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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는 내 ‘운명’…먼저 사랑을 주세요

등록 2010-11-04 11:57수정 2010-11-09 13:50

부하는 내 ‘운명’…먼저 사랑을 주세요
부하는 내 ‘운명’…먼저 사랑을 주세요
Q 말 안 듣는 부하직원들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규모가 꽤 큰 회사에서 중간관리직을 맡고 있는 삼십대 남자입니다. 부끄럽지만 저에겐 카리스마나 리더십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랫사람들 관리에 약합니다. 부하직원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잘 못해요. 제가 아랫사람이었을 때는 상사들이 무조건 하라고 윽박지르면 납작 엎드려야 했는데요, 요새 젊은 친구들은 싫은 소리 듣는 것을 너무나 못 견뎌 하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타일러도 자긴 안 그랬다는 식으로 변명만 늘어놓거나, 더 대들 듯이 하거나, 아니면 아예 사람 말은 제대로 안 들으면서 겉으로만 네 네 하고 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들의 기분을 살피면서 민주적으로(?) 맞춰가면서 일을 시켜보면 저를 만만히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상사를 모시는 부하의 처지이기도 한지라 그들의 처지가 되어 생각해봤을 때 웬만하면 상사의 뜻을 따라줄 것도 같은데 그것을 그리 힘들어하는 부하들을 보니 야속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대체 부하들 야단은 어떻게 쳐야 잘 치는 겁니까. 그렇다고 제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봐도 일반적인 악덕상사처럼 부하의 공을 가로채거나, 태만하다거나, 무능하다거나, 권위적이라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나름 최선을 다하고요. 그럼에도 언제까지 부하들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나요. 제가 중간관리직이라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어서 그럴까요?

A 첫째, 회사 오너가 아닌 이상 우린 모두 중간에 낀 처지일 뿐이고. 둘째, 머리 한켠에서 자꾸 깜빡이는 ‘내가 상사인데 왜 치사하게 너네 눈치를 봐야 돼? 내가 하라면 하라는 대로 다 해야 할 거 아냐?’라는 스위치는 억울하더라도 확 꺼버려야 합니다. 그거, 꼰대 되는 지름길입니다.

자신이 해오던 방식이 익숙하고 또 그렇게 해오면서 별 탈 없이 잘 지내온 직원이라면 상사의 지적 하나에 변하려고 하지 않겠죠. 그렇다면 상사가 자기 입맛에 맞게 직원의 사고방식이나 업무 자세를 변화시키려면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내 말을 따름으로써 이익을 주거나 내 말을 안 따름으로써 불이익을 주거나.

먼저, 후자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너 내 말 안 들으면 자른다’ 같은 건데, 이것은 정말 자르고 싶은 직원을 실제로 자르기 직전에 날리는 친절한 최후통첩 정도로나 써야지, 내 사람 만들려고 겁 주는 공포분위기 조성했다가 자칫 애들한테 집단 왕따 당할 수도 있으니 심히 ‘비추’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유일한 방법은 내 말을 들음으로써 이익을 주는 것이겠지요. 자, 여기서의 ‘이익’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이것은 연봉 인상이나 뜻밖의 휴가 같은 다디단 사탕으로 아이들 입막음을 하는 것이 아닌, 일의 근본을 이루는 가치인 ‘업무력 향상’과 ‘상사와의 상호이해와 존중’을 일컬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호통이나 눈치가 필요한 게 아니라 ‘논리’를 통한 설득이 필요하게 됩니다. 왜 네가 이런 식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에 대해 상대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고 반대로 야단맞을 짓을 했다면 왜 너의 행동이 상사한테 인정받고 업무적으로 향상될 기회를 놓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부하를 독하게 장악하고 다스리고 야단쳐야 하는데 나는 너무 물러터져서 그렇게 못한다고 왜 자책합니까. 그 직원이 시건방지든 무기력하든 태도에 문제가 있으니까 지도하기 힘들다며 어떻게 야단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본인의 캐릭터가 상사 스타일이 아닌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모르는 것’, 즉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어쩌면 제한된 업무경험으로 인해 가르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하를 타이르고 설득하고 소통하는 것은 상사가 되었을 때 자동적으로 바로 구비되는 재능이 아니지요. 준비와 연습과 논리가 필요합니다. 직원이 내가 하는 말에 무조건 변명부터 한다고요? 그게 도피성 해명이나 거짓말이 아닌 이상 찬찬히 귀 기울여 줍시다. 무조건 ‘말대답’한다고 비난하면 그들의 입을 막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거기서부터 더 깊은 논의를 통해 문제를 깊이 파낼 수 있는 기회를 상호간에 박탈하는 것이 됩니다. 또한 나 직원들 통솔 능력 자신 없다, 속은 터질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직원들에게 타일러야 할지 모르겠다 싶으면 차라리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그 잘난 부하직원들과 공유해버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애초에 생각의 틀을 ‘어떻게 하면 내 말을 듣게 할까, 내 위신을 세울까’가 아니라 ‘난 다른 것보다 우리 모두가 다 만족하면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내고 싶을 뿐이야’라는 마음가짐으로 먼저 솔선수범해서 바꾸는 거지요.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유능한 상사에게 부하 머리 굴리는 것이 훤히 보이듯이, 똑똑한 부하의 눈에는 상사의 욕망이나 두려움, 소심함과 이기심 같은 게 다 보입니다. 그리고 저 하나 살아보겠다고 저리도 바동바동하는 상사의 초라한 몸짓들에 가려진 자신들을 향한 부족한 관심에 무척 실망하게 되지요. 사랑받을 짓을 곧잘 하는 직원들만 골라서 예뻐할 게 아니라 운명적으로 내 부하가 되었다면 일단 사랑은, 상사가 먼저 줘야 하는 것입니다. 상사가 부하에게 줘야만 하는 두 가지는 진심으로 생각하고 위하면서 품는 것과 지금 같이 해나가는 일이 가치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것, 이 두 가지밖엔 없는 것입니다.

임경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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