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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힘 빼고

등록 2011-09-01 15:42

esc를 누르며
열대성 폭우에 갇혀 있습니다. 아직 싱가포르냐고요? 서울입니다. 마감을 앞둔 화요일 오후, 애써 esc를 누르려 하지만 자꾸만 튕겨 나옵니다. 가을바람 분다던 서울은 싱가포르보다 더 덥네요. 상큼한 바람 바라던 간절한 바람은 애처롭게 무너졌습니다. 적도 부근과 북위 37도의 날씨가 그다지 다르지 않네요. 날씨도 세계화 바람을 타나봐요. esc를 누르다 지우다를 거듭하는 사이 갑자기 바람 불며 빗줄기가 떨어집니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트램을 기다리며 만났던 열대성 폭우를 서울 공덕동 고갯길 위에서 바람과 함께 조우합니다.

아이고 어깨야….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휴가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시작됐습니다. 15년쯤 함께해온 고질병, 어깨결림. 목디스크나 회전근개파열은 아닐까, 설마 오십견은 아닐 테지, 여겨왔지만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쉴 땐 아프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으니 무슨 질환은 아니겠죠. 그러나 저 멀리 일들이 몰려올 기미만 보이면 꼭 저절로, 아이고 어깨야, 소리가 나오고야 맙니다. 어깨 아픈 데 약은 없습니다. 그저 조금씩 스트레칭을 해주는 수밖에요. 마감 뒤 소폭 한잔에 어깨 통증이 사라지지만, 술 때문인지 일을 마쳤기 때문인지는 누가 알까요.

나 아니면 안 돼, 라는 생각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됩니다. 세상은 나 없어도 잘만 돌아가는데 다들 걱정이 태산 같죠. 개별 존재들이 무의미하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존재의 뜻이 효용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풀어놓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팀장 없어도 esc 잘만 나오더만요.

오늘 정기국회가 시작됩니다. 의원님들도 긴장 풀고 어깨에 힘 빼세요. 의원님들 인상 쓴다고 나라가 더 잘 굴러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 아니면 안 돼, 라는 생각도 버리도록 노력해보세요. 그래야 의원님네 건강에도 좋고, 나라와 시민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국회의사당에 마실 나온 시민들한테 환하게 웃으며 손도 한번 흔들어주시고요!

김진철 < esc >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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