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전문점 코코로의 차슈벤또. 미타니야 용산 본점의 가츠동(사진 왼쪽부터).
[매거진 esc]
깔끔함·가격경쟁력·트렌디함 3박자로 한국 젊은이들의 입맛 공략하는 돈부리·벤또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홍보실의 쓰노다 기미는 한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녔지만, 가끔 어머니가 집에서 해주시던 벤또(도시락)나 돈부리(덮밥) 맛이 그립다. 한국인 남편이 좋아했다면 집에서 만들어 먹을 테지만, 남편은 그것들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고향은 시코쿠섬 도쿠시마다. 일본을 구성하는 네 섬 가운데 남쪽에 있다. 일본에 계신 어머니는 그가 어릴 적 때때로 돈부리를 해주셨다. 벤또를 싸들고 외출하기도 했다. 일본 도시락은 지역마다 들어가는 반찬이 다르다. 공통 반찬 몇 가지에 그 지역의 특산물이 추가된다. 도쿠시마식 도시락에는 생선조림, 우메보시(일본식 매실장아찌), 감자, 호박, 당근 등이 들어간다. 반면 다른 지역 벤또에는 일종의 고등어초회인 시메사바 같은 반찬을 넣는다. 쓰노다는 고향의 벤또가 그리울 때, 직장 근처의 ‘가츠라’ 광나루역지점에서 돈부리를 사 먹는다.
점심시간 시작 전에 꽉 차는 식당
<티브이 아사히>의 오카모토 군지 특파원은 2007년부터 3년째 ‘다이내믹 코리아’를 취재하고 마감하느라 정신없다. 쉴 틈 없이 취재하고 마감하다, 고향 생각이 나면 홍대앞을 찾는다. 가게는 좁지만 맛이 좋아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돈부리’에서 가츠동(돈가스덮밥) 한 그릇을 비우면 입맛이 되살아난다. 그 음식이 주는 힘을 목발 삼아 지난해 초 촛불집회 등 쉴 새 없이 한국발 기사를 마감했다. 티브이 아사히 서울지국이 자리한 태평로 프레스센터 9층에서 밤마다 촛불 물결을 바라보며 ‘다이내믹 코리아’를 실감했다. 그는 동부이촌동의 일본음식점 ‘미타니야’도 종종 찾는다. 이곳의 가츠동도 깊은 맛을 낸다.
돈부리·벤또 등 ‘간편한 일본식’을 찾는 건 일본인만이 아니다. 이들 요리의 맛에 빠진 한국 젊은이들도 많다. 지난 8일 낮 오카모토 군지가 자주 찾는다는 홍대앞 돈부리를 찾았다. 가게는 그리 넓지 않았지만 아담했다. 11시50분인데도 이미 자리가 꽉 찼다. 주방 앞에 바 형태로 된 좌석을 하나 차지하고 앉았다. 대표 메뉴라는 가츠동을 주문했다. 주문이 밀려 시간이 15분쯤 걸렸지만, 직원들이 손님을 배려하는 서비스는 나쁘지 않았다. 장국을 비우자 다른 곳에 서 있던 직원이 이를 보고 먼저 다가와 국을 추가해줬다. 돈가스의 돼지고기 식감이 촉촉했다. 신선했다. 돈부리의 맛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소스다. 약간 달았지만 기분 나쁜 정도는 아니었고, 씹고 삼킨 뒤끝에 남는 감칠맛이 괜찮았다. 양도 남성 1명이 배불리 먹을 정도로 많았다.
또다른 홍대앞 덮밥집인 ‘오자와’를 찾았다. 7000원짜리 오야코 돈부리(닭고기덮밥)를 주문했다. 달걀과 어우러진 맛이 나쁘지 않았고, 닭고기의 식감도 신선했다. 돈부리보다 소스의 맛은 덜 강했다.
이날 저녁 일본식 도시락집 ‘코코로’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보며 ‘벤또 맛이 뭐가 그리 대단하기에?’라는 궁금함이 생겼다. 오후 5시 저녁 영업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줄을 서야 했다. 처음 왔다고 말하자 가장 일반적이라며 차슈(간을 한 돼지고기 편육) 벤또를 추천했다. 주문이 밀린 탓인지 음식은 15~20분쯤 지나 나왔다. 전반적으로 손님에 대한 배려는 나쁘지 않았다. 원형 나무통 바닥에 식초로 간을 한 밥 위에 반찬을 올렸다. 차슈, 곤약, 생강, 단무지, 우메보시, 달걀말이, 어묵 등이었다. 차슈나 어묵, 달걀말이 식감은 신선했다. 밥도 고슬고슬했다.
일본식 간이식이 뜨는 이유는 뭘까? 일본 패션과 대중문화처럼, 이들 간이 일본식은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된다. 음식 자체로 봐도 비교적 저렴하고 맛도 괜찮다. 실제로 올해 홍대앞에 ‘코코로’를 개업한 김찬혁 사장은 일본 음식이 트렌디한 문화로 소비되는 점을 염두에 뒀다. 환율 상승으로 올해는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해 2월에만 23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할 정도로 일본 관광이 일반화된 시대다.
김 사장은 홍대앞에서 스페인 레스토랑 ‘엘 쁠라또’를 운영하며 젊은이들의 관심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일식’과 ‘밥집’으로 콘셉트를 좁혔다. 그 가운데서 젊은이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요리를 찾아 도쿄와 오사카의 맛집 골목을 여러 차례 뛰어다녔다. 일본 젊은이들도 벤또를 즐겨 먹었다.
전통 음식과 첨단 유행의 조화
‘보수적인 음식’과 ‘첨단 유행’을 조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김 사장은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요리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유행과 문화로 소비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김 사장의 요리 철학은 ‘보수적’이다. “저는 음식 자체는 퓨전화하지 않습니다. 차슈 벤또 등 7가지 메뉴는 모두 전통적인 일본식 그대로입니다. 차슈 벤또의 경우 한국 젊은이들이 라멘을 통해 차슈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도 참조했습니다.” 손님 바로 앞에서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은 섀기컷(머리카락을 층을 내면서 자르는 방법)을 하고 체크무늬 굵은 뿔테를 꼈다. 겉모습도 트렌디했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최근 인기인 간이 일본식 식당은 음식 못지않게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코코로의 내부 모습.
미타니야 본점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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