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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김선아 남녀 커플 그 이상

등록 2009-05-20 18:23수정 2009-05-21 11:51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esc] 너 어제 그거봤어?




현재 방영중인 수목드라마를 두고, 유난히 ‘삼파전’이라는 수사가 따라붙었다. 스크린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황정민, 이 둘이 모이면 어떤 콤비가 될지 궁금했던 김선아·차승원. 개인사로 바빴던 권상우의 1인2역까지 같은 시간대에 볼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출사표를 던진 시점부터 화제를 모았던 <신데렐라맨>(문화방송), <시티홀>(에스비에스), <그저 바라보다가>(이하 <그바보>·한국방송)가 벌이는 결투는 얼마나 뜨거울까? <10 아시아>(www.10asia.co.kr)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왼쪽)과 최지은 기자가 세 드라마를 곱씹어봤다.

스크린 톱스타들 경쟁 치열한 지상파 수목극 3파전
‘신데렐라맨’ 90년대 코드, ‘그바보’ 황정민 열심히는 하는데

최지은(이하 최) 수목드라마가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한 지 3~4주가 지났다.

백은하(이하 백) <내조의 여왕>의 승부수에 비하면 수목드라마는 어느 하나가 폭발적이진 않다. 출연 배우들 면면만 보면 굉장한 싸움이 나야 할 것 같은 전투인데 말이다.

엄청난 대결구도를 기대했는데 막상 조용한 거지.

‘신데렐라맨’ 홈쇼핑 방송보다 지루한

동시간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수목드라마 <시티홀>, <신데렐라맨>, <그저 바라보다가>.
동시간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수목드라마 <시티홀>, <신데렐라맨>, <그저 바라보다가>.

<신데렐라맨>에서 권상우의 좌초는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이미 <못된 사랑>의 부진을 겪었고 여러 개인사도 있었고. 윤아는 일일드라마에서 국민며느리 이미지를 저변에 깔아놓은 상태였다. 이 둘의 시너지를 볼 수 없다. <신데렐라맨>의 문제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거다.

나도 기사 썼는데 무플이었다. 화제가 되지 않는 건 드라마 자체가 진부한 코드를 진부하게 보여주고 있어서다. 첨단 유행을 선도하는 거대한 패션회사와 동대문 패션이 경쟁한다는 대결구도다. 재벌 3세와 동대문이라, ‘왕자와 거지’류의 이야기인데 여기서 권상우의 1인2역 캐릭터가 쌍둥이였다는 게 이미 암시돼 있다. 패션을 다루는 방식이 90년대 드라마에 비해 얼마나 새로워졌나 의심스럽다. <신데렐라맨>에서 보여주는 패션은 90년대 <모델>, <토마토> 같은 드라마에서 봤던 것 같다.

잘 활용하면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를 제대로 활용 못하고 있다. 구성요소 자체로 봤을 땐 꽤 괜찮은 걸 괴상한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별 관심이 안 가는, 빤한 기성복 같다.

모든 면이 예측 가능해서다. 캐릭터의 행동, 갈등, 대사, 벌어질 상황까지. 패션회사에 대한 드라마를 한두 번 본 게 아니어서 더 그렇다. 이야기와 캐릭터 안에서 주인공들도 어떤 매력도 드러내지 않는다. 요새 사람들은 돈 중요한 거 다 아는데 동대문의 오대산은 제벌 3세가 자기랑 위치 바꾸자고 해도 자존심을 세운다.

왕자와 거지 역할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 특별한 인상을 느낄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계급이 바뀐다는 이야기면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옷만 갈아입었다 뿐 오대산일 때의 권상우와 재벌일 때의 권상우는 차이가 전혀 안 보인다.

차이 보여주겠다고 와인 마시는 법이나, 매너 가르치는 장면 나왔잖아. 옛날이었다면 “오오” 하면서 보겠는데 전혀 신기하지 않다. 진부한 이야기를 뛰어넘으려면 배우가 신들린 변화를 보여주든지~(웃음). 고급 패션도 동대문의 개성도 아닌, 정말 홈쇼핑 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요새 홈쇼핑 얼마나 재밌는데!(웃음) <그저 바라보다가>는 김아중과 황정민으로 시선을 끌었다.

제목이 <식스먼스>였다가 <그저 바라보다가>가 됐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제목이 드라마의 뉘앙스와 분위기를 많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영향이 적지 않다. 위에서 외래어로 제목 짓지 말라고 했다던데, <신데렐라맨>과 <시티홀>은 다 외래어다.

결국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뭘까? 순한 드라마를 지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순정형 남자, 그녀를 잡을 수 있는 건 돈도 권력도 아니고 그저 순정이라는 걸 보여줬던 배창호 감독의 80년대 영화가 떠오른다. 바보 같은, 그러나 그 시대엔 통했던 텍스트가 <그바보>의 원형 같은 느낌이다. 헌데 여기서 문제점은 구동백이라는 캐릭터가 왜 그리도 김아중에게 순정을 바쳐야 하는가가 빠져 있단 거다. 팬이었단 설명 외에는 한 남자가 자기의 인생이 걸린 문제를 왜 희생하는지 설득이 안 된다. 남자의 순수성으로 엄청나게 착한 세상 판타지를 심어놓는다.

<그바보>는 하늘의 별 같은 여자와 평범한 우체국 직원 남자를 보여준다. 여기서 남자를 둘러싸고 있는 평범한 세상이 <그바보>에선 우체국이다. 극중 제일 재밌는 게 우체국 신인 거 같다. 우체국 조직이 자기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로 인해 쪼잔하게 즐거워하는 장면이 재밌더라. 극중 톱스타인 김아중은 엄마 수술비 벌기 위해 선생님 되려던 꿈을 접고 배우가 된 거다. 그렇게 힘들게 벌었으면 한 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텐데. <신데렐라맨>과 <그바보>는 지금 사람들이 그렇게 목을 매는 자본에 대해서 너무 피상적으로 드라마틱하게만 보여준다.

팬이라고 그렇게 명령만 하면 쓰나

김아중이 연기하는 한지수는 계급 상승을 이룬 여자다. 그걸 사랑이라고 표현하지만, 시장 후보 아들인 진짜 애인에겐 거의 절대적인 복종을 한다. 극중 김아중은 자신이 이룬 것들을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데 그 의지와 행동이 일관성 없다. 구동백이 하는 행동의 동력 자체도 너무 미약하다. 동력을 만들어내는 건 결국 김아중의 캐릭터인데 구동백의 행동을 바보짓처럼 보이도록 만드니~. 그가 자기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명령한다.

황정민은 <그바보>에서 구동백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황정민으로 보이더라. 같은 시간대 <시티홀>은 <파리의 연인> 등 ‘연인’ 시리즈와 <온에어>를 히트 쳤던 김은숙 작가의 야심작이다. 류시원 대신 차승원이 합류하면서 로맨틱코미디로 막강한 김선아와 붙어서 엄청난 탄력을 받지 않을까 기대했다.

시청률보다 화제성 부분에서 아직 기대만큼은 폭발적이진 않다.

정치드라마는 아니지만 인주시청을 배경으로 한 정치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첫방송 날이 재보궐선거일이었다. 드라마에선 시의회, 시장 비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자막으로 개표 결과가 뜨는데 재밌더라. 신미래라는 10급 공무원이 있고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조국이란 부시장이 부임해 오고, 시청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추상미가 허위의식으로 뭉친 시의원인 민주화를 무척 코믹하게 보여주는데 때 되면 시장 가서 “이거 맛있겠네요, 얼마예요?” 하면서 “500원 깎아달라!”고 떼쓰다 할머니에게 혼난다. 보고 있으면 재미있을 정도의 풍자다. 그런데 왜 사람들의 이름을 그런 식으로 했을까? 부정한, 민주화, 조국 등 대중적으로 캐릭터들을 편하게 뿌리내리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쫌~.(웃음)

김은숙을 아주 깊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신 굉장한 흥행사 감각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동시대의 떠도는 기운들을 가장 빠르게 잡아 자기 드라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사람인 것 같다. 그게 작명 센스일 수도 있겠다. <시티홀>은 거대한 캐릭터쇼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게 이름으로 대표되는 캐릭터쇼로 응집되는 지금의 예능프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신미래를 비롯해서 모든 인물이 각자 캐릭터의 본분에 굉장히 충실하다. 이 캐릭터들은 자신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없다. 그래서 분명한 캐릭터와 캐릭터가 부딪쳤을 때 일어나는 화학작용이 있다. 아직 반응과 반응 사이가 켜켜이 쌓이는 느낌은 없지만.

<시티홀>은 날로 먹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좋다. 캐릭터쇼를 하더라도 최대한으로 꼼꼼하게 한다. 시청 인물들도 하나하나 캐릭터가 있다. 누구는 올곧은 척하지만 제일 먼저 배신하고, 조국을 둘러싼 앙상블 같은 캐릭터들이 있다. 조국이 시청 직원들과 짧게 인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도 장면 하나에 캐릭터들의 성격과 디테일이 드러나더라. 아무 의미 없이 민폐 부리거나 차가 무작정 질주하는 식의 장면은 없다. 김 작가 작품에서 에너지가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 아닐까.

‘시티홀’ 캐릭터쇼가 제대로야

김은숙 작가가 ‘연인’ 시리즈에서 갖고 있던 것들에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것 같다. 다음 스텝으로 가는 실험이 얼마만큼의 성공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연기 면에서도 김선아는 차승원과 있을 때 안 밀린다. 차승원이 연기하는 조국도 그간 차승원이 못생긴 척하면서 맡아왔던 캐릭터들을 넘어선, 비주얼적 매력과 냉철한 직업인으로서의 힘이 있다.

김선아가 갖고 있는 독특한 지점이 있다. 차승원과 김선아는 남녀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붙여놓은 느낌이다. 동등한 방식으로 붙은 콤비로 보인다. 이 배우의 여성성이 덜하다거나 매력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뛰어넘는 의미는 획득한 것 같다는 거다.

여기서 오그라들었다!

<그바보>의 자전거 이벤트 “<그바보>의 구동백이 한지수가 버린 돈으로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사준 장면.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아이들이 ‘와!’ 하고 뛰어나오는데, 작위성에 깜짝 놀랐다. 웬 이벤트? 돈 이렇게 좋은 데 썼다고 보여주는 쇼는 구동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규~.”(백은하)

<신데렐라맨>의 자판기 커피 “오대산(권상우)이 좌절한 서유진(윤아)에게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라며 자판기 커피를 뽑아준 장면. 90년대에 끝났어야 할 그 정서, 부끄러웠다. 메아리가 될 정도로 외치지 않아도 된다. 이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말도 제발 그~만!”(최지은)

거기서 빵 터졌다!

<시티홀> 지방정치 “개공원 사업에 의혹을 품은 시의원과 시장의 설전 장면! 로비 받아서 만들어진 게 분명한데, 공원이 시민들의 숙원사업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하는 뻔뻔함이라니. 미묘한 긴장감을 보여주는 요 대목, 신랄했다.”(최지은)

<그바보> “결혼 후회 안 하겠냐는 한지수의 질문에 구동백의 대답. 진짜 슬픈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는 게 아니라, 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라던 그 말. 눈에 안 띄게, 심심하게 살아왔던 이 남자의 진심이 찡 하게 느껴졌다. 무조건 착해서 이 과정을 감내하는 건 아니란 거지.”(백은하)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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