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소파 선생과 석가모니께 감사드립시다. 연중 거의 최장 연휴가 이분들 덕분입니다. 인천국제공항도 이분들께 고개 숙여야 합니다. 공항을 가득 메운 수십만 여행객들 덕분에 짭짤할 테니까요. 요즘 어린이들 자라나면 코즈모폴리턴(세계주의자)이 될 것 같습니다. 걸음마 시절부터 영어 배우고 동네에서 뛰어놀 무렵 벌써 대양을 넘나드니까요. 어린이날 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아이들은 신날까요? 아침부터 밤까지 학원에 숙제에 시달리다 놀러 가는 것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겠죠. 학원에 길든 코즈모폴리턴이 지구를 위해 어떤 위업을 이뤄낼지 궁금해집니다.
어린이날, 어른의 놀이를 생각해봅니다. 별로 떠오르는 게 없네요. 일에 치여 사는 걸 한탄하는 것도 배부른 소리일 겁니다. 사람이 일하는 로봇이 아닌 이상 어딘가에서 숨쉴 틈을 찾을 텐데, 거의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듯 보입니다. 술독에 빠진 심신을 무선조종 장난감으로 해독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도록 쌓이기만 했던 스트레스”를 벗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던 욕구”를 풀려고 무선조종기를 들고 벌판을 뛰어다니는 이들입니다. 마음이 짠해집니다.
‘앵그리버드’ 게임에 푹 빠졌었습니다. 초기 앵그리버드 150판 모두 깨는 데 한달 정도가 걸린 것 같습니다. 초기 스마트폰에 재미 붙이는 데 앵그리버드가 한몫한 거죠.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한판, 화장실 변기에 앉아 한판, 주말 티브이 보면서 한판…. 출퇴근길 아이패드 꺼내놓고 앵그리버드에 열 올리던 어떤 아저씨를 보며 짠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지면을 빛낸 강제윤 시인, 심정희 패션에디터, 조경국 카메라칼럼니스트, 탁정언 카피라이터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독자님들, 마음의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204호부터 일부 새 필진이 독자님들을 찾아갑니다.
김진철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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