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 <야심만만>은 21세기 집단 토크쇼 시대를 연 전설의 프로그램이지만,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을 거쳐 시즌2에 접어들면서 잦은 형식 변경과 예전 같지 않은 시청률 등으로 고전하다 폐지가 결정됐다. <야심만만>으로 토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강호동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 <강심장>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강호동을 축으로 <야심만만 2>를 들여다보고, <강심장>을 예측해봤다.
다양하게 변신했지만 옛 명성 회복 실패한 ‘야심만만’ 시즌2
10월 방영 ‘강심장’ 연예인 조작·과장·반복 토크는 참아줘
정석희(이하 정) 2003년에 <야심만만>은 월요일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차태현과 김선아가 출연했던 방송분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의 <야심만만 2>는 예전과 달리 시청자의 관심에서 꽤나 멀어졌다. 최양락의 재발견으로 분위기를 타면서 파급 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최양락이 고정 게스트로 나왔던 코너 ‘너는 내 노래’ 등은 별 반응이 없었고 금세 관심은 시들해졌다.
니가 궁금한 걸 왜 나한테 떠넘겨
신광호(이하 신) <야심만만> 시즌1은 흡입력이 강했다.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의 형식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많이 했다. 배우들에게 은근히 자극적인 질문을 하면서도 그들의 사랑 이야기나 개인적인 경험담이 자연스럽게 나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게임도 들어가고, 형식도 바꿔보지만 대부분의 집단 토크쇼가 결국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야심만만 2>는 초대손님이 버스에 타서 얘기를 나누는 형식(위)에서부터 유치장에 들어가는 형식을 거쳐 최근에 시청자에게 직접 질문을 받는 형식(아래)까지 잦은 콘셉트 변경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다 결국 이번 달 막을 내린다. 에스비에스 제공
정 <샴페인>이나 <상상더하기>, <해피투게더> 등 집단 토크쇼 프로그램들도 처음에는 게임을 집어넣었지만 결국 토크에 집중한다. 코너로 들어왔던 게임이 결국 다 없어지고 토크 위주로 가고 있다. 시청자에게 질문을 받고 대신 물어보는 <야심만만 2>의 지금 형식은 시청자를 방패 삼아서 독한 진행을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형식은 이미 포털사이트 지식게시판 등에 올라온 질문을 했던 <현장토크쇼 택시>나 안티팬의 질문을 대신 하는 <스타골든벨> ‘전현무의 밉상 질문’ 코너 등에서 이미 했거나 하고 있다. 결국 프로그램 제작진이 하고 싶은 질문을 시청자를 통해 하는 거다. 가끔식 <야심만만 2>에서 지나친 질문을 할 때는 ‘나는 궁금하지 않은데 너네는 왜 내 핑계를 대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질문으로 시간을 끌기도 한다. 진짜 시청자가 궁금해하지 않는데 마치 그런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한다.
신 강호동 특유의 색깔이라고 할 만한 우악스러움이 예전에는 재미있었다. 그런데 캐릭터가 일관된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섬세함이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야심만만 2>에서는 윤종신이 강호동이 놓치는 것들을 잡아주고 있다. 강호동의 진행에서 간지러운 면을 긁어준다고 할까. 지난 7일 방송에서 그룹 ‘쿨’의 유리와 이재훈에게 열애설에 관해서 던진 질문에서도 윤종신의 재치가 빛났다.
정 14일 방송에서도 정겨운에게 “착하게 생겼는데, 사실은 아니죠?”라고 묻자 정겨운이 “아뇨, 저 착한데요?”라고 받아쳤다. 이를 다시 윤종신이 “심지어 겸손하지도 않네?”라고 다시 한 번 받아넘겼다. 이런 순발력이 <야심만만 2>에서 윤종신이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도 강호동의 능력은 분명히 대단하다. <강호동의 천생연분>, <야심만만>, <스타킹>, <해피선데이-1박2일> 등 예능계에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을 보면 강호동에게는 특별한 색깔이 있다. <스타킹>에서 출연자에 맞게 진행 방식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 다음달에 파일럿을 방영할 예정인 강호동의 토크쇼 <강심장>이 어떤 방식이 될지 궁금하다.
신 <강심장>이 전통 토크쇼 형식의 1인 토크쇼로 간다면, 1인 진행자로서 강호동이 불안해 보일 것 같기도 하다. <강심장>이 강호동에게 1인 토크쇼로 그의 이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성공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정 <강심장>이 집단 토크쇼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아직 방송 전이지만, 아마도 제작진이 강호동에게 맞는 맞춤 토크쇼를 개발했을 거라고 본다. 초대손님과 일대일로 하는 방식이나 몇몇 보조 진행자를 두고 하는, 이미 익숙한 방식은 아닐 거라고 본다. 새로운 개념의 토크쇼가 되지 않을까.
연예인보다 일반인 대화에서 더 빛나
신 <무릎팍 도사>는 방영 중인 토크 프로그램 중에 가장 진지한 프로그램이다. <박중훈쇼>처럼 무게를 잡고 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캐주얼하게 가면서 또 그 무게를 강호동이 중화시킨다. 그러면서 독한 질문도 한다. 그게 <무릎팍 도사>만의 매력이고 브랜드인데, 과연 <강심장>이 <무릎팍 도사>와 겹치지 않고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토크쇼 초대손님도 한정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화제의 인물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러다가 <무릎팍 도사>에서 한 번 한 손님들을 <강심장>에서 또 마주치는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토크쇼의 형식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초대손님의 삶에 대해 공감하는 토크쇼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정 형식이나 틀이 내용을 바꿀 수도 있다. <샴페인>은 처음에 부부 코미디 버라이어티로 시작했지만 반응이 없어서 콘셉트를 바꿨다. 그러나 <자기야>는 그런 얘기에 적당한 틀을 만들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풀어내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신 이름을 건 토크쇼는 진행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고 진행자의 색깔이 많이 드러난다. <강심장>에서는 강호동의 다른 면을 보고 싶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과도한 리액션 때문에 시청자의 감정을 방해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지난 8월31일 방송에서 탤런트 김영애가 개나리 얘기를 하면서 감정을 잡고 얘기를 하는데 강호동이 순간 끼어들어 흐름을 깨는 모습을 보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팍 도사>에서도 과도한 웃음 등의 리액션이 어색할 때가 있다. 표정과 제스처에서 자연스럽게 공감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정 강호동은 초대손님에게 지나치게 솔직하기를 강요한다. ‘솔직함’과 ‘겸손’의 힘을 너무 잘 아는 진행자다. 그렇지만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있다. 가끔 강호동의 집요한 추궁에 질리는 시청자들도 있다. 말하고 싶지 않을 때에는 넘어가주기도 했으면 좋겠다. <강심장>에서 새로운 걸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이런 건 보지 않았으면 하는 건 있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토크쇼다. 초대손님이 재미를 위해서 말을 지어내고 과장하고, 한 얘기를 또 하는 그런 토크는 지양했으면 좋겠다.
신 유재석과는 달리 강호동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매우 강하다. 강호동이 <강심장>에서 세워야 하는 전략은 그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시청자들을 먼저 파악하고 그들을 끌어안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정 강호동은 연예인보다 일반인과의 대화에 더 강하다. <1박2일>에도 일반인들이 나왔을 때 더 얘기를 잘하고, <스타킹>에서도 그렇다. <무릎팍 도사>에서도 의외의 인물들이 더 재미있다. 안철수도 그랬고 장한나도 그랬다. 강호동이 일주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겠나. 그 많은 프로그램을 하면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 토크쇼에서 이제 연예인들의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다. 수많은 의혹이나 루머는 네티즌 수사대가 찾아낸다. 연예인에게 듣는 말은 인정이나 불인정, 둘뿐이다. 아무리 참신한 질문을 해도, 연예인 초대손님은 연출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강심장>의 출연진은 새로웠으면 좋겠다.
괜찮은 ‘물건’ 하나 나오기를 고대함
정 한 가지 믿음은, 강호동이 뻔한 토크쇼를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다. 초반에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조금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오프라 쇼>가 항상 재미있지는 않다. 오랫동안 꾸준히 하다 보면 그 토크쇼의 브랜드 네임이 생기는 거다. 틀이 잡히기도 전에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초조하게 형식을 바꾸고 갈팡질팡하다가 폐지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믿고 기다려봐 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강심장>에 대해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는 시선이 많다. 제작진과 강호동의 부담이 클 것이다. 요즘에는 기다리면서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참 없는데, 2003년에 월요일마다 <야심만만>을 기다렸듯 <강심장>을 기다리게 됐으면 좋겠다.
신 <강심장>으로 강호동의 능력과 다양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다면, 이번이 강호동에게는 라이벌이자 예능계 양강 체제의 맞수인 유재석보다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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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설마 이렇게 하진 않겠지?
“설마 <서세원쇼>에서 했던 토크박스를 굴려서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토크왕을 뽑는 그런 식의 코너나 형식은 없겠지?”(정석희)
“설마 간판은 <강심장>으로 달아놓고 <야심만만>과 <무릎팍 도사>를 섞어놓은 방식으로 진행하지는 않겠지?”(신광호)
<강심장>, 이런 걸 보고 싶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솔직함’과 ‘겸손’이라는 걸 너무 잘 아는 강호동, 그러나 초대손님에게 솔직함을 강요하기보다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슬쩍 넘어가 주는 지혜도 보여줬으면 한다. 출연자의 거짓된 눈물이나 스스로 소설을 쓰는 식의 이야기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이 담긴 이야기로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정석희)
“진행자로서 더 자연스러운 강호동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항상 비슷한 표정의 웃는 모습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보다 있는 그대로의 강호동과 그의 리액션을 보고 싶다.”(신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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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안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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