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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헤쳐 모여 왜 해?

등록 2009-11-18 18:38수정 2009-11-19 08:30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올해 연예계를 강타했던 걸그룹 전성시대가 무대 위에서 무대 밖으로, 그룹 활동에서 개별 활동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대표 걸그룹 멤버들이 모여 시골 생활을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인 한국방송 <청춘불패>는 무난하게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고, 삼성은 걸그룹 멤버들을 모아놓고 광고와 뮤직드라마를 촬영하며 ‘두근두근 투모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0 아시아>(10asia.co.kr)의 최지은 기자(사진 오른쪽)와 위근우 기자가 <청춘불패>와 ‘두근두근 투모로’ 캠페인을 통해 브라운관 속 걸그룹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써니·구하라 돋보이지만 식상한 구성 머무른 ‘청춘불패’
있는 캐릭터도 물타기, 80년대 교과서 찍나 삼성 광고 캠페인

최지은 (이하 최) 걸그룹 전성시대다. 시작은 소녀시대였다. 원더걸스는 미국 활동으로 바쁘고 카라는 활동한 지 꽤 됐지만 올해부터 떴다. 애프터스쿨이 은근히 인기를 끌다가 유이가 대박 나면서 확 뜬 감이 있다.

위근우 (이하 위) 남자들 중 열에 아홉은 애프터스쿨 좋아하더라.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소녀시대 브랜드가 절대적인 게 있지만 현실에서는 애프터스쿨 등의 그룹이 약진했다.

히트곡 내기 전 캐릭터부터 구축하라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 7명이 함께 출연하는 <청춘불패>(위)와 각기 다른 그룹의 멤버 4명이 모여 광고와 뮤직드라마를 찍은 ‘두근두근 투모로’ 캠페인. (위부터) 한국방송·삼성 제공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 7명이 함께 출연하는 <청춘불패>(위)와 각기 다른 그룹의 멤버 4명이 모여 광고와 뮤직드라마를 찍은 ‘두근두근 투모로’ 캠페인. (위부터) 한국방송·삼성 제공
걸그룹 전성시대라는 분위기 타고 새로운 팀이 빨리빨리 나온다는 느낌이다. 소녀시대의 성공이 밑바탕이 됐다. 소녀시대가 대단한 게 올해 ‘지’라는 히트곡을 내고 예능을 쭉 돌면서 9명 모두 각각 세분화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보통 히트곡 하나 만들면 좀 쉬었다가 다음 곡을 들고 나오는데, 올해 소녀시대는 쉬지 않고 쭉쭉 나갔다. 유리가 중심이 되면서 소녀시대에 또다른 조합이 생겨났고 무게중심도 달라졌다. 카라는 연기자로 치면 윤상현 같다. 오래 버티면서 음악이 좋아졌다.

‘미스터’ 같은 경우는 안무와 음악의 개성이 잘 맞은 예다. ‘미스터’를 통해서 니콜이 부각됐고, 각자 캐릭터가 생겼다. 카라는 고군분투하면서 성공한 경우다. 카라가 성공한 뒤에 다른 그룹이 생계형 아이돌 콘셉트를 따라 하고 있다. 시크릿은 지하방에서 살면서 커튼 대신 은박지를 치고 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예전 같으면 회사에서도 숨기고 싶은 얘기였겠지만 이제 하나의 콘셉트로 가능해졌다. 투에니원이 음악으로 정면 승부했다면 티아라나 시크릿은 틈새시장부터 시작을 했다.

티아라는 첫 방송이 <라디오스타>였다. 음악방송 무대에서 신곡을 선보이는 것보다 캐릭터를 먼저 잡겠다는 전략을 지닌 그룹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이돌 그룹들이 먹고살기 위해 행사도 뛰는 존재라는 게 알려지면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는 좀 독특한 경우다.

아이돌 개념이 없는 팀이었는데 요즘 ‘아브라카다브라’가 뜨면서 아이돌로 소비되고 있다. 노래 잘하는 여성 그룹으로 가다가 이번에 전면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스타성이 있는 그룹이다. 예전에도 노래는 괜찮았지만 여성 그룹에게 노래만 원하지는 않는다. 노래 잘하는 여성 그룹 이미지에서 밝은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댄스를 하는 걸그룹 이미지로 바꾸기가 보통 일이 아니었을 거다.

브아걸은 단순한 변신이 아니다. 갈고닦은 실력이 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시건방 이미지와 오토 튠 등이긴 했지만 ‘그래도 실력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다른 기획사의 아이돌들이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 어려웠다. 더욱이나 경쟁 그룹을 모아 놓고 매력을 비교한다는 게 힘들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그런 걸 원하고 있다. 모아 놓으면 어떤 분위기일까. 또 걸그룹의 구성원들에게 각기 다른 캐릭터가 생기니까 <청춘불패>처럼 새로운 조합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거다.

<청춘불패> 멤버부터 보자. 소녀시대의 유리, 써니, 브아걸의 나르샤, 시크릿의 선화, 포미닛의 현아, 티아라의 효민, 카라의 구하라. 이렇게 7명이다.

시골 마을 정해 놓고, 농촌생활 하면서 농사도 돕고 어르신들과 함께 얘기하고, 기본은 <패밀리가 떴다>와 같은 포맷이다. 기획이나 진행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란 환경이 다른 어린 여자애들을 시골에 데려다 놓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데 특별할 건 없다.

<패밀리가 떴다> 얘기를 했는데 나는 <1박2일>을 많이 생각했다. 지역친화적인 프로그램인 <1박2일>은 남자의 로망을 자극한다. 어르신들에게 뭐 얻어먹고 도와주고 …. 남자의 로망을 여자에게 가져간 거다. <청춘불패>에서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김태우다. 여자애들이 주도해서 갔다기보다 말하자면, 예비역 오빠들이 공대 아름이들을 데리고 엠티나 농활에 간 것과 비슷하다. 그들은 농활이나 엠티에 여자 후배들을 데리고 가서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 지점에서 남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준다.

어르신들에게 애교 피우면 기특해 보이긴 해도 한계가 뚜렷하다. 걸그룹을 데려다 놓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회관의 경로잔치 하러 온 애들로 활용한다. 마을 주민들은 얘네들이 예뻐 보이긴 하지만 누군지도 모르니 어리둥절하다. 불편해지는 지점도 있다. 방송이니까 구하라가 공중제비 돌면서 재롱 잔치하는 걸 보여주지만 현장의 주민들도 그걸 재미있어할까? 애초에 그런 상황으로 몰지 말든가 편집을 통해 쳐내든가 해야 했다. 100살 넘은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을 피우면서 누가 잘하느냐고 묻는데,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고민이 없다는 증거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일반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합이 7인데 보이는 건 4, 5 수준

소통이 없고 공연만 남는다. 왜 거기까지 가서 재롱잔치를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지역과 소통을 못 하고 있다. 그래도 출연진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써니는 예능감이 탁월하다.

써니도 잘하긴 하지만 나는 구하라가 이런 애인지 몰랐다.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대범하고 감도 좋다.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도 좋다. 문제는, 자기네끼리 잡담할 때는 재미있는데 역할을 주면 재미가 없어진다는 거다. 일하는 걸 보고 있으면 참을 수 없이 지루하다. 물건 팔고 물물교환하라고 농촌에 보내진 않았을 거다.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걸 반복하고 있다.

새로운 조합에서 생기는 힘이 없다. 한 사람이 하나씩 보여주면 7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4에서 5 정도다. 가요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이렇게 일곱이 모일 수 있구나, 거기에서 끝이다. 할머니 얘기하면서 눈물도 흘리고 진솔하고 찡한 면도 있었지만, 그게 왜 필요했는지는 모르겠다.

시키니까 돌아가면서 전화하는 뻔한 설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가 아닌 다른 출연자들이 전화하는 걸 다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돌아가면서 전화한다는 거 자체가 진부하다. 물론 할머니 얘기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지만 너무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극단적으로 하드코어한 건 아니래도 더 진솔하고 개성 있는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삼성전자의 광고 캠페인 ‘두근두근 투모로’에서는 유이, 현아, 가인, 승연의 조합을 만들었다. 넷이서 같이 안무를 하는 거 말고 뭘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캠페인의 목적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공익적인 광고라고 해도 2009년에 나올 만한 이야기가 맞는지 모르겠다. 에이치오티의 ‘빛’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여성 프로게이머 등 트렌디해 보이는 설정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구성인데 화제가 되지도 않고 있다.

꿈을 향한 열정, 어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해내겠다는 의지, 그런 걸 보여주고 싶은 것 같은데 감정이입이 전혀 안 된다. 차라리 아이돌로서 겪는 어려움이나 한승연처럼 그룹을 알리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광고로 만들었다면 먹혔을지 모른다. 모호한 캐릭터 주고 교과서적인 전개를 하고 있다. 그럴 거면 예쁜 연기자에게 시키지, 걸그룹 멤버들을 데려다가 왜 진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지 모르겠다.

걸그룹 전성시대니까 걸그룹으로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인 것 같기는 한데 제작자들이 지금 걸그룹이 소비되는 방식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미 이 그룹의 멤버가 이렇게 얘기하면 저 그룹의 다른 멤버는 저렇게 반응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고, 보고 싶어 하는 것도 그런 화학작용이다.

출연진은 요즘 아이돌, 분위기는 에이치오티 시절

빨간 장미도 있고, 분홍색, 노란색 장미도 있다. 그런데 그걸 조화롭게 묶은 꽃다발은 아니다. 걸그룹 구성원들의 조합을 잘 이해하는 누군가가 조금 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끌 수 있지 않을까.

■ 이 사람, <청춘불패>를 살렸다

“카라의 구하라. 생김새가 인형 같아서 춤추고 노래할 때는 거리감이 느껴졌던 구하라는 이 프로그램에서 대범하고 천연덕스러우며 낯가림이 없는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예능감도 갖췄다.”(최지은)

“소녀시대의 써니. 써니는 이 프로그램에서 순규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닭을 잡아서 끌고 온다거나 물물교환을 하면서 홍보사진을 찍는다거나 하면서 이 프로그램에서 걸그룹에게 원하는 게 뭔지를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영리하다.”(위근우)

■ <청춘불패>의 이 설정, 민망했다

“이상형 월드컵. 유리와 김태우의 러브라인은 이 프로그램에서 기대할 만한 한 줄기 예능의 코드다. 은근히 재미도 있다. 그런데 이상형 월드컵은 그렇지 않았다. 전혀 긴장감 없고 화학작용이 없는 남자 출연자들과 어리고 예쁜 걸그룹 소녀들의 이상형 월드컵은 비효율적이었다.”(최지은)

“사과를 팔았던 장면. 재미없는 미인대회 같았다. 군인이 누구에게 갈까, 고등학생은 누구에게 갈까 정도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상황을 통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과 파는 상황을 통해 이들의 인기도를 보여주기에는 얄팍했던 설정이었다.”(위근우)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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