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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누나들은 일 아이돌에

등록 2010-09-30 10:48수정 2010-10-02 11:56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 캇툰(KAT-TUN·사진). 사진 제공 엠넷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 캇툰(KAT-TUN·사진). 사진 제공 엠넷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일본으로 공연 관람까지 가는 아라시·캇툰 팬들
“누나아~.”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 캇툰(KAT-TUN)의 멤버 가메나시 가즈야는 지난달 6일 한국에서 공연 중 한국 여성 관객에게 팬서비스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의 캇툰 팬 중 상당수가 1986년생인 가메나시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관계자한테 전해들은 것이다. 캇툰뿐 아니라 2006년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콘서트를 한 아라시는 한국 인터넷에 30대만 가입할 수 있는 모임이 따로 생겼을 정도로 일명 ‘누나팬’이 많기로 유명하다.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이 10대~20대 초반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과 반대로, 한국에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이상 누나팬들의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캇툰 공연에는 이틀간 2회 공연에 2만여명이 다녀갔는데, 공연을 보러 온 한국 관객 중 많게는 절반가량이 누나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누나팬들은 “엄마 같은 마음”이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일본 남자 아이돌은 아라시·캇툰·뉴스 등 남자 아이돌만 키우는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자니스 사무소’ 소속이다. 한국 남자 아이돌 그룹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데뷔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우리의 연습생에 해당하는 ‘주니어’ 시절부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에 출연해 꾸준히 자신을 노출한다. 팬들은 이들이 솜털 뽀송뽀송한 어린 시절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고 때론 기특해하는 것이다. 캇툰의 가메나시 가즈야의 팬인 주부 김준영(36)씨는 “10대 초반 개구쟁이 같던 가메나시가 이제는 면도기 광고까지 하는 등 남자다워진 모습을 보면 마치 내 아들의 성장을 보는 것처럼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버라이어티 등에 출연해 거리낌없이 망가지는 등 톱아이돌 같지 않은 모습에서 친근함을 느낀다고도 한다. 최근에는 한국 아이돌들도 버라이어티 등에서 다양한 끼를 보여주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예쁘고 멋진 모습만 고집한 것과 달리, 이들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버라이어티·드라마·콘서트·연극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의 팬 조은희(36)씨는 “일본 최고의 인기 아이돌인데 스타킹·인형탈 등을 쓰고 방송해서 처음에는 놀랐지만, 유명해지면 이미지 관리하는 한국 연예인과 달리 그런 모습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용돈을 받아 쓰는 10대 팬들과 달리 경제력 있는 누나팬들은 일본 콘서트에 가기도 한다. 자니스 소속 아이돌 팬클럽은 일본에 거주지가 없으면 가입조차 할 수 없고, 콘서트도 팬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신청받아 추첨한 뒤 당첨되어야만 갈 수 있다. 누나팬들은 일본 경매 사이트 옥션에서 표를 사기도 하는데, 아라시 공연은 낙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고가 천만원이 넘게 나온 적도 있다고 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아라시의 팬 홍아무개(38)씨는 “자리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인데 작년 아라시 일본 콘서트 때 150만원을 주고 표를 사서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매년 열리는 이들의 공연에 빠짐없이 가려고 직장 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누나팬들도 있다.

그만큼 일본 남자 아이돌은 바쁘고 지루한 누나들의 일상에 삶의 활력소가 되어준다고 말한다. 누나팬들 중에는 대학 강사, 공무원, 통역사, 초등학교 교사 등 이른바 전문직 여성도 많다. 무역회사 과장 김아무개(32)씨는 “매일 반복되는 직장생활이 지루하고 답답했는데 캇툰을 알게 된 뒤 이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어 공부도 하는 등 활동적으로 살게 됐다”고 말했다. 또 결혼·나이 등의 이유로 막막한 한국의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돌파구가 된다고도 한다. 공무원 조아무개(40)씨는 “캇툰이 나오는 드라마·콘서트 등을 보고 있으면 한국에서 처한 내 현실을 잊게 된다”며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면 나잇값 좀 하라고 핀잔을 주는데 일본 아이돌은 모르는 이들이 많으니 마음껏 좋아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사진 제공 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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