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 돌아왔다>(이하 공주)는 다소 뻔한 제목의 드라마로, 황신혜가 돌아왔다. 황신혜의 복귀로 화제가 됐지만 ‘공주’ 카드로는 <선덕여왕>의 ‘여왕’ 카드에 역부족인지 <공주>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7년 동안 자리를 비웠던 개그우먼 이성미도 돌아왔다. 토크 프로그램으로 귀국 신고를 한 이성미는 한국방송 <나이아가라>를 통해 진행자로 나섰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공주>와 <나이아가라>를 통해 황신혜와 이성미의 복귀를 들여다봤다.
공주의 귀환 내세웠지만 ‘여왕’ 포스에 밀리는 <공주가 돌아왔다>
노련한 진행자 이성미 귀환 반갑지만 패밀리·라인 자랑은 불편해
신광호(이하 신) 한국방송 <공주>가 월요일과 화요일에 시청률 강자인 문화방송 <선덕여왕>과 붙어 시청률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등장인물의 관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히트작인 <내조의 여왕>(이하 내조)이 보이고 자식 교육에 매달리는 모습에서는 <강남 엄마 따라잡기>도 보인다.
변신도 개성도 없이 그냥 돌아왔구나
황신혜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월화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위 사진)와 이성미의 복귀작 <나이아가라>. 한국방송 제공
정석희(이하 정) 다른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공주>의 기본설정은 나쁘지 않다. 나이가 들고 보니 학교 다닐 때는 나보다 못나 보였던 친구가 지금은 나보다 잘나가거나 혹은 유명 인사가 되어 다시 마주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은 그런 상황의 처절함을 이해할 거다. 그런 상황에서 받는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다. <내조>는 그런 관계를 소재로 해 공감을 얻어냈다. <공주> 역시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코드를 갖고 있다. 그 코드를 풀어내는 방식이 <내조>처럼 성공적이냐 아니면 <공주>처럼 답보 상태이냐가 문제다.
신 <내조>가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의 드라마였다면 <공주>는 구성이 엉성하다. 특히 코믹 장치가 작위적이며 개연성이 없다. 웃기는 상황을 보여주려고 불필요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막상 재미도 없다. 어떻게 웃기려고 하는지 패가 그대로 보인다. 대본뿐 아니라 연출마저도 너무 쉽게 가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 오연수가 취직을 하는 설정을 보면 바로 이재황을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장면에 테이블을 보면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드라마의 동선이 그대로 보인다. 게다가 탁재훈과 지상렬, 오영실까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코믹 연기를 한다. 드라마의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
신 탁재훈이 나오는 부분을 포함해서 드라마의 전반적인 느낌이 콩트에 가깝다. 웃음소리를 효과음으로 넣으면 일일 시트콤이 될 것 같다. 황신혜와 오연수가 잠시 시트콤에 출연하는 듯하다.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식으로 구성하다 보니 억지스러운 장면도 많다. 탁재훈이 동창회에서 황신혜를 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집에 들어왔는데 감정의 흐름에 전혀 맞지 않게 갑자기 침대에서 오연수를 유혹한다. 이 상황은 단지 비아그라를 변비약으로 바꿔 먹여서 웃겨 보려고 만든 상황에 불과하다. 캐릭터의 힘이 아니라 상황을 중심으로 가니까 드라마 전체의 개연성이 떨어진다.
정 주인공이 발레리나라는 설정도 무리가 아닌가 싶다. 황신혜와 오연수가 발레 전공 대학생 역을 할 때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졸업작품전에서 황신혜의 얼굴을 발레리나의 몸과 합성한 모습은 정말 코미디 같았다. 그래도 오연수는 잠깐 발레 포즈를 취하는 장면에서 보면 기본은 갖춰져 있는 것 같은데 황신혜는 그렇지 않다. 황신혜가 맡은 발레단 단장이 항상 그렇게 화려한 차림을 하고 파티에 놀러다니는 듯한 설정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황신혜는 발레단 단장이 아니라 그냥 연예인 황신혜를 보는 것 같다.
신 <공주>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황신혜의 나이와 외모에 관한 것이었는데, 황신혜는 역시 늙지 않는다는 식의 언론 보도는 과장됐다고 본다.
정 아무리 젊어 보인다,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자기 나이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더 합당해 보인다. 황신혜가 너무 젊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오히려 패인이다. 황신혜가 <공주>로 돌아온 것을 두고 정말 공주가 돌아왔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공주로 돌아왔다는 게 어색하다. 그래서 아쉽다. 나이보다 지나치게 젊게 보이려고 하니까 과장하는 부분이 많고 그게 불편해 보인다. 황신혜와 최근 <스타일>에 나왔던 나영희는 세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두 배우는 맡는 역과 드라마 안에서의 위치가 전혀 다르다. 두 배우 중에 누가 더 보기 좋은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안 봐도 비디오인 이야기 전개
신 황신혜가 드라마로 복귀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가움은 있었다. 막상 <공주>를 보니까 황신혜가 오연수를 비서로 두면서 하는 연기는 예전 드라마 <신데렐라>에서 이승연을 다루던 그 연기와 다를 게 없었다. 캐릭터를 살릴 만한 특징이나 표정 등이 없다. 그냥 돌아오기만 한 것 같다.
정 황신혜는 2004년 <천생연분>에서 자기 색깔을 찾아 좋은 연기를 보여줬었다. 그런데 그 이후 연기 면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발전이 없다. <공주>를 보면 황신혜는 역에 몰입하지 못하고 ‘황신혜’라는 브랜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반면 오연수는 처음부터 연기를 잘하기도 했지만 드라마를 할 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보인다. 드라마에서 황신혜가 돌아왔다면 개그계에서는 이성미가 돌아왔다. 생방송 안티에이징 버라이어티라는 설명이 붙은 한국방송 <나이아가라>는 이성미의 복귀작이다. 젊게 사는 법에 관한 프로그램일 거라고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애매모호한 프로그램이다. 젊어지는 비법은 없고 시청자와의 소통 역시 산만하다는 느낌이다.
신 <나이아가라>는 집은 큰데 살림은 하나도 없는 집 같다. 세트는 화려한데 실속은 없다고 할까. <비타민>이나 <스펀지>에서 다루는 것들을 반복한다. 생방송이라는 형식이 신선하기는 하지만 무리하는 것 같았다. 불안하고 산만해 보인다.
정 이성미는 7년이라는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안정적인 진행을 보여줬다. 이성미는 7년 동안 쉬었는데도 깔끔하게 진행을 잘하더라. 망가지거나 토크로 승부하는 그런 쪽보다 순발력이 있는 진행자가 필요한 프로그램에 잘 맞는 것 같다. <나이아가라>에서 한 가지 기대했던 것은 이성미와 이홍렬의 조합이었는데 생각보다 무난한 진행만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러나 특별한 재치는 없었다.
신 이성미는 복귀와 함께 <상상더하기>, <해피투게더>, <샴페인> 등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큰 웃음을 주지는 못했다.
정 요즘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연예계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예습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성미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오랫동안 연예계를 떠나 있었던 이성미가 토크 프로그램에 투입된 것은 무리였다. 귀국하자마자 출연했던 토크 프로그램에서 이성미가 지인들과 출연해 ‘우리는 패밀리’라는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도 보기에 불편했다. 선을 딱 긋고 ‘우리끼리야’라는 폐쇄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성미가 지인들과 출연해 득이 된 것도 있겠지만 실도 분명히 있었다. ‘라인’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데 오자마자 마치 라인을 타듯이 출연한 게 시청자들에게 좋지 않은 반응을 얻었다.
7년 공백이 느껴지지 않네
신 이성미가 <세바퀴> 출연은 고사했다고 하더라. 이성미는 확실히 자기가 원하는 바를 긋는 스타일이다. 자기와 코드가 맞느냐 안 맞느냐를 가린다고 할까. 그런 것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을 때 토크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서 토크가 한정적이라는 느낌이었다. <해피투게더>에서 이성미는 자기 얘기로 웃음을 준다기보다 다른 초대손님의 얘기에 웃어주는 장면이 더 많았다. 이성미는 입담꾼보다는 진행에 적합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아가라>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성미는 지금 한창 예열을 하는 시기일 거다. 조금 더 감을 찾으면 전공인 진행에서도 자기 색깔을 찾아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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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돌아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성미가 굳이 여러 토크 프로그램에서 자기의 인맥을 과시하는 모양새가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자기가 잘하는 프로그램으로 조용히 돌아왔더라도 충분히 자기 실력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을 거다.”(정석희)
“황신혜가 공주가 아니라 자기 나이에 맞는 역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왔으면 어땠을까. 연륜에 맞는 역을 우아하게 했더라면 더 예뻐 보였을 것 같다.”(신광호)
이 사람, 돌아왔으면 좋겠다
“정윤희. 1970~1980년대 트로이카 중 장미희와 유지인은 이미 활동중이다. 잘나갔던 그녀들이 요즘 엄마 역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세월이 무상한데, 최강 미모의 정윤희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다.”(정석희)
“원미경. 1980년대에 최고 인기를 누렸고 <아줌마> 등의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던 원미경의 지금 모습을 티브이에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신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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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