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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와 선덕여왕은 한핏줄?

등록 2010-10-07 14:34수정 2010-10-09 09:30

조선시대 유생들의 로맨스와 성장기를 다룬 <성균관 스캔들>(왼쪽)과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선덕여왕>. 한국방송·문화방송 제공
조선시대 유생들의 로맨스와 성장기를 다룬 <성균관 스캔들>(왼쪽)과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선덕여왕>. 한국방송·문화방송 제공
[매거진 esc] 닮은 듯 다른 ‘성균관 스캔들’ vs ‘선덕여왕’ 비교
윤희 (스승 정약용에게) “계집에겐 관원의 자격이 없다 하셨습니다. 한데 스승님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이 나라 조선은 왜 이 모양일까요? 관원의 자격을 가진 사내들이 쭈욱 만들어왔는데 말입니다.” <성균관 스캔들·이하 성스> 10회

덕만 (백성은 무지하다는 미실에게) “희망은 피곤과 고통을 감수하게 합니다. 희망과 꿈을 가진 백성은 신국을 부강하게 할 것입니다.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그런 신라를 만들 것입니다.” <선덕여왕> 29회

조선시대 여성 윤희(박민영)는 젊은 시절의 신라 선덕여왕(이요원)과 닮았다. 남장을 한 채 당대의 엘리트들인 유생·화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기득권 세력이 만든 세상 질서에 당찬 일침을 가한다. 남자들만 있는 성균관에 들어간 윤희 앞에 펼쳐지는 건 황홀한 로맨스만은 아니다. 몰락한 남인 가문 출신이라는 배경을 업고 노론·소론 등 다른 정파의 유생들과 함께 노론과 정조가 대립하는 정치 상황에 얽혀들면서 세상의 모순과 마주한다. 덕만도 꽃미남(으로 설정된) 화랑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권력자 미실과 맞선다. <성스>와 <선덕여왕>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텔레비전 평론가 김선영씨와 함께 분석해봤다.

<성균관 스캔들>
<성균관 스캔들>

남장여자 | 추억의 순정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오스칼을 비롯한 동서양 시대물 속 남장여자들은 대개 남자를 뛰어넘는 출중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자이기에 똑똑함을 감춰야 하는 것이 이들의 숙명. 주로 오빠나 남동생의 이름을 빌려 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다. 문장력이 뛰어난 윤희는 동생 윤식의 이름으로 성균관에 들어간다. 인간적인 매력과 예쁘장한 외모로 유생뿐 아니라 기생 초선도 홀리는 마력의 소유자. 윤희와 동시대를 살면서 기생 정향을 눈물짓게 만든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문근영)과 유사하다. 그러나 윤복은 어릴때부터 남자로 길러져 윤희보다 훨씬 중성적이다.

덕만은 외국어와 천문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고루 갖춘 ‘알파걸’이다. 여자로 자라난 윤희와 달리 덕만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선머슴처럼 자랐다. 얼핏 봐선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고 설정돼 있다). 하다못해 쌍둥이 언니 천명까지도 덕만을 의심 없이 남자로 생각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랑이 되는 건 어렵지 않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바빴던 고은찬(<커피프린스 1호점>)도 보이시한 외모 때문에 남자로 오해받는 억울한 경우. 그러나 이를 활용해 남자 종업원만 뽑는 카페에 위장취업이 가능했다.


두근두근 로맨스 | 금녀의 공간에 들어간 남장여자 이야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남장여자와 남자가 한방에 있다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자는 남장여자의 여장 모습을 본 뒤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스스로 게이가 아닌가 의심하고 갈등한다.

<선덕여왕>
<선덕여왕>

<성스>는 이런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입식’ 생활을 하는 현대물에서와 달리 ‘좌식’ 생활을 하는 사극에선 남장여자와 남자가 한방에서 나란히 누워야 한다. 게다가 꽃미남 유생 한명도 아닌 이선준(박유천)과 문재신(유아인) 두명을 윤희와 한방에 몰아넣으니 밤마다 에피소드가 생길 수밖에. 이에 반해 <선덕여왕>은 꽃미남 집단인 화랑을 소재로 쓰면서도 남장여자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를 아예 피해간다. 대신 덕만이 여자라는 사실을 김유신(엄태웅)이 미리 알고 있었다고 설정해 반전의 묘를 살렸다.

윤희·덕만은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남자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조선시대 ‘엄친아’ 선준은 원칙주의자인 유신, 반항아이자 흑기사인 재신은 짐승남 비담(김남길)의 피를 이어받았다.

기성세대 논리에 똥침을 | 윤희를 비롯한 <성스> 속 유생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불합리한 세계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덕만파 역시 미실의 권위적인 통치 철학에 반기를 든다. 이들이 도전장을 던진 세상은 현재 우리 사회와 닮았다. <성스> 속 노론과 시전 상인의 관계는 ‘정경유착’의 모습이다. <선덕여왕> 속 화백회의는 날치기로 법을 통과시키는 국회를 연상시킨다. 현실 풍자는 최근의 퓨전사극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이기도 하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를 두고 “지금 사회가 정의롭지 않아 정의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주의자’ 덕만은 왕이 되는 과정에서 현실정치의 높은 벽에 부닥치고 갈등한다. 윤희도 곧 현실의 냉혹함을 겪게 될 것이다. 똘망똘망한 윤희는 과연 어떤 어른이 될까.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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