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지(YG) 소속의 걸그룹 투에니원(2NE1)의 24시간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름도 설명이 필요없는 <투에니원 티브이>(엠넷). <10 아시아>(www.10asia.co.kr)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왼쪽)과 최지은 기자가 여성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투에니원 티브이>와 투에니원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타다큐에 음악 현장 버무려, 투에니원의 24시간 비추는 ‘투에니원 티브이’
백은하(이하 백)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리얼리티가 다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이효리의 오프더 레코드>를 만들었던 최재윤 피디는 스타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를 만든다. 정통 음악프로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원>도 제작했던 최 피디는 뮤지션들과의 교류에도 이해가 깊다. 이번엔 무대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생목소리나 인터뷰를 거의 들을 수 없었던 와이지의 비밀명기 투에니원을 데리고 야심차게 <투에니원 티브이>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여자 아이돌이 소비됐던 과거의 방식과 다른 지점을 찍으면서 독보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부분들이 보인다.
최지은(이하 최) 투에니원은 기존 걸그룹의 영역에 비어 있던 지점을 확 밀고 들어왔다. ‘롤리팝’으로 관심이 쏠렸는데 초반에 직접적인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더라. 회사에서 보도자료 나오고 라디오에 출연하긴 했지만 인터뷰를 하거나, 멤버 개인에 대한 노출이 별로 없었다.
와이지(YG) 소속 아이돌 그룹 투에니원(2NE1)의 무대 밖 생활을 보여주는 <투에니원 티브이>. 엠넷 제공
백 비밀주의라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듯 보였다.
최 특정 음악프로에만 나오는 식의 활동 때문에 몇 매체에서는 투에니원과 와이지 패밀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궁금증이 많이 올라온 상태에서 ‘파이어’ 활동을 마치고 ‘아이돈케어’로 넘어오는 중간쯤에 <투에니원 티브이>가 출발했다. ‘앗! 이거 하려고 그동안 일상적인 모습을 안 보여줬구나’ 싶더라. 엠넷에서 신인 그룹을 두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은 <리얼다큐 빅뱅>과 투에이엠, 투피엠의 <열혈남아> 등이 몇 년 전부터 있었다. 일단 <투에니원 티브이>는 전체적으로 감각 있게 잘 만들었다. 와이지 패밀리인 양현석, 빅뱅, 지금 최고 인기 프로듀서인 ‘원타임’ 출신의 테디까지. 궁금하다 싶었던 인물들이 이 프로 안에 쫙 나오더라.
백 와이지 티브이라 할 수 있지!
최 들여다보면 투에니원을 위한 프로이긴 하다. 와이지 마케팅과 투에니원 마케팅을 교묘하게 섞고 있다. ‘빅뱅 스토리’라는 보드게임이 있는데 그걸 그 프로그램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식은 드라마의 피피엘 같긴 한데 세련됐더라고. 투에니원 네 멤버의 일상을 영상으로 보는 건 참 생생했다. 이 멤버는 무대와는 다른 이런 사람이란 걸 알게 되니까 재밌지.
비밀주의는 아니었다오
백 걸그룹 소녀시대가 여기저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비되는 지점과는 확실히 차별화되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데서 제대로 하겠다는 방식인 거다. 어떻게 보면 이런 식의 활동이 기싸움이나 세력싸움, 힘싸움일 수 있지만 준비된 그룹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건 자신감이기도 한 것 같다.
최 <투에니원 티브이>란 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보고 싶으면 이걸 보라는 식인 거다. 소녀시대가 드라마로 치면 일일드라마를 틀어놓고 있는 거라면, 투에니원은 영화관에 돈 내고 기꺼이 들어오란 거다.
백 엠넷은 음악방송이 기본이자 중심이 되는 채널이다. 여러 리얼리티쇼가 성공했지만 음악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 덜했다. 솔비도 사실 음악하는 사람인데, 직업이 다이어트하는 사람 같다니까. <투에니원 티브이>가 영리한 건 리얼리티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안에서 음악 이야기를 한다는 거다. 음악이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프로세싱 과정을 보여주거든. 이 걸그룹이 이렇게 가보면 재밌겠다는 식의 선택과정도 보이잖아.
언니들도 흠뻑 빠진 ‘잘 노는 아이들’의 매력
최 투에니원의 스타일링도 보여준다.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는 엔터테이너여야 하지만, 무대 밖에서는 우리랑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소녀시대가 운신하기 어려운 건 이 아가씨들은 무대 밖에서도 소녀여야 하고, 여신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다. 아이돌 그룹들은 대중의 기대 속에서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모르는 부분이 생긴다. 투에니원처럼 일상적으로 솔직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어놓으면 자유로울 수 있다.
와이지(YG) 소속 아이돌 그룹 투에니원(2NE1)의 무대 밖 생활을 보여주는 <투에니원 티브이>. 엠넷 제공
백 소녀시대는 드라마 끝낸 윤아에게 멤버들이 수고했다 사랑한다 편지 써서 울어줘야 하잖아. 보통 신인 아이돌이 주인공인 리얼리티쇼나 다큐는 “우리가 이만큼 고생했어요” 혹은 “우리는 미숙한 상태에서 이만큼 왔어요”라는 휴먼다큐 식을 택했다. 이 프로그램은 훨씬 더 이들을 구성하고 있는 산업 안의 다양한 세계를 보여준다. 개별적인 멤버들의 매력은 슬쩍슬쩍 흘리면서. 투에니원이 수면 위에 올라오기까지 그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예전에 숙소생활 시작한다고 하면 그냥 해야 하나 보다 했는데, 이들은 들어가기 싫은데?라고 생각하는 걸 보여주잖아. 소속사가 전폭적으로 솔직한 다큐를 만들 수 있게 배려해주는 것도 있는 거다.
최 와이지라는 회사가 있다는 점도 이 프로의 큰 장점이다. 양 사장이 있고 지누션 같은 선배가 있고, 테디 같은 프로듀서가 있고 톱스타 빅뱅이 있으니까. 이들이 끌어들일 수 있는 시청층이 넓으니까 대중성도 있게 된다. 만약 투에니원만 갖고 만들었다면 한계도 있었을 거다.
백 휴먼다큐 식 접근으로는 산다라가 필리핀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보여줬겠지. 아아아~ 막 잔잔한 음악 나오고. 자질구레한 개인사들을 버리고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방식이어서 지금 가장 현재적인 이 그룹의 방향성과 성정에 맞는 것 같다. 기존 여자 아이돌 그룹이 아주 걸리시(girlish)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정의했다면 투에니원은 남자 아이돌 그룹의 특성에 가깝다. 투에니원에는 놀 줄 아는 애들의 이미지가 있다. <투에니원 티브이>를 보면,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늘 “놀자!” 하고 시작하더라. 계속해서 우리가 어떤 그룹인지를 보여준다.
최 사실 와이지에서, 특히 여성 가수들을 내놓으면서 기존 여성 가수들과 다른 파워풀한 이미지를 많이 내세웠다. 렉시, 거미 등. 스위티는 대중적인 성공은 못했지만 개성 있고 콘셉트 있고, 매력 있었다. 시대를 앞섰다는 느낌도 있고. 몇 번의 과정을 통해서 와이지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보고 싶은 것의 절충지대를 찾은 것 같다. 산다라 박이 다른 그룹에 갔으면 가운데 이쁜이였겠지. 산다라 박이 그 외모를 배반하는 강한 콘셉트를 하고 나오니까 참 자유로워 보인다.
백 원더걸스가 해외활동을 하고 있고, 국내 가요계를 제패할 만한 걸그룹이 없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딱 치고 들어왔다. 노래마다 이들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얄밉지 않은 여자들의 등장만으로도 기쁘다. 여자아이들이 멋있기는 참 힘들었잖아? 이미숙이나 김미숙쯤 되었을 때 겨우 멋있다고 말해주잖아.
최 이쁜데 내숭 안 떨고, 귀엽긴 한데 가증스럽지 않은 거. 여자 대 여자로 봤을 때 비호감인 지점들을 비켜간다.
백 귀여운 여동생, 사귀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 동네에서 잘 노는 여자아이 같은 느낌이다. 무섭거나 위협적인 게 아니라 “어, 멋진걸?” 이런 반응이 나온다. 씨엘도 똑 떨어지는 미인은 아닌데도 ‘오히려 저런 얼굴이 훨씬 좋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외모다. 노래 자체도 소년과 남자의 마음을 사기 위한 게 아니라 ‘난 이런 여자애야’라는 걸 드러낸다.
최 투에니원이란 여자그룹을 통해서 이런 노래 들을 수 있을지 몰랐다. 팝 같으면서 세련되고, 너무 이질적이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나왔던 대부분 여성그룹, 핑클, 에스이에스 등은 통일된 콘셉트가 있었다. 소녀시대도 항상 한결같은 자세로 유지하려고 하는 방송 태도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항상 우리는 너무 사이가 좋다고 말하는 멤버들!
백 투에니원은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관계라기보다 마음 맞아서 잘 노는 것처럼 보인다. 디오르 옴므를 입을 수 있는 빅뱅의 지드래곤이 여성화된 옷을 일상에서 보여줬다면 투에니원은 남자옷 중 제일 작은 걸 입는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에 있는 지점들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거다. 공민지가 팡팡 몸을 튕길 때는 참 섹시하기도 한데 젊은 여자라기보다는 성별을 떠난 젊은이, 젊은 존재라는 느낌이 세다. 특히 티브이에서 씨엘은 스폰지밥 인형을 들고 다니는데 그게 무대 위에서 야수 같은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는 씨엘과 상충하는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이런 게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지.
제대로 멋진 걸 그룹, 시청자들 긴장하게 하네
최 여성 아이돌은 항상 대상화되는 존재, 남자들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했던 존재였다. 투에니원은 규정된 여성성을 벗고 나오면서 대상화라는 굴레는 벗은 것 같다.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여자그룹들이 갈라 먹는 게 아니라, 여자 아이돌군이 갖고 있던 팬층의 파이를 더 키우고 있다.
백 남이 가던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자기네들 길을 뚫은 느낌이 있다. 와이지라는 그룹의 힘, 프로듀서의 실력 등이 정점에 이른 상태에서 나온 거겠지. 의외성, 솔직함 같은 것들로 건강하게 무장한 그룹이라 이들의 프로도 재밌단 기대를 하면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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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에니원 티브이>, 원래 멋진 줄 알았지만
파이어(fire)를 만들던 프로듀서 테디
“원타임의 멤버였던 테디. 여기서 음악 만들고 대화하는 걸 보면 실력 있는 동시에 대중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잘 아는 쇼맨십의 사나이 같다. 직접 연주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확~ 끌린다.”(최지은)
“그룹 프로듀싱과 곡 만드는 것 동시에 이미지 메이킹까지도 같이 한다! 무대에서 대중을 만나본 경험에서 나오는 게 있다. 아이돈케어 노래 들어갈 때 박수치는 지점까지 만들어 놨잖아. 테디에게선 노래 전체를 잡고 가는 혜안이 느껴진다.”(백은하)
<투에니원 티브이>, 미처 멋진 줄 몰랐는데
박봄
“무대에서만 보면 박봄이 기존 걸그룹에 어울리는 여자 멤버처럼 보였는데 티브이 보다 보니까 약간 맹~한 귀여운 지점들이 있더라. 실생활에선 너무 순한 여자애 같은 느낌이 보컬 음성과는 또다른 느낌?”(백은하)
빅뱅의 대성
“양현석이 공민지에게 ‘여자 대성’이라고 하잖아. 그런데 대성이 공민지를 감싸더라고. 소위 ‘외모 안 되는 개그 캐릭터’ 따라하지 말라는데 진심이 느껴지더라. 실제로 마음고생 해본 사람이 진심으로 안쓰러워하는 듯했다. 양 사장보다 배려심 있는 훈남이던~걸!”(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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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현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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