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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랑스런 좌우명 앞에…

등록 2010-02-24 19:41수정 2010-02-24 19:42

우루과이
우루과이
[매거진 esc] 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세계 여러 나라에는 공식 좌우명이 있다. 흔히 국가 문장(紋章) 일부로 쓰이는데, 대부분은 그 나라의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상황을 얼마간 반영한다.

우루과이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자유, 평등, 박애’를 좌우명으로 한 프랑스 혁명 이후 ‘자유’는 혁명 전통이 강한 여러 민족국가에서 좌우명으로 쓰였다. 폴란드군은 전통적으로 ‘우리 자유와 너희 자유를 위해’라는 좌우명을 썼는데, 이는 폴란드 군인들이 조각난 조국에서 도망쳐 나와 여러 나라 독립운동에 의용군으로 참여했던 역사를 반영한다.


리투아니아
리투아니아
리투아니아 ‘단결에 힘이 있다.’ 민족국가 성립이 늦었거나, ‘민족적’ 성격이 모호하거나, 존폐가 불확실했던 나라들은 단결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역시 1956년 ‘우리는 신을 믿는다’를 채택함으로써 기독교 국가로 탈바꿈하기 이전까지, ‘여럿이 하나로’라는 좌우명으로 연방국가의 가치를 표현했다.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는 영화 <삼총사> 주제곡이기 이전에 스위스 연방의 공식 좌우명이기도 하다.


알바니아
알바니아
알바니아 ‘알바니아인의 신앙은 알바니아.’ 전통적으로 특정 종교 영향이 강했던 나라는 좌우명에서도 신앙을 언급하는데, 알바니아는 그런 관습을 뒤틀어 세속주의를 강조하는 점이 독특하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복잡하게 뒤섞인 그 나라의 종교적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아제르바이잔
아제르바이잔
아제르바이잔 ‘불(火)의 국가.’ 나라 이름 자체가 ‘신성한 불의 수호자’를 뜻하는 고대 페르시아어에서 파생했다. 페르시아 제국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에서, 불은 영적 통찰의 매개체로 여겨졌다. 이와 대조되면서 아름다운 좌우명으로, 아프리카 국가 보츠와나의 ‘비’(雨)가 있다.


벨리즈
벨리즈
벨리즈 ‘나는 그늘에서 번성하리라.’ 여기에서 ‘그늘’은 벨리즈의 상징 마호가니 나무이다. 본디 영국령 온두라스였던 이 중앙아메리카 국가는, 17세기부터 영국인들이 마호가니 나무를 베어 가는 곳이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조금 역설적으로 들리는 좌우명이다. 이처럼 긍정적이고 힘차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는 예로, 네덜란드의 ‘나는 견딜 것이다’와 룩셈부르크의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고 싶다’도 있다.


노르웨이 왕실
노르웨이 왕실
노르웨이 왕실 ‘모든 것은 노르웨이를 위해’. 그런데 전통적 경쟁국인 스웨덴 왕실 좌우명을 이어서 읽어 보면 재미있다. ‘결국은 스웨덴을 위해’.


영국
영국
영국 ‘신과 내 권리’. ‘신’은 예의상 붙였고, 방점은 ‘내 권리’에 있는 듯하다(여기에서 ‘나’의 정체는 불분명하지만). 그런데 이 좌우명은 사실 잉글랜드 것이고, 영연방 일원인 웨일스의 좌우명은, 슬프게도, ‘웨일스여 영원하여라!’이다. 현존하지는 않지만, 현대 독일 형성에 중추적 구실을 한 프로이센의 좌우명 ‘각자에게 각자 몫을’도 권리를 강조한다. 좌우명에서 정책적 지향을 읽게 한 실용주의가 돋보인다.


산마리노
산마리노
산마리노 ‘자유’. 나라가 워낙 작아 긴 좌우명을 적을 자리가 없는 걸까? 간결하기는 과거 뉴질랜드 좌우명, ‘앞으로!’도 뒤지지 않는다. 이처럼 광고대행사에 의뢰한 듯 현대적인 좌우명으로, 에스토니아의 ‘긍정적으로 놀라운’, 스페인의 ‘저 너머 더 멀리’, 대한민국의 ‘다이내믹 코리아’가 있다.

최슬기·최성민/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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