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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쇼 2.0 개막

등록 2009-10-28 19:58수정 2009-10-28 20:20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무서운 놈, 똑똑한 놈, 예쁜(!) 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딱 이렇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새로운 서바이벌 리얼리티쇼인 세 프로그램 큐티브이 <에드워드 권의 예스 셰프>(이하 <예스 셰프>), 티브이엔 <선데이 텐-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이하 <80일>), 온스타일 <디 에디터>를 들여다봤다.

고든 램지 뺨치는 카리스마로 시선 잡는 ‘에드워드 권의 예스 셰프’
입시와 취업, 진짜 현실 담은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와 ‘디 에디터’

정석희(이하 정) <예스 셰프>는 무섭다. 매회 도전자들이 살아남았다는 안도보다 남아 있는 서바이벌이 얼마나 더 혹독할까 두려워하게 한다. 진행자인 에드워드 권의 독설이나, 팀 미션에서 실패하면 팀원들이 탈락자를 정하는 방식이 무섭다.

차우진(이하 차)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과정과 결과에 충분한 설득력 갖춰
요리 서바이벌 리얼리티 <예스 셰프>(위)와 입시 리얼리티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 큐티브이·티브이엔 제공
요리 서바이벌 리얼리티 <예스 셰프>(위)와 입시 리얼리티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 큐티브이·티브이엔 제공

전문적이진 않더라도 25년 넘게 요리를 해 온 주부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새우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 위에 베이컨을 감는다든지 조리를 마친 다음 지저분한 조리대 등을 보면 실제 내 지식이나 경험과 비교하며 보게 된다. 양은 냄비로 요리를 만들라는 등의 미션은 주부가 자주 받게 되는 과제다.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쳐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안주를 만들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천일염을 만드는 곳에 직접 가서 경험하게 한다는지 하는 미션은 잘 짜여졌다는 느낌이다. 제작진이 연구를 많이 하고 조사를 많이 한 티가 난다. 여러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쉽게 재미를 못 느끼는 부분이 많다. <프로젝트 런웨이> 같은 프로그램은 내 눈에는 괜찮은데 왜 나쁜 평가를 받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과정과 결과가 설득력을 갖는다. 직접 맛을 볼 수는 없지만 요리를 만드는 과정 등을 보면 왜 저 사람이 탈락하고 저 팀이 지는지 이해가 된다.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된다.

진행자 에드워드 권은 시청자를 설득하는 능력이 있다. 보고 있으면 ‘아 저 사람이 탈락하는 게 맞아’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약간 세뇌가 되는 것 같다. 그게 에드워드 권의 장점이다. ‘저 사람 한국 사람 맞아?’ 하는 생각도 든다. 지적의 달인이다.

고든 램지의 <헬스 키친>을 모델로 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냉정하게 얘기하고 무섭게 진행할지는 몰랐다. 국내에서 만든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 이렇게 무섭고 긴장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었나 싶다. 에드워드 권은 자기 확신이 넘쳐 보인다. 쇼맨십도 훌륭하다.

에드워드 권의 독설과 지적을 참고 견디는 게 관건인 것 같다. 심약한 사람은 스트레스 때문에 포기할 것 같다. 실제 한 출연자는 실신 직전까지 가지도 했다.

국내 서바이벌 리얼리티에서는 진행자든 출연자든 겸손한 것이 미덕이었다. 그런데 <예스 셰프>는 그걸 깨뜨린다. 미국 리얼리티를 보면서 ‘쟤네는 원래 저러니까 그런가 보다’ 했던 것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보인다. 개개인을 평가하는 것이나 팀워크의 정의도 다르다. 그래서 낯설지만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저런 것들이 필요하구나 싶다.

요리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처세에 대해서도 배운다. 탈락을 받아들이는 기술이랄까. 만약 저 순간에 내가 제외됐다면 나는 어떻게 나가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회를 거듭할수록 출연자들의 자세가 달라지는 게 보인다. 어리바리하고 두려워하는 듯한 태도에서 점차 자신감이 붙더라.

좁은 주방에서 출연자들이 계속 실수하고 혼나고 때로는 진짜 욕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군대 시절이 떠올랐다. 밥 먹을 때도 욕먹고 청소할 때도 욕먹고 했던 훈련소 시절이 생각났다. 팀을 나눠 실제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만드는 미션을 했던 4회는 정말 드라마틱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레드팀보다 실제 식당 경험이 전혀 없는 블루팀이 승리하는 것을 보는데 뭉클했다. 성장하고 발전해가는 사람들이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직업형 리얼리티 <디 에디터>. 온스타일 제공
직업형 리얼리티 <디 에디터>. 온스타일 제공
‘족집게 강의’를 보면서 드는 이중적 감정

<예스 셰프>가 실제 요리사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프로그램이라면 <80일>은 실제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을 위한 현실적인 전략 프로그램이다. 제목은 ‘서울대’에 가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는 내용이다. 사실 80일 노력해서 내신 몇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엄마나 학생들도 알고 있다. 유명한 강사가 아니라도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선생님과 의욕이 있는 학생이 만나면 충분히 올릴 수 있다. 그런 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다.

문화방송 <공부의 제왕>이 공부 잘하는 애들 불러다가 ‘열심히 하면 된다’는 교과서 중심의 얘기를 했고, 교육방송 프로그램이 내용은 좋지만 재미가 없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모범적인 얘기나 도덕적인 틀을 벗고 저돌적으로 점수 올리는 데 올인한다. 저돌적이어서 재미있다.

첫 회에 수험생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진단은 독설에 가까웠다. 자기 위치를 확실하게 아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자기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목표를 세울 수 있고 그 목표를 현실적으로 상향 조절할 수 있다. 터무니없는 목표 설정은 무리라는 것을 좀더 잘 알려줬으면 한다. 사회자들이 프로그램 내내 계속 비법을 외치는 건 과하다는 느낌이다. 프로그램 내내 비법 얘기를 하다가 결국 ‘드림80’이라는 비밀번호 하나 던져주고 끝났다.

<80일>을 보면 이중적인 감정이 든다. 소수에게만 알려진 비법이나 고급 정보를 열어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돈이 있어야 좋은 대학을 가는 시대니까. 이런 식의 문제제기는 재미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입시제도 자체는 현실이니까 제쳐 두고 어떻게든 좋은 대학을 가는 방향으로만 밀어붙이는 건 걸린다.

<80일>은 지금까지 나온 공부에 관한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다. 뭐든 유형화하고 연습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전략을 짠다는 측면에서 먹히는 것 같다. <80일>이 입시 전략에 관한 프로그램이지만 <디 에디터>는 실제 패션 에디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취업 전략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다. <디 에디터>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패션 에디터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교과서처럼 다가간다.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패션계와 패션 잡지가 잘 알려지고는 있지만 실제 그들이 어떻게 화보 촬영을 진행하는지 등 실질적인 이야기는 별로 없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현실적인 측면을 잘 보여준다. 내용의 반전이나 재미보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다 보니 프로그램이 충분히 설득력을 갖췄다.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되고 심사된다.

평가하는 에디터들도 합리적으로 얘기하고 구체적으로 실수를 지적한다.

드물게 괜찮은 직업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독하기보다 합리적이다 보니 긴장감이 너무 없다는 거다. 도전자들 숫자도 적어서 여기에서 한 명이 떨어지면 남은 사람들로 계속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몰입은 되지만 긴장감은 떨어진다.

개인적으로 독하지 않아서 좋다. 취업 가이드라는 면에서도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화보 촬영할 때 소품을 준비하는 것부터 현장에서 진행하는 것까지 보여주니까 꼭 패션 에디터를 꿈꾸지 않아도,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하다.

역시 현실은 드라마보다 지루하구나

예전에 나왔던 서바이벌 리얼리티는 저 도전자들이 누가 얼마나 더 부족한지를 보여주려고 경쟁을 시킨다는 느낌이었다면, 최근 나오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도전자들이 정말 저 일을 좋아해서 하고, 잘하고 싶어한다는 게 보인다.

그런 것을 배우고 가르치고 지적하는 이들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도전자들뿐 아니라 보는 시청자들도 생각이 점점 달라진다. 나도 뭔가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출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자기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프로그램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정석희)

“기본에 충실할 것. 상식 수준의 것들을 잘 지키면 끝까지 간다.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솔직하게 행동하면 결국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차우진)

 

응원해주고 싶은 출연자

“<80일>에 전교 1등을 하다가 성적이 떨어진 친구가 나온다. 그 친구가 우는데 나도 울었다. 응원해주고 싶다.”(정석희)

“<예스 셰프>에서 까만 뿔테 안경을 쓴 채낙영 도전자.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한 초보 요리사인데 인상이 순하더라.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차우진)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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