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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아쿠아리움, 전쟁같은 사랑

등록 2011-06-16 10:30

“언제 오는 거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2만마리 정어리 떼는 하루 한번, 한 남자를 학수고대 기다린다. 다이버 김대승(27)씨다. 그가 오면 정어리들은 푸른 물살을 가르며 춤을 춘다. 김씨를 향한 정어리들의 사랑에 관람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낸다.
“언제 오는 거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2만마리 정어리 떼는 하루 한번, 한 남자를 학수고대 기다린다. 다이버 김대승(27)씨다. 그가 오면 정어리들은 푸른 물살을 가르며 춤을 춘다. 김씨를 향한 정어리들의 사랑에 관람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낸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Abyss)을 들여다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눈을 한가득 채운 커다란 수족관 앞에서, 어릴 적 본 제임스 캐머런의 영화 <어비스>를 떠올립니다. 니체의 잠언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푸른빛 깊은 바다를 한없이 펼쳐냅니다. 바다 깊은 데서 마주치는 미지의 생명체는 거울처럼 주인공의 얼굴을 따라 변합니다. 기억 속 꼬마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수조 속 사육사의 손놀림을 따라 꽃잎처럼 흩어지는 정어리 떼를 보면서, 머리 위 수족관 해저터널을 지나가는 귀상어의 무심한 표정을 올려다보면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수족관은 마치 동심으로 빨려들어가는 타임머신 같습니다. 옆에서 입을 벌린 채 수조를 통통 두들기는 어린아이도 언젠가 이 순간을 떠올릴 테죠.

이번에는 게슴츠레 눈을 떠 정어리 떼를 봅니다. 이런! 아까는 안 보이던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사육사의 오른손에 쥔 먹이 주머니를 놓칠세라 정어리는 분주히 헤엄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뻐끔거리는 정어리의 주둥이를 보며 ‘생존의 고통’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부산 아쿠아리움의 상어 수조에는 40마리의 상어가 있다. 물고기 32종도 함께 산다. 크기가 작은 전갱이는 무작정 상어를 쫓아다니다 잡아먹히기도 한다. 짝사랑은 상처를 남기지만 끝낼 수는 없다.
부산 아쿠아리움의 상어 수조에는 40마리의 상어가 있다. 물고기 32종도 함께 산다. 크기가 작은 전갱이는 무작정 상어를 쫓아다니다 잡아먹히기도 한다. 짝사랑은 상처를 남기지만 끝낼 수는 없다.
다른 수조에서는 상어와 바다거북이 날카로운 눈빛을 주고받네요. 바닷속 권력자 사이의 기 싸움일까요. 이들 사이로 골목길에서 불량배를 마주친 듯 주눅든 표정으로 물고기 떼가 지나갑니다.

꿈과 동심이 가득했던 미지의 수족관은 어느새 온통 ‘삶의 전쟁터’처럼 보입니다. 수족관 속 모습도 우리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해맑은 수족관 속 수달이 짝짓기를 위해 피 터지게 싸우는 것도, 점잖은 펭귄이 권력을 빼앗으려 부리를 들이미는 모습도, 어딘가 익숙한 장면 아닌가요?

이제 수족관 속 처절한 ‘사랑과 전쟁’을 본격 해부하려 합니다. 손가락에 침 묻히면 바로 시작입니다. 자, 채널 고정.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30FB>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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