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자기 자신을 확신하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꼰대 확률은 90%. 안 그런가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말이 있죠. 번데기의 영호남 방언인 꼰데기에서 꼰대가 유래했다네요. 주름잡는 분들이라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나이가 들수록 사유와 경험이 늘어날 텐데 왜 마음 넓은 어른은 흔치 않냐고요. 남 얘기가 아닙니다. 슬픈 일입니다. 그런데도 너희들도 꼰대가 된다, 아버지 세대를 기억하라고 충고하는 꼰대 변호인들도 늘어나고 있군요.
문제는 과도한 확신입니다. 나와 내 경험만 옳다고 우기는 꼰대란 비단 나이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귀는 닫고 입만 연 분들께 감히 충고드리고 싶습니다. 귀는 활짝 열고 입은 반만 벌리라고요. 다른 생각들을 귀로 받아 머리에서 잘 소화해야 입으로도 이해의 언어들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딱딱하게 굳은 머리도 말랑말랑해지겠죠.
사회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곳, 조직 역시 다른 사람들이 없이는 꾸려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처세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 겁니다. 삿된 술책처럼 여기곤 하지만, 인간관계란 적절한 연습과 노력으로 매끄러워지는 법이죠. 그러므로 처세란 모름지기 부하의 것이 아닌 상사의 것이라 해야 옳습니다. 부하의 처세는 나약한 눈치보기나 약아빠진 사술이 될 가능성이 높으나, 상사의 처세는 품넓은 소통과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건강한 기운으로 이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부디 확신하지 마시길. 당신도 틀릴 수 있습니다. 우리도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목표는 반성의 처세, 공감의 소통, 연대의 관계입니다. 그런데도 어거지 피우시렵니까. 꼰대가 꼰대라고 고백할 가능성은 거의 0%. 그래서 꼰대스러움에서 진정성은 실종되기 마련이고 꼼수의 유혹에 빠져들고야 마는 것 같아요. 꼰대의 꼼수, 최악의 조합만은 피해야 합니다.
김진철 esc 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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