이 맛집 사이트에 몰리는 데는 신문·잡지·지상파 방송 등이 독자·시청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탓도 크다. 싸이월드 식도락클럽(yepok.cyworld.com) 남녀 회원 4명에게 올드 미디어가 아닌 인터넷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기존 매체의 맛집 정보는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식도락 동호회나 즐겨찾기를 해 놓은 블로거를 통해 맛집 정보를 얻었다. 이들은 “신문기사 등은 신뢰할 수 없다. 연재에 쫓겨 아무 집이나 기사화한다. (신문에 난) 맛집은 이미 다 소개가 되었다”(아이디 삐리고)거나 “신뢰할 만한 입맛을 가진 분들의 경험담이 기사 등에 비해 훨씬 믿을 만하다. 먹는 걸 낙으로 삼는 것과 일로 삼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아이디 햇살청년)고 답했다.

개미들은 뭉치면 나무를 갉아 쓰러뜨리고 거대한 집을 짓는다. 지금 인터넷에서 누리꾼이라는 개미들이 정보의 서식지를 만들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기존 매체는 덩치 큰 코끼리다. ‘신뢰도’라는 영토를 사이에 두고 개미 떼와 코끼리가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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