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멘 라랑드의 베르나르 라르티그 소유주가 나무모를 살펴보고 있다. 보르도 포토밭에는 대부분 장미가 심어져있다. 장미는 병충해에 민감해 과거에 이를 감지시스템으로 이용했다. 지금은 별도감지도구가 있지만 전통에 따라 심는다.
[매거진 esc] 와인 성지 보르도 메도크 와이너리 탐방…다양함이 강점, 등급에 연연하지 말길
‘테루아’란 단어 때문에 프랑스 와인을 신비롭게 느낀 와인 애호가가 적지 않을 게다. 테루아는 지리적, 기후적인 요소와 재배법 등을 포괄한다. 똑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재배 지역의 테루아가 다르면 와인이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단어를 프랑스 와인의 태생적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프랑스인도 과거에는 있었다. ‘프랑스의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신대륙에서 아무리 잘 길러도 프랑스의 테루아를 얻을 수 없다’는 사고방식이다. 요새 이런 생각을 하는 와인양조업자는 많지 않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양조업자는 “와인 양조용 포도 품종은 수천년 전 이란 고원에서 태어났다. 그럼 이란 테루아가 최고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리저낼리티’(지역성·regionality)란 말을 주로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테루아를 지역성이라는 단어로 번역하는 건 2% 부족하다. 지난 6월16일(현지시각)부터 4일 동안 현장에서 만난 보르도 메도크 지역 양조업자들 모두 이 말을 썼지만 과학적인 정의를 내리지는 않았다.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테루아고 노력은 그다음”이라고 말한 샤토 소시앙도 말레의 장 고트로, “첫번째 테루아, 둘째 품종, 셋째 노력”이라고 답한 샤토 멘 라랑드의 베르나르 라르티그,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밭에서 이뤄진다”고 말한 샤토 뒤 글라나의 뤼도비크 메프르, “(와인의) 균형감은 테루아에서 얻어진다”던 샤토 레오빌 푸아페레의 디디에 퀴벨리에 모두 그랬다.
1980년대에도 새로운 산지 개발
테루아가 가장 중요하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좋은 테루아를 발견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16세기부터 와인이 양조됐던 보르도에서 좋은 테루아가 남아 있을까? 샤토 멘 라랑드의 베르나르 라르티그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는 리스트라크 메도크 지역 가운데 1982년 전에는 포도를 재배하지 않던 땅에서 와인을 만들어 2003년 크뤼 부르주아 등급을 받았다. 프랑스에는 아오세(아펠라시옹 도리진 콩트롤레)라는 국가 차원의 와인 품질관리 제도가 있다. 메도크 지역의 경우 1855년에 제정된 최고 등급 그랑 크뤼 클라세 60여곳, 1920년에 처음 만들어지고 여러 차례 조정된 크뤼 부르주아 240여곳, 장인의 방식으로 만드는 소규모 양조장인 크뤼 아르티장 등의 등급이 있다. 그랑 크뤼 등급은 다시 1~5등급으로 나뉜다.
북위 45도지만 햇살이 강렬한 6월 중순의 메도크는 한낮 기온이 25도를 넘나들었다. 덥지만 6월 강수량은 50㎜에 불과해 6월 강수량이 100㎜를 넘는 한국에 비해 건조하다. 메도크의 양조업자들에게 6월은 ‘소리 없이 바쁜 달’이다. 수확기에 포도송이가 영글기 위해서는 6월에 적절하게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샤토 라투르의 언덕에서 수십명의 일꾼들이 뙤약볕을 등에 맞으며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이유다. 2007년 생산해 숙성한 와인을 병입하는 작업도 벌어지고 있었다. 테루아가 중요하다고 소유주는 말하고 있지만, 그런 소유주의 양조장도 사람 손이 분주했다. 그랑 크뤼 등급은 논란 속에서도 1855년에 만들어진 거의 그대로 유지되지만, 192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크뤼 부르주아 등급은 소송 끝에 무효가 됐다. 등급 제도가 그저 ‘오래된 건축물’은 아닌 셈이다. 영국 와인 전문지 <디캔터>를 종합하면, 프랑스 정부는 크뤼 부르주아 등급에 대해 “모든 양조장에 대해 등급 분류를 하지 않았으므로 그 명칭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2007년 결정했다. 2003년 마지막 등급 조정 때 탈락한 양조장들이 “심사위원 일부가 특정 양조장과 관계있다”며 낸 소송에서 분쟁은 시작했다. 크뤼 부르주아 1등급을 가리키는 ‘크뤼 부르주아 엑셉시오넬’과 2등급 ‘크뤼 부르주아 쉬페리외르’라는 용어도 사용이 금지된다. 이미 병입됐거나 병입을 시작한 2005년과 2006년 생산 와인의 라벨은 어쩔 수 없지만, 올해 병입되는 2007년 생산 와인부터 이 결정의 영향을 받는다. 크뤼 부르주아 협회는 과거처럼 양조장(샤토)에 등급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제품에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크뤼 부르주아 제도를 다시 만들 예정이다. 해마다 독립된 패널이 와인을 품평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양조장은 누구나 출품할 수 있다.
새롭게 재편되는 크뤼 부르주아 등급
돈이 많으면 매일 그랑 크뤼 와인을 마시면 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랑 크뤼뿐 아니라,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한 메도크 와인이 많다. 저명한 소믈리에에게 추천을 부탁한 이유다. 새롭게 바뀌는 크뤼 부르주아 등급은 예전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크뤼 부르주아 협회 홈페이지(www.crus-bourgeois.com)를 참조한다. <디캔터>가 해마다 발표하는 와인 품평(www.decanter.com/worldwineawards/2007/results.php)도 도움이 된다. 메도크의 아름다움은 다양함이었다. 16곳 양조장의 서로 다른 흙을 만지며, ‘양조장 이름을 외우기보다 저렴한 것부터 즐기며 자기 스타일 와인을 찾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도크 와인이 공부해야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면 시인 보들레르가 와인을 예찬하지도 않았을 게다. “와인 때문에 수다를 떨게 된다고는 해도 그 수다가 와인에 대한 것은 아니다 … 사람들은 와인 맛을 자세히 얘기하거나 와인의 향에 대해 길게 늘어놓거나 와인이 지닌 미덕을 말하고 또 말하려고 와인을 마시는 게 아니다.”(<인공낙원>)
메도크=글·사진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그랑 크뤼 등급 샤토 팔메르의 여성 양조 담당자가 숙성중인 와인을 점검하고 있다.
그랑 크뤼 등급 양조장도 자체 병입 시설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 병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부른다. 자동 병입 장치를 갖춘 트럭의 모습.
북위 45도지만 햇살이 강렬한 6월 중순의 메도크는 한낮 기온이 25도를 넘나들었다. 덥지만 6월 강수량은 50㎜에 불과해 6월 강수량이 100㎜를 넘는 한국에 비해 건조하다. 메도크의 양조업자들에게 6월은 ‘소리 없이 바쁜 달’이다. 수확기에 포도송이가 영글기 위해서는 6월에 적절하게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샤토 라투르의 언덕에서 수십명의 일꾼들이 뙤약볕을 등에 맞으며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이유다. 2007년 생산해 숙성한 와인을 병입하는 작업도 벌어지고 있었다. 테루아가 중요하다고 소유주는 말하고 있지만, 그런 소유주의 양조장도 사람 손이 분주했다. 그랑 크뤼 등급은 논란 속에서도 1855년에 만들어진 거의 그대로 유지되지만, 192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크뤼 부르주아 등급은 소송 끝에 무효가 됐다. 등급 제도가 그저 ‘오래된 건축물’은 아닌 셈이다. 영국 와인 전문지 <디캔터>를 종합하면, 프랑스 정부는 크뤼 부르주아 등급에 대해 “모든 양조장에 대해 등급 분류를 하지 않았으므로 그 명칭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2007년 결정했다. 2003년 마지막 등급 조정 때 탈락한 양조장들이 “심사위원 일부가 특정 양조장과 관계있다”며 낸 소송에서 분쟁은 시작했다. 크뤼 부르주아 1등급을 가리키는 ‘크뤼 부르주아 엑셉시오넬’과 2등급 ‘크뤼 부르주아 쉬페리외르’라는 용어도 사용이 금지된다. 이미 병입됐거나 병입을 시작한 2005년과 2006년 생산 와인의 라벨은 어쩔 수 없지만, 올해 병입되는 2007년 생산 와인부터 이 결정의 영향을 받는다. 크뤼 부르주아 협회는 과거처럼 양조장(샤토)에 등급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제품에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크뤼 부르주아 제도를 다시 만들 예정이다. 해마다 독립된 패널이 와인을 품평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양조장은 누구나 출품할 수 있다.
크뤼 아르티장 와인은 매우 개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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