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바야흐로 스타 다큐의 제2라운드다. 우리는 효리가 침대에서 혼자 눈물 훔치는 것도, 서인영이 카이스트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 굴욕 면접을 당하는 것도 이미 다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스타 다큐멘터리는 인간과 스타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영역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5월 이후 케이블 시청률 상위권의 성적을 내는 <닥터몽 의대가다>(엠넷)와 <서인영의 신상친구>(엠넷), 솔비의 <아이스 프린세스>(엠넷)를 비교했다.
스타 다큐 제2라운드 도전장 내민 ‘닥터몽 의대가다’ ‘아이스 프린세스’
엠시몽 뼈 암기 감동이었어… 서인영, 힐튼도 울고 갈 리얼리티쇼 교과서
정석희(이하 정) <닥터몽 의대가다>와 <서인영의 신상친구>, 솔비의 <아이스 프린세스> 세 프로그램은 일단 제목부터 할 말이 많다. 엠시몽이 왜 의대를 가? <아이스 프린세스>는 김연아 선수 후광을 업고 뭐 하려나 싶고. 서인영은 친구마저도 ‘신상으로?’ 하는 생각이 처음엔 들었다. 신광호(이하 신) 시청자들은 무엇보다 엠시몽, 서인영, 솔비의 성실성을 기대한다. 엠시몽이 진짜 의대생이 아니라는 거 뻔히 알면서도 엠시몽의 성실한 자세를 보고 싶어하는 거다. 헌데 지금 솔비는 징징댄다는 느낌을 주더라.
정 스타 다큐의 의미에 대해선 <닥터몽 의대가다>에서 가톨릭의대 교수가 한 말이 정답이 아닐까 싶다. 엠시몽이 전업해 의사가 되는 과정이 아니라 ‘이런 환경에서 의사가 되는구나’ 라는 걸 보여주면 되는 거다. 의대에서 공부하는 이들이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엠시몽을 통해서 솔직하게 보여줄수록 시청자도 흥미를 느낀다.
의료진 틈틈이 개그 연습도?
신 솔비는 잘못했다간 리포터가 현장에 나가 겉돌기식 체험만 해놓곤 생색내는 것처럼 보이겠더라. 직접 해보는 걸 보면서 ‘정말 힘들겠구나’ 하며 응원하는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성실해야 하는데 연습을 그렇게 해도 왜 못할까?
정 솔비는 연습 잘 안 한다.(웃음) 엠시몽이 수업 대리출석하고 땡땡이쳤다는 비난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이건 숲을 안 보고 나무 정도가 아니라, 나뭇잎만 본 결과다. 몽이 인체 뼈 206개 외워 온 거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큐가 86인데, 외워 온 거 너무 대단한 거 같다. 랩하듯이 외우니까 되더라는 몽! 상대방 마음을 잘 읽고 겸손하기까지 하더라. 탈락이니 재시험이니 논란이 됐을 때도 ‘지금 이건 프로그램 스텝과의 갈등이지 교수님과의 갈등이 아니다. 전 지금 교수님을 존경한다’고 말하더라. 이런데 엠시몽을 어찌 안 이뻐할 수 있겠누?
신 솔비는 이 다큐를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한두 시간 때우러 왔다는 느낌을 준다. 최선을 다한 상태에서 결과가 안 나왔다면 내 마음도 안타까움에 같이 타들어 갔을 건데 참 아쉽다.
정 솔비는 김세열 코치한테도 따박따박 덤빈다. 국가대표급인 김세열 코치에게 지도받는 건 어린 선수들에겐 얼마나 꿈같은 일이겠나? 그런데도 계속 투덜댄다. 한번은 음식 남은 걸 싸서 김 코치에게 주고는 ‘이거 사왔다’고 말하더라. 정말 이건 아니잖아 싶었다. 상대에 대한 예의가 기본이다.
신 솔직히 갈라쇼, 지금으로선 ‘안 봐도 비디오’ 아닐까 싶다. 기본 동작이라도 제대로 해주면 좋겠다.
정 최근엔 여자 코치가 붙으니까 나아졌다. 솔비만 말할 게 아니라 기획 자체가 좀 애매하다. 항상 물어보면, ‘나 3개월 있다 갈라쇼 할 거야, 몸무게 빼서 할 거야!!!’ 하는데, 그 쇼를 통해서 뭘 보여주고 싶은지 목적이 없다. 솔비는 <아이스 프린세스>보다 얼마 전 <스타킹>(에스비에스)에 출연해서 살사 출 때가 더 빛나 보이더라. 자기의 능력 안에서 열심히 하는 걸 보여주면 되는 거다. 김연아처럼 해내길 아무도 안 바라니까 큰 부담 없이 성실하면 된다.
신 <닥터몽 의대가다>는 <서인영의 카이스트>(엠넷)처럼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하는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볼만한 이야깃거리들이 있고 젊고 생기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의대생들 은근히 재밌더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팀 닥터가 꿈이라는 88년생 학생도 웃기고. 일반인으로 구성된 또 하나의 예능 프로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신선하다.
정 엠시몽은 <해피 선데이-1박2일>(한국방송)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청자가 호감을 느끼는지를 제대로 훈련한 것 같다. 엠시몽은 강의실 들어가서도 ‘여기 소리나면 큰일 나’ 하는 조심스러운 제스처를 보인다. 강호동한테 그런 예의를 많이 배운 거 같다.(웃음) 가톨릭대에 또 이렇게 재치 있고 매력 있는 의료진들이 많은지도 몰랐다. <하얀 거탑>(문화방송)에 나왔던 무서운 교수들이 아니더라고. 카이스트의 임두혁에 필적하는 권병윤이라는 캐릭터도 나왔다. ‘몽인다클럽’(Mong In Da Club)이라는 동아리도 만들고, 다양한 구실을 하고 있다.
먹다 남은 음식 선물, 이건 아니지
신 생고생하는 엠시몽의 리얼한 모습도 보고, 끼 있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정 솔비의 다큐가 아쉬운 건 아이스링크에서 일어나는 일 외에는 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유명 스케이트 선수인 김민석이 출연해도 제대로 활용(!) 못 하고, 솔비가 라이벌로 느끼던 한 여자선수가 등장했다가도 그냥 물러갔다.
신 경쟁 상대가 등장했을 때 딱 이거다 싶었는데 잠깐 출연하고 가버렸다. 솔비가 안됐다는 느낌도 있다. 몸무게를 재는 것만 해도 젊은 여성으로선 많은 결심을 한 건데 말야. 솔비를 보면 좀 짠할 때도 있다.
정 시청자와 코치를 모두 자기편으로 못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신 분명히 이 다큐는 솔비에게도 좋은 이미지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서인영이 <아이스 프린세스> 와서 솔비를 좀 가르쳐주면 안 될까? 다큐에 임하는 태도 말이다.
정 솔비가 서인영에게 배우려고 할까?(웃음) 많은 이들이 리얼리티 프로를 보면서 서인영이라는 인물을 좋아하게 됐다. 인기 스타의 다큐가 언제나 관심 받는 건 아니다. 지난해 큰 이슈였던 이효리 다큐는 볼거리 많고 솔직했고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았지만 일단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서인영의 다큐는 스타가 직접 재미를 만들어낸다. 바자회나 엠티, 서로의 경쟁 등 다 어딘가의 오락 프로에서 했던 것들인데 서인영은 세련되게 풀어간다. <서인영의 신상친구>에서 서인영은 나하고 코드가 잘 맞는 친구를 선택해야 할지, 나와 다른 사람을 골라서 그 사람에게 뭘 배워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릴 때 연예계에 진출해서 다른 세계의 친구가 없었던 서인영은 친구 후보들을 대하는 데서도 진심이 느껴진다.
신 노련하면서도 똑똑하다. 처음엔 서인영 팬이 아니라면 이 프로 좀 불편하겠다 싶었다. 친구를 신발로 고른다? 참 작가들이 별거 다 짜내는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서인영이 중심에서 방향을 잘 잡더라.
정 <서인영의 카이스트>가 그냥 운이 아니었다. 서인영은 나이가 어린데도 여러 인물들을 잘 아우른다. 그의 성격? 리얼리티의 교과서다. 패리스 힐튼도 그렇게는 못한다! 정말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었다. 스타 다큐의 꽃이지. 구성 자체로는 <서인영의 카이스트>가 더 치밀했다면, <서인영의 신상친구>에서는 서인영 캐릭터가 프로를 이끌어간다. 자신과 다른 친구를 선택하는 데에서도 나이에 비해 원대한 세계를 갖고 있다.
신 서인영이 누군가에게 자기 철학을 말할 때면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다. 정말 저러다가 침 나온다 싶게 열정적이다. 입술 한쪽 끝을 살짝 올리면서 말하는 거 보면 틀린 말 하나도 없다. 좀 놀아 보고 사회 경험 많은 친구가 자기 진정성을 내보이는 느낌이 든다.
놀 줄 알고 경험 많은 친구의 지혜
신 닥터몽은 남자 시청자가 볼 때 살짝 욕먹을 짓을 한다는 느낌도 든다. 의대 수업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학생들 많은 간호대 수업 참여했잖아. 교실에서 환호받았지만 결국 못 따라가고 자다 졸다 했다.
정 그런 기분이 남자 속마음이라고 하면 너무 속 좁은 거 아닌가?(웃음) 하긴 2PM의 닉쿤이 솔비의 <아이스 프린세스>에 나오는데 솔비 시샘 받겠네 싶더라. 이젠 솔비도 큰맘먹고 잘 해보면 좋겠다.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서 스케이트 선수들 정말 얼마나 피땀 흘려서 운동하겠나.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엠시몽 뼈 암기 감동이었어… 서인영, 힐튼도 울고 갈 리얼리티쇼 교과서
정석희(이하 정) <닥터몽 의대가다>와 <서인영의 신상친구>, 솔비의 <아이스 프린세스> 세 프로그램은 일단 제목부터 할 말이 많다. 엠시몽이 왜 의대를 가? <아이스 프린세스>는 김연아 선수 후광을 업고 뭐 하려나 싶고. 서인영은 친구마저도 ‘신상으로?’ 하는 생각이 처음엔 들었다. 신광호(이하 신) 시청자들은 무엇보다 엠시몽, 서인영, 솔비의 성실성을 기대한다. 엠시몽이 진짜 의대생이 아니라는 거 뻔히 알면서도 엠시몽의 성실한 자세를 보고 싶어하는 거다. 헌데 지금 솔비는 징징댄다는 느낌을 주더라.
(사진 왼쪽부터) 스타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으는 <서인영의 신상친구>, 솔비의 <아이스 프린세스>.
<닥터몽 의대가다>. 엠넷 제공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