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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알아? 혼자 삼겹살 시켜 먹는 기분을!

등록 2010-10-14 11:01수정 2010-10-16 11:44

니들이 알아? 혼자 삼겹살 시켜 먹는 기분을! 일러스트레이션 김윤재
니들이 알아? 혼자 삼겹살 시켜 먹는 기분을! 일러스트레이션 김윤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모태솔로들의 주말 저녁 수다 한판

‘esc’가 싱글녀 4명 → 싱글남 4명 → 성소수자 4명에 이어 이번엔 자·타칭 모태솔로 남녀 4명을 불러 모았다. 장기간 연애를 안 한다는 이유로 친인척과 친구들의 걱정에 시달린다는 그들. 특히 여성분들은 “죄지은 건 아니지만 자랑할 일도 아니”라며 얼굴 공개 등 신원 노출을 극구 사양했다. ‘솔로내공 10단’의 웃고 있어도 눈물 나는 사연이 궁금하다면, 지면에 시선 고정!

오남희(가명) | 28살 전문직 여성. 가짜 모태솔로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진짜 ‘성녀’의 생활을 알리기 위해 방담 참여.

김선녀(가명) | 30대 중반 여성으로 학력고사 세대는 아니라고. 적잖은 부하 직원을 거느린 화통한 성격의 열혈 직장인.

송승범 | 다음 블로그 ‘송씨네의 컬처매거진’을 운영중인 29살 남성. 여자친구가 생기면 영화는 원없이 보여줄 자신이 있음.


윤호선 | S사 조인트벤처에서 근무하는 30살 남성. 언뜻 과묵해 보이지만 방담 중간중간 ‘빵빵 터지는’ 유머 내공을 발휘.

가을이 왔음을 요란스레 알리는 장대비가 오던 지난 2일 토요일 저녁 6시. 모태솔로라고 자백(?)하지 않는 한 추정이 불가능한 멀쩡한 외모의 소유자들이 <한겨레> 6층 인터뷰실로 속속 도착했다. 어색한 공기 속에 서로를 탐문하던 4인방에게 정말 이성의 손도 못 잡아 봤는지 물었다.

남희 (소심한 말투로) 스킨십이라면 어릴 때 전기게임?

승범 전 천연기념물이라는 소리 들어요. 스킨십이라고 말하기도 웃긴데, 초등학교 때 (손잡아본 것) 이후론 없어요.

호선 (당황하며) 어, 여기 연애 한번도 안 해본 사람만 오는 거예요? (모태솔로라고 자처한 이유를 묻자) 군 제대한 뒤 한번 연애해봤어요. 오랫동안 연애를 안 하니 친구들이 모태솔로라고 부르던데요.

선녀 저도 주변에서 모태솔로라고 해요. 연애는 세 번 했어요. (남희 “많이 하셨다”며 부러운 눈치) 나이에 비해 횟수도 적고 띄엄띄엄 하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선 ‘박복함’의 아이콘이죠.

남희 주변에 모태솔로들이 꽤 있어요. 평범하게 회사 다니는 애들보단 전문직 중에 많은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내린 결론은 한가지인데 음… ‘색기’가 없어서.(웃음)

호선 소개팅 100번 넘게 해봤는데 잘 안돼요. 미드 <보스턴 리걸> 식의 비꼬는 농담을 주로 하는데 나는 재밌어도 여자들은 못 알아듣기도 하고. 개인주의적 성향도 강하고.

선녀 저도 소개팅 100번은 한 것 같아요. 연락 오는 남자는 내가 관심이 없고 관심 가는 남자는 연락이 없고 뭐 그런 식으로 어긋나요. 혹시나가 역시나로. 이 나이에도 정신 못 차리고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월드컵 보고 나면 박지성에게 빠지고….

남희 (소개팅 해봤느냐는 질문에) 딱 한번 해봤어요. 지난해에 이런 것도 해봐야지 는다고 해서 했는데 이건 뭐.

호선 안 늘어요. 매너리즘에 빠져요.(웃음)

남희 소개팅 남과 만나기 전에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지 몰랐어요.(일동 폭소) 만난 적도 없는 사이인데 왜 전화를 할까. 주선자가 약속 잡아주는 건 줄 알았죠.

호선 21세기엔 그렇게 안 해요.

승범 전 소개팅 안 해봤어요. 왜 애인이 없을까 생각해보면, 성격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고.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제가 워낙 숫기가 없어서 용기를 못 냈어요. 전화 울렁증이라고 해야 하나, 대부분 제가 먼저 전화를 걸지 않아요. 그런데 소개팅하면 애프터 확률이 높나요?

호선 한두달 정도 만나기는 하죠. 그런데 제 성격에 ‘똘끼’가 있다고 느끼면 그때부터 연락이 잘 안되고.

남희 전 인위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싫어요. 소개팅은 사귀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거잖아요.

호선 절대 아니에요.

승범 (소개팅 들어온 적 없느냐는 질문에) 있지만 거절했어요.

선녀 (흥분하며) 왜 안 해요? 들어올 때 해야 돼~.

별로 급해 보이지 않는 이들은 연애를 하고 싶긴 한 걸까? 애초 토요일 저녁에 싱글 남녀를 한자리에 모으는 건 쉽지 않을 듯했다. 그러나 이들 중 회사일 외에 ‘약속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희 결혼 생각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급하진 않아요. 그래도 늘 하는 말이 ‘연애를 안 하고 싶지, 못 하고 싶진 않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못 하는 거니까.(웃음)

선녀 동호회 활동도 하고 사람들하고 잘 어울려서 외롭단 생각을 별로 안 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나이가 이렇게 됐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눈이 높아져요. 이 나이까지 혼자였는데 아무나 만나겠어 뭐 그런 마음? 요즘 위기감이 조금씩 오고 있죠.

승범 무교이신 어머니가 성당에 다니라고 권유하더라구요. ‘성당에 가면 여자들이 있으니까 거기라도 가서 한번 사귀어봐라’ 뭐 그런 의도로. 동호회에서 여자 회원들과 어울리다 보면 사귈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가는 곳마다

남자가 많아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동호회에서 한명이라도 건졌으면 하는 갈구가 생겨요.

호선 꽃꽂이 동호회 아니면 그럴 리가 없는데.(웃음)

승범 다들 혼자 사시나요? (선녀·호선 ‘혼자 살아요’) 만날 혼자 놀기도 지루하고, 밥 먹을 땐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 싶죠.

선녀 12월24일이랑 첫눈 오는 날, 10월 마지막날 뭐 이런 날에 연애가 절실해지지.

호선 새벽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누군가한테 하소연하고 싶은데 아무도 없을 때 절실해져요.

남희 친구들한테 ‘내 마음이 이래저래’라고 하소연하는데 간혹 나를 위로해줄 딴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호선 주말엔 같은 모태솔로나 친구와 놀거나 혼자 돌아다녀요. 저번주엔 남자 둘이서 떡갈비 먹으러 담양 갔다 왔어요.

선녀 (별일 아니라는 듯) 그런 일은 부지기수죠. 주변에 모태솔로들이 좀 있는데 서로 외면하면 안 되는 처지니까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달려나와요. 끈끈한 네트워크죠.

승범 시사회 초청할 땐 꼭 티켓 2장 주고, 극장 매표소에서 굳이 ‘한명이냐’고 확인하는 게 불편해요.

남희 저도 처음엔 움찔했는데 그 매표소 언니도 확인해야 되니깐. 그냥 업무상 하는 말이에요.

호선 그런 말 안 들으려면 먼저 한장 달라고 이야기하면 돼요. 선녀 혼자 고깃집 가서 삼겹살 1인분 구워 먹고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더니 사람들이 용자라고.(웃음)

남희 인기 있는 맛집에 가면 혼자 오는 사람들 되게 많아요. 혼자 온 사람이랑 합석시키기도 하는데 저도 모르게 그 사람한테 수저 놔주기도 하고. 친구한테 ‘모르는 사람이랑 밥 먹는다’ 문자 보내면서 뻘쭘하게 밥 먹죠.

호선 그럴 경우엔 빛의 속도로.

간혹 연애가 절실해질 때도 있고 결혼도 하고 싶단다. 그렇다면 솔로생활이 길어지면서 ‘이러다 계속 혼자일까’ 불안한 마음이 들진 않을까.

남희 남자들이 연애 안 해본 여자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 데려다가 연애 ABC 가르쳐야 하니까. 영어회화 학원 다닐 때 ‘연애 몇 번 해봤느냐’는 질문이 나와서 몇 번 해봤다고 거짓말한 적이 있어요.

호선 여자친구가 생겨도 지금 습관이 나올까봐 걱정돼요. 지금은 마음 내키면 집에 안 들어가니까. 몇달 만난 친구가 있었는데, ‘연애 안 해봐서 눈치가 없다’며 구박하던데요. 연애 잘하는 애들은 어떤 여자가 (작업하기) 쉽고 어려운지 스스로 경쟁력 있는 ‘섹터’를 알아요. 그런데 전 누가 날 싫어하는지 잘 몰라요. 연애 잘하는 사람은 계속 잘하는 ‘빈익빈 부익부’죠.

선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결혼정보회사 등급을 한번 봤는데 14등급이 나오던데요. 그런데 그런 곳까지 갈 생각은 못했어요. 너무 인위적이라 거부감이 들어요.

승범 저는 최하등급일걸요. 고졸이라는 핸디캡도 있고 재산도 전세금밖에 없고. 부모님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필리핀·베트남 신부 이야기 하시는데….

선녀 (경악하며) 81년생인데?

호선 우즈베크 가면 김태희가 밭 간대요.(웃음) 결혼정보회사에서 주선하는 15:15 미팅 해봤어요. 한 명당 3~5분가량 만나고 1지망, 2지망 해서 만나는 식인데 계속 같은 이야기 하니까 지쳐서 도망가고 싶더라구요. ‘사람이 절망하면 어떻게든 찾게 되는데 배가 불렀다’는 말 사실 맞아요. 남들이 볼 땐 밑바닥이겠지만(웃음) 개인적으로는 아직 떨어질 데가 있죠.

선녀 때로 용기가 필요한 게, 마음에 든 소개팅 남한테 먼저 영화 보러 가자고 했더니 선뜻 나오더라구요. 20대엔 못했던 시도거든요. 지금은 용기가 충전됐는데 남자가 없어.(웃음)

호선 (성욕 해소법을 묻자) 미드 <빅뱅이론>의 하워드가 이런 말을 해요. ‘신이 인터넷을 발명한 건 이럴 때 쓰라고’(일동 폭소) 돈 있고 욕구 있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지만 성매매는 해선 안 되겠다 싶고.

승범 그런 데 갈 돈도 없거니와 꺼림칙하기도 하고.

남희 어린애들은 클럽 많이 가고. 건너 아는 애는 요새 호스트바에 꽂혔다던데요. 걔는 외모가 괜찮지 않은데 잘생긴 애들이 막 위로해주니까 좋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제 막 솔로생활을 시작하는 ‘하수’들에게 혼자 놀기 비법 전수를 청했다.

남희 미드·영드 다운받아서 보다 보면 전문가로 거듭나요.

선녀 외롭다고 섣불리 개 키우고 그러면 안 돼요. 털 날리고 냄새나고 아주 피곤해. (핸드폰으로 시범 보이며) 혼자 있을 땐 내 말 그대로 따라 하는 앱 ‘토킹 칼’이 최고예요.

정리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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