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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에 당첨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로또를 사는 것이죠. 간밤에 돼지가 나오거나, 불이 나거나 하는 꿈을 꾸면 아침에 일어나서 ‘복권 사야지’ 맘을 먹으면서도 늘 까먹고 마는 저이지만 당첨 이후의 ‘그랜드 플랜’은 늘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뿐만이 아닙니다. 술자리의 허허실실 농담이 지칠 무렵이면 종종 나오는 복권 당첨 이후 액션 플랜은 다들 빵빵하게 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빵빵한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게 배우자에게는 어떻게 알려야 할지, 가족간의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당첨되면 1억씩 돌린다’고 호기롭게 말해놓고는 집에 가서 후회하기도 합니다. 물론 수십만명 중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음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일 뿐이죠.
사행심 조장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런 생각만으로도 소시민들은 잠시 기분 좋은 몽상에 잠깁니다. 특히나 실업난에 웨딩푸어니, 하우스푸어니 하는 단어들이 하루 걸러 하루씩 생겨나는 요즘, 몇년째 취업 준비 중인 동생에게 아담한 커피전문점 하나 차려준다거나 돈이 없어 결혼을 엄두도 못 내는 형에게 아파트 전세금을 쏴준다거나 하는 상상은 당첨을 향한 간절한 바람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 독자들의 사행심을 조장할 생각은 없지만 잠시간의 달콤한 몽상에 빠지는 데 커피 한잔 값 정도는 투자해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달콤한 공갈빵 같은 복권 이야기를 준비해봤습니다.
이번주 또 하나의 주제어는 ‘마침표’입니다. 김남훈, 김도훈, 김민아, 김부연, 김선희, 김조광수, 김형렬, 문영화, 소기윤, 슬기와 민, 심영섭, 송용진, 전용관, 차화섭, 한동원, 한지영, 황선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4년 넘게 의 재미 생산을 기자들과 함께 나눠온 필자들입니다.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끝내는 필자분들에게 큰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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