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의 경우 수입 맥주와 한국 맥주의 가격 차이는 3~5배에 달한다.
[매거진 esc]
성패트릭데이 축제를 맞아 맥주만들기 동호회 총운영자 정영진씨와 함께 나눈 맥주 수다
성패트릭데이 축제를 맞아 맥주만들기 동호회 총운영자 정영진씨와 함께 나눈 맥주 수다
막걸리 인기가 사그라질 줄 모른다. 막걸리에 대한 조명은 새삼스럽다. 수백년 동안 서민들이 가가호호 만들어 왔던 술이기 때문이다. 유럽 나라들에서는 맥주가 막걸리와 같은 구실을 해 왔다. 아일랜드 스타우트가 그렇다. 아일랜드 최대 명절인 3월17일 성패트릭데이를 기념해 한국에서도 성패트릭데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를 맛볼 수도 있다. 아일랜드인 못지않게 맥주의 참맛을 따져 마시는 애호가들도 한국에 있다. 다음 카페 맥주만들기 동호회 회원들이다. 집에서 직접 맥주를 빚는 동호인들의 모임이다. 맥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뜨겁다. 정영진(사진) 총운영자와 함께 맥주 수다를 나눴다. 강남역 근처 크롬바커 하우스(02-501-7189)에서 그를 만났다. 흑맥주에 대한 이야기부터 벨기에 맥주 호가든이 국내 라이선스 생산 뒤 맛이 변했는지 등 수다는 계속 이어졌다.
주세 72%만 낮아져도 참 좋겠구나
고나무 기자(이하 고) : 맥만동 옥토버페스트가 가장 큰 행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자기가 만든 맥주를 출품해 겨루는 행사로 압니다. 지난해 흑맥주도 출품됐나요?
정영진 총운영자(이하 정) : 20여명 중에 대여섯 분이 흑맥주를 출품했습니다. 100명 정도 모였고요. 어떤 분은 상한 흑맥주를 출품해서 스스로 민망해했던 에피소드도 있었죠. 겨울에는 스타우트가 인기죠. 겨울에 보리차가 입맛을 당기는 것처럼 흑맥주가 겨울에 당기죠. 여름에는 라거나 필스를 찾다 겨울에 날 추워지면 포터, 스타우트, 둥켈로 회원들 취향이 옮겨갑니다.
고 : 운영자님도 지난해 흑맥주를 담그셨나요?
정 : 그럼요. 매해 겨울에는 한 종류 이상씩 담갔죠. 최근에 담근 흑맥주는 둥켈입니다. 둥켈은 라거(하면발효 맥주) 계열이죠. 좀더 깔끔한 맛을 내려고 했죠. 보통 라거는 발효만 2주, 숙성에 최소 6주 걸리니까 두 달 정도 기간을 잡죠. 12월쯤 담갔습니다. 직접 맥아를 사다 담가요. 수입업체에서 맥아 사다 갈고 끓여 작업했죠. 보통 20ℓ 담급니다. 담가서 가족들도 나눠 주고 같이 마시며 놀죠. 맥주에 맥주를 섞어도 맛있습니다. 집에서 만든 맥주는 진하니까 국산 맥주와 섞어요. 그럼 바디(액체의 묵직한 정도)는 가벼우면서도 향이 좋은 맥주가 나옵니다.
고 : 아일랜드 흑맥주에 얽힌 기억이 있으신가요?
정 : 글쎄요, 먹어본 게 기네스, 킬케니, 머피 정도여서. 머피는 아직 수입이 안 되죠. 우리나라에서 흑맥주를 다양하게 접하기 어려워요. 종류가 적으니까요.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도 하이네켄 다크, 벡스 다크, 기네스 정도이니까요. 좀 작은 맥줏집 가운데 독일 흑맥주나 알트 비어(독일식 상면발효맥주)를 파는 곳도 있는데 드물죠. 고 : 저도 외국 생맥주 수입가격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한국 생맥주와 가격 차이가 너무 크게 나더라고요. 정 : 유통비도 많이 들지만, 일단 맥주 주세가 너무 높아요. 와인 주세는 30%밖에 안 되는데 맥주는 72%죠. 증류주도 아니고 발효주인데 말이죠. 전 막걸리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걸리 주세에 비해 맥주 주세 72%는 너무해요. 같은 발효주인데. 이것만 낮아져도 맥줏값이 얼마나 싸지겠어요.
국내 라이선스사 오비에선 “맛 똑같다”
고 :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벨기에 밀맥주 호가든이 오비맥주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뒤 맛이 떨어졌다는 말들이 돕니다. 운영자님 생각은 어떠세요?
정 : 저도 호가든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묵직한 맥주를 마시다 마지막에 한잔하곤 했죠. 라이선스 생산 뒤엔 안 마신 지 꽤 됐습니다.
벨기에 맥주 호가든은 과일 껍질 향이 개성적인 밀맥주다. 지금은 오비맥주에서 라이선스 생산 중이다. “맛이 떨어졌다”는 비판과 “전혀 그렇지 않다”는 업체의 답변이 팽팽히 맞선다. 라이선스 생산 뒤인데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도 있다. 맥주도 요리이므로, 재료가 맛을 좌우한다. 보통 밀맥주에는 맥아와 밀 맥아가 대략 6 대 4의 비율로 들어간다. 향을 좌우하는 것은 효모다. 물도 중요하다. 원조 호가든과 라이선스 생산 뒤 호가든의 재료가 물 외에 달라졌을까? 공법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때 오비맥주를 소유했던 거대 맥주 기업 인베브를 포함해 맥주 대기업 가운데 ‘하이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원래보다 도수를 높게 맥주를 발효시킨 뒤 병에 담기 전에 물을 섞어 도수를 떨어뜨리는 공법이다. 생산 원가가 낮아지지만 맥주 맛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 둘 다 다른 제품에서 이 공법을 사용한다. 아사히 맥주는 맥주 맛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이 공법을 쓰지 않는다.
오비맥주에 맥아, 밀 맥아, 효모, 시트러스 등 재료가 원조 호가든과 달라졌는지 물었다. 오비맥주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효모는 벨기에 본사에서 직접 수입하며, 밀 맥아·호프는 주로 독일, 오렌지 껍질은 스페인, 코리앤더는 불가리아 등 원재료를 대부분 유럽연합에서 수입한다. “글로벌 호가든의 동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오비맥주는 답했다. 하이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하는지, 맥아와 밀 맥아 외에 옥수수 등 값싼 전분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벨기에 양조 전문가가 한국 생산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왔으며 매월 본사에 샘플을 보내 품질 평가를 받으며 현재까지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이 업체는 답했다. 오비맥주는 “원산지인 벨기에를 제외하고 러시아와 한국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양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과 동일하며, 에이비 인베브에서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전세계 130여개 맥주 공장을 평가한 결과, 오비맥주 공장은 3위 안에 들었다”고 답했다.
‘2차 입가심’ 하는 호프집 문화 아쉬워
그러나 맥주 애호가들은 정반대로 평가했다. 맥주만들기 동호회(cafe.daum.net/microbrewery) 회원들을 상대로 ‘예전에 비해 호가든 맛이 변했는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1만2680명의 회원들은 대부분 30~40대 이며 외국 생활을 경험한 회원도 많다. 맥주에 관해 열성 소비자 집단이다. 응답한 13명의 회원 가운데 11명이 국내 생산 뒤 호가든 맛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회원들은 여러가지로 이유를 추측했다. “맥주 레시피는 들여왔지만 생산 공정과 생산 시 필요한 기술과 장비, 그리고 재료는 국산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맛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제조 이후 각각의 재료의 맛이 따로 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국내 제조 이후 상당히 드라이해졌다는 느낌 역시 많이 들었습니다. 우선 물맛이 다른 게 큰 것 같고요. 각각 재료의 맛이 부조화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등의 추측이 있었다. “호가든과 향은 같으나 하이 그래비티 브루잉(맥주에 물타기)한 느낌이 듭니다. 거품이 적고 맥아 맛이 호가든에 비해 밍밍합니다.”라고 답한 회원도 있었다. 한국 마이크로브루어리 협회 소속 브루마스터 3명도 설문에 대해 “맛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정 : 우리나라에 내세울 펍 문화가 없다는 것도 아쉽죠. 수입맥주 회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 말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괜찮은 맥줏집을 찾기 쉽지 않죠. 워낙 소주 문화가 발달해서 그렇겠지만 아쉽긴 하죠.
고 : 우리나라는 그냥 호프집 문화죠. 1차에서 고기 먹다가 2차로 호프집 가서 입가심하는.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맥주만들기 동호회 총운영자 정영진씨.
정 : 글쎄요, 먹어본 게 기네스, 킬케니, 머피 정도여서. 머피는 아직 수입이 안 되죠. 우리나라에서 흑맥주를 다양하게 접하기 어려워요. 종류가 적으니까요.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도 하이네켄 다크, 벡스 다크, 기네스 정도이니까요. 좀 작은 맥줏집 가운데 독일 흑맥주나 알트 비어(독일식 상면발효맥주)를 파는 곳도 있는데 드물죠. 고 : 저도 외국 생맥주 수입가격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한국 생맥주와 가격 차이가 너무 크게 나더라고요. 정 : 유통비도 많이 들지만, 일단 맥주 주세가 너무 높아요. 와인 주세는 30%밖에 안 되는데 맥주는 72%죠. 증류주도 아니고 발효주인데 말이죠. 전 막걸리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걸리 주세에 비해 맥주 주세 72%는 너무해요. 같은 발효주인데. 이것만 낮아져도 맥줏값이 얼마나 싸지겠어요.
성패트릭데이 축제를 맞아 맥주만들기 동호회 총운영자 정영진씨와 함께 나눈 맥주 수다
지난해 성패트릭데이 퍼레이드 모습.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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