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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 부활, 케이블 예능 약진

등록 2009-12-23 18:43수정 2009-12-27 11:03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예능 프로그램은 항상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그 어느 분야보다 냉정하게 적용되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신설과 폐지가 순식간이다. 동시에 재미만 있으면 케이블 티브이 프로그램이라도 공중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예능 프로그램이다. 올해에는 <천하무적 토요일-천하무적 야구단>(이하 ‘천무단’)과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자’) 등 여러 프로그램이 신설됐고 <일밤>은 계속된 코너 폐지로 위기에 부닥쳤다. 엠넷 <슈퍼스타 케이> 역시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고, 티브이엔 <롤러코스터>는 웬만한 공중파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2009년 예능 프로그램을 정리했다.

2009년 예능 프로그램 총정리
브아걸 나르샤, SS501 김형준 2010년 예능 기대주

정석희(이하 정) <해피선데이-1박2일>과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 <무한도전> 등 각 방송사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패떴’은 박예진과 이천희가 있었던 예전에 비해 재미가 확 떨어졌다. 게스트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패떴’에서 이효리가 보여준 모습들, 자다 일어나서 부은 얼굴이나 몸뻬를 입은 모습 등이 <청춘불패> 등 아이돌 프로그램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걸그룹 멤버들에게 자연스러움을 너무 강요하는 건 아닌가 싶다. 이효리 효과를 이들이 똑같이 구현할 필요가 있을까.


충격적인 ‘일밤’의 몰락

몸으로 뛰는 야구를 소재로 해 좋은 반응을 얻은 한국방송 <천하무적 토요일-천하무적 야구단>(위)과 광고는 물론 공중파 프로그램도 말투를 따라 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킨 티브이엔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한국방송·티브이엔 제공
몸으로 뛰는 야구를 소재로 해 좋은 반응을 얻은 한국방송 <천하무적 토요일-천하무적 야구단>(위)과 광고는 물론 공중파 프로그램도 말투를 따라 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킨 티브이엔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한국방송·티브이엔 제공
차우진(이하 차) <무한도전>은 추격전 등 장르물도 시도하고, 드라마 형식도 해보면서 계속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계속 새로워지려는 <무한도전>에 비해 ‘패떴’과 ‘1박2일’은 비슷한 형식으로 계속 가고 있다. 강호동이 주축이 돼 신설된 <강심장>은 기대 이하다. 소소한 재미는 있는데 마지막에 꼭 감동을 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말 한마디 못 하고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보는 걸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다.

예능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속도로 간다. 문제는 형식이 반복되다 보니 지루해진다는 거다. 그중에서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일밤>의 몰락이 충격적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대명사인 <일밤>인데 코너 신설과 폐지를 반복하면서 시청률이 바닥을 쳤다.

<일밤>은 무엇보다 옛날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일밤>은 1990년대 공익성으로 화제가 됐다. 그걸로 문화방송의 예능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이후 이경규가 주도하면서 <일밤>은 웃음뿐 아니라 공익에 대한 강박 같은 게 있다. 그런데 그게 먹히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이번에 개편 이후 김영희 피디가 새로 만든 코너들도 큰 반응은 없다. 익숙한 감동이라서 그런지 편치 않다.

‘단비’는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봐왔던 형식이다. ‘우리 아버지’는 지금까지 많이 있었던 프로그램인데 가슴 찡한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고정해서 보게 되지는 않는다. 공익적인 진행 속에서도 잔재미를 줄 수 있는데 출연자들이 그런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이경규는 <일밤> 대표 예능인이었는데 올해 한국방송으로 넘어가 ‘남자의 자격’을 시작했다. 이경규가 ‘남자의 자격’으로 성공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

올해 이경규의 부활이 중요하다. <일밤>을 떠나 ‘남자’와 <붕어빵>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두 프로그램을 보면 이경규가 정말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하프마라톤을 뛰는 걸 보고 놀랐다. 예전과는 태도가 달라졌다. 시청자는 무조건 열심히 하면 지지한다.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를 통해 바뀌고 있는 예능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이경규가 달라진 건 아닌데 자기 고집을 버리고 계속 프로그램을 해나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경규는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 타협할 줄 안다.

<무한도전>이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있지만 요즘에는 <무한도전> 대신 ‘천무단’으로 채널이 돌아간다. 정말 열심히 온몸을 던져 야구를 하는 게 보인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임창정, 김창렬, 이하늘 등 구성에서부터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마리오나 이현배 같은, 잘생기지도 않고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닌 멤버들에게 더 관심이 간다.

1회 때 김창렬이 우리같이 모자란 인간들이 성숙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좋아하는 야구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했을 때만 해도, 얼마나 오래가겠어 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그때 그 말이 진짜가 되어가고 있다.

케이블스러운 코드를 만들어낸 아이돌 리얼리티쇼

타석에 서면 너무 진지한 김창렬을 보면서 <일밤-오빠밴드>의 신동엽이 생각났다. ‘천무단’은 모든 멤버가 진지하게 야구를 한다. 그런데 ‘오빠밴드’는 신동엽을 비롯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충 때우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기대했는데 점점 실망스러웠다.

‘오빠밴드’는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슈퍼주니어의 성민과 기타 치는 정모를 발견한 것은 성과가 있었다. 여행이나 스포츠 등을 체험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세였지만 스튜디오에서 토크로 진행하는 <황금어장-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도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릎팍도사’가 점점 고급 인터뷰가 되어간다면, ‘라디오스타’는 정반대다. 계속 막 나간다. 그게 유지되는 게 재미있다. 올해 히트한 게스트는 ‘라디오스타’에서 더 많이 나왔다.

김국진도 ‘라디오스타’를 통해 살아났다. <붕어빵>이 성공하면서 <자기야>가 생겨나고, 그게 부부 리얼리티로 발전한 것도 하나의 흐름이었다. 연예인끼리 사생활을 폭로하는 걸 넘어서 가족끼리 서로의 일상을 얘기하는 상황이 됐다.

작년에 박미선이 뜨면서 줌마테이너가 주목받았다면, 올해에는 주목받는 이들이 여럿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저변이 생기고 활동 영역이 생겨났다. 지난해에는 윤종신 정도가 예능 늦둥이로 주목받았다면 올해에는 길이나 이하늘 등이 새로운 예능인으로 관심을 모았다. <청춘불패>의 나르샤도 탁월한 예능감을 보여줬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점은 케이블 프로그램의 활약이다. <슈퍼스타 케이>와 <롤러코스터> 등이 공중파보다 더 큰 파급력을 보여줬다.

올해 케이블 프로그램은 아이돌 중심의 예능과 고급화된 예능으로 나뉜다. 전자는 <와일드 바니>나 <2NE1 TV>, <카라 베이커리>처럼 아이돌 그룹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마케팅까지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거의 엠넷이 주도하다시피 하고 있다. 후자는 <슈퍼스타 케이>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처럼 외국에서 성공한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가져온 경우다.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나 <아이돌! 막내반란시대> 등 아이돌이 주축이 된 프로그램도 재미있다. 케이블 프로그램의 트렌드는 제작진이 이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그대로 드러내는 거다. 그 자체가 케이블스러운 코드로 읽힌다.

<슈퍼스타 케이>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아이러니하게도 우승자인 서인국이 가장 잘 안 풀리는 것 같다. 길학미나 조문근은 최종에서 떨어졌지만 소속사에 들어가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서인국은 싱글 곡만 몇 개 내놓고 엠넷에서 하는 많은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비해 최종 우승자인 서인국을 70만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우승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들이 있다. 떠밀려 올라가듯이 올라간 자리가 아니라 이제 자기 스스로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은 성공한 형식이고 앞으로 시즌을 거치며 계속 제작될 것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출연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발판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겠느냐다. 결국 누가 우승했다는 것보다 누가 앨범을 2집까지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티브이엔 또 어떤 사고를 칠지

<롤러코스터>는 티브이엔의 야심작이다. ‘남녀탐구생활’에서 나온 내레이션 형식은 공중파뿐 아니라 광고에서도 응용되고 있다. 그만큼 재미가 있으면 케이블을 뛰어넘어 공중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블과 공중파가 성역 없이 넘나드는 시대다.

티브이엔은 <롤러코스터>로 얻은 인기와 인지도를 통해 또 조금씩 변화하려는 것 같다. 앞으로 티브이엔이 어떤 프로그램을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

■ 올해 기대 이상이었던 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아이돌과 꽃미남이 대세인 시대에 전혀 기대되지 않는 남자들만 모아서 프로그램이 성공했다는 게 대단한 일이다. 지난주에 불우이웃돕기 일일카페를 하는데 초등학교 때 친구를 부르는 모습이 참 좋더라.”(정석희)

“<천하무적 토요일-천하무적 야구단>. 말 그대로 비(B)급 남자들을 모아서 야구를 한다. 예능도 안 하고 야구만 하는데도 재미있다. 몸으로 뛰는 게 프로그램에서 보인다.”(차우진)

■ 올해 예능에서 발견한 기대주

“‘SS501’의 김형준.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절친노트>를 보니 자기 길을 확실히 잡은 것 같더라. 김현중이 가는 ‘꽃남’의 길을 버리고 자기가 갈 길을 선택했다. 예능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가 되고 싶은 것과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현명한 선택을 했다.”(정석희)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 <야심만만>이나 <스타골든벨>에서 잘하는 모습을 봤는데, <청춘불패>에서 확신을 갖게 됐다. 나르샤는 예능감이 있다. 사과로 웃기라고 하면 그걸 가슴에 넣는다. 전혀 이상하지 않고 재치 있어 보인다. 그 틈을 잘 안다.”(차우진)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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