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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차오른다 몸이 들썩인다

등록 2011-08-11 15:25수정 2011-11-09 17:02

일러스트레이션 전지영
일러스트레이션 전지영
[esc 매거진] 커버스토리
보름달과 함께 흥겨운 파티…동서양 구분 없는 열띤 자유
집에 들어가기 전 밤하늘을 본다. 오늘 달은 어디께 어떤 모습으로 떴을까. 초승달이 보름달로 차오르는 것은 해와 달, 지구의 운동 때문이라는 것쯤은 안다. 그럼에도 달님이 어두운 인간 세상을 굽어보며 인자하게 웃고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동양의 원시신앙에서 보름달은 숭앙의 대상이었다. 달에는 월백이라는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달을 한참 쳐다보고는 토끼가 산다 했다. 가득 차오른 보름달을 향해 복을 빌었다. 정월대보름이나 한가위 때는 달집태우기, 달맞이를 하며 잔치를 열었다.

서양에서 달, 특히 보름달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수십년 전부터 최근까지 서양의 학자들은 ‘보름달이 뜨면 범죄율이 높아진다’는 등의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동서양에서 달을 대하는 자세는 한참 다르다.

하지만 달빛 아래 자유롭게 몸과 마음을 맡기며 흥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이제 한가지다. 보름달이 차오르면 해변에서 밤새도록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출 수 있는 그곳을 찾아 떠나는 데는 동서양 구분이 없다. 소원을 빌지도 않고 두려움에 떨지도 않는다. 말간 얼굴을 한 보름달에서 내려온 서늘한 빛에 몸을 맡기면 자유로운 열기는 더해만 간다. 다른 나라, 먼 곳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달이 차오르고 있다. 더해가는 달빛에 마음도 점차 부풀어 오른다. 그 빛 아래 바닷가 모래톱에서 고요한 파티와 왁자지껄한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파티와 페스티벌이 아니라도 좋다. 제주도와 동해의 옥빛 바다는 밤이 되면 까만 치마로 옷을 갈아입는다. 치마폭에 은은한 달빛을 오롯이 받아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해가 지면 누일 곳 없는 지친 마음을 달에, 달빛에 기대어 본다. 달님이 굽어본다. 백제 시대의 어떤 사람처럼 빌어도 본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일러스트레이션 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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