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식히는 술 한잔에 ‘더위먹는 간’
[건강2.0]
말초혈관 늘어나 과음 부추겨…여름철엔 도수 낮추고 양 줄여야
맥주보단 오미자차로 갈증해소…숙취해독엔 수박·매생이 ‘즉효’
말초혈관 늘어나 과음 부추겨…여름철엔 도수 낮추고 양 줄여야
맥주보단 오미자차로 갈증해소…숙취해독엔 수박·매생이 ‘즉효’
술 때문에 건강이 상하는 시기를 꼽으라면 송년회 등이 많은 겨울철을 떠올리기 쉽지만 더운 여름철의 음주 피해도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여름철에 마시는 술은 다른 계절보다 적은 양으로도 잘 취하고 간 등 몸속 여러 기관에 주는 부담도 커진다. 땀을 많이 흘려 몸속의 수분이 부족해져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련 전문의들은 갈증을 해소하려면 술보다는 시원한 물이나 수박 등 과일을 찾는 것이 좋고, 술을 마시더라도 다른 계절보다 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 술은 피곤한 간에 이중부담 우리나라 여름철은 습도와 온도가 모두 높아 땀이 많이 나는 계절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해도 몸속의 수분 및 전해질이 부족해지기 쉽다. 게다가 높은 온도를 견디기 위해 피부 등에 있는 말초 혈관은 더 늘어나 있다. 때문에 갈증도 쉽게 느낀다. 이때 술을 마시게 되면 다른 계절과 같은 양을 마신다 해도 핏속의 알코올 농도가 더 빨리 높아진다. 게다가 이미 피곤에 빠진 간 등 여러 기관에 더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아울러 알코올은 소변을 내보내는 작용을 촉진하는데 술을 마시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수분과 전해질 등을 잃게 될 수 있다. 마시는 순간에는 더위와 갈증이 사라진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내 체온과 혈압을 평소보다 더 올려 더 많은 술을 마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무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원장은 “갈증 해소를 위해 술을 음료수처럼 마시거나 음식과 함께 반주로 마신다 해도 여름철 더위 등으로 피곤에 지친 몸이 알코올을 충분히 해독하지 못해 폭주보다 몸에 주는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 갈증에는 과일과 시원한 물 먼저 더운 여름철에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물이 최고다. 얼음이 든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갈증 해소는 물론 몸에도 부담이 덜된다. 요즘같이 더울 때는 수박화채와 같은 음식도 권장된다. 이 원장은 “수박은 소변의 배설을 촉진하는 아미노산 종류가 함유돼 있어 술독을 풀어줄 뿐 아니라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오미자차도 술을 찾게 되는 갈증을 멈추게 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낫게 해 땀을 멈추게 하는 데 좋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매생이는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며 철분과 비타민A 등이 많이 들어있는데다가 간을 튼튼하게 하는 무기질 성분이 풍부해서 숙취 해소에도 좋다.
술을 마셔야 한다면 낮은 도수의 술을 과일 등과 함께 마시는 것이 여름철 음주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낮은 도수의 술이라도 쉽게 핏속 알코올 농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보통 하루 석 잔 이상의 술을 마시면 뇌졸중이나 심장 및 혈관 질환 등 여러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데, 여름철의 술은 이 가능성을 더 높이므로 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도훈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에 물이나 과일을 많이 섭취해 수분 보충을 하는 것이 여름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며 “이미 알코올을 섭취했다면 물, 식혜, 꿀물 등을 마셔 수분, 당분,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 몸의 피로를 더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당뇨, 고혈압 있다면 더욱 주의를 술을 마셨다면 이틀 정도는 술을 끊어 간 기능이 정상이 되도록 휴식을 줘야 한다. 다른 계절보다 몸이 더 지쳐 있음을 고려해 여름철에는 이를 꼭 지킬 필요가 있다. 만약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위염 등의 질병이 있다면 술 때문에 생기는 폐해가 더 커질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술을 마신 뒤 며칠 동안 쉰 뒤에도 숙취 증상이 계속 된다면 다른 질병의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술을 마신 뒤 더 이상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았는데도 숙취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간 등을 비롯해 몸속 장기의 이상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때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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