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라스베이거스’라는 제목의 아트프레임. 그림이 아닌 벽지로 만든 인테리어용 액자이다.
[매거진 esc] 20평대 아파트, 50만원으로 나만의 홈갤러리 꾸미기
키스 해링의 그림이 담긴 엽서 2장 그리고 달력 안 그림. 이게 전부다. 집 안의 그림이라곤. 6년째 하얀 벽지는 올해도 변함없다. ‘허여멀건 벽’으로 봄을 맞이하는 게 참을 수 없이 지겨워지며 ‘그림 하나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집 구조를 바꿀 수 없는 전셋집 살림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유용한 ‘그림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참이다.
그리하여 단돈 50만원 들고 20평대 아파트를 ‘그림 인테리어’로 탈바꿈시키려 나섰다. ‘애걔, 겨우 그 돈 가지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을 테다. 그런데 결론은? ‘그림 한 점’의 고정관념 깬다면, 50만원도 모자람이 없다는 사실!
복제 명화 벗어나 판화, 패브릭으로 저렴하게 그림 액자 만들기
1단계 어떤 그림이 편하신가요?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구입하려 한다면 맞는 말이다. 어떤 게 돈 되는 그림인지를 알아보려면 알아야 한다. 그러나 편하게 그림을 즐기고 이를 통해서 집을 꾸미고자 한다면 ‘보는 만큼 안다’가 더 들어맞는다. 여러 그림을 보는 만큼 자신의 취향을 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화가 김은숙씨는 말한다.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그림이 최고지요. 게다가 집에 걸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그림 수집의 원칙보다 가장 앞선 게 각자의 취향 또는 분위기랍니다.” 인사동 갤러리를 다섯 군데 돌아보니 역시 스스로에게 편한 그림이어야 비로소 즐길 수 있었단 결론.
2단계 ‘그림 한 점’의 고정관념! 파스텔톤의 그림 몇 점을 놓고 싶어졌다. 다가오는 봄의 분위기를 집 안에서도 화사하게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림 한 점’은 비쌌다. 50만원으로는 턱없다. 작가들의 예술혼이 담긴 진품 ‘그림 한 점’의 가치를 ‘얼마짜리’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미안해지는 난감한 상황. 지난달 29일까지 진행된 한 그림 경매에 참가해볼까 하고 웹사이트를 둘러보고 프리뷰 전시회를 들러보니, 턱없이 적은 예산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방향을 틀었다. 투자하려고 하는 그림이 아닐 바에야, 꼭 세상에 한 점뿐인 진품 그림을 구입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전세계에 1000만장 정도는 널려 있을 법한, 흔하디흔한 복제 명화를 떠올릴 필요 없다.
손으로 그린 그림만큼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색감을 뽐내는 판화,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그림이 담긴 아트포스터,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벽지나 패브릭을 그림 한 점처럼 액자에 넣은 아트프레임과 아트캔버스 등등.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그림 가게’도 여러 군데다. 가격대는 1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오리지널 판화의 가격이 이 가운데서 가장 비싼 편이지만, 그렇다고 덤벼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50만원대면 소파 위에 걸 만한 파스텔톤의 풍경 판화 그림을 들여놓을 수 있다.
값이 싸다고 인테리어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 없다. 직장에 다니다 휴직중인 주아무개(35)씨는 신혼집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그림을 들였다. 번듯한 갤러리가 아니라 홍콩의 ‘시장’에서였다. “그림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림으로 인테리어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비슷한 주제의 작은 그림 5점을 사다가 꾸몄죠. 액자 틀은 한국에서 맞췄는데, 이것까지 합해서 50만원에 해결했어요.” 그저 평범할 수도 있는 화장실 앞 벽을 그림으로 꾸미고 나니 분위기와 품위 모두 끌어올리는 효과를 누렸다는 주씨다.
집안 벽 사진 찍어서 보내면 적절한 그림 추천하는 무료 아트컨설팅도
3단계 무료 아트컨설팅 받아볼까? 보기에 좋고 편한, 게다가 값도 착한 그림을 찾았다 한들 그래도 앞서는 건 ‘두려움’이다. ‘심미안’과는 거리가 먼 내 안목에 의심이 간다. 어쩌자고 그랬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지만, 2년 전 질러버린 빨간색 인조가죽 소파도 걸림돌.
아트컨설팅으로 해결하면 된다. 아트컨설팅? 말은 거창하다. 겁먹을 필요 없다. 집의 구조나 분위기에 맞는 그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유수의 갤러리에서도 아트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벽은 높다. 심지어 갤러리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부담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을 통해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아트컨설팅은 한발짝 대중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무료로 아트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사이트를 찾았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집의 거실이나 안방 풍경을 될 수 있는 한 먼 거리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면 된다. 더욱 알차게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그림을 걸고 싶은 위치에 원하는 그림 크기만큼의 신문지를 오려서 붙여놓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 빨간 소파 위에 가로로 긴, 연둣빛이 찬란한 아트프레임을 추천받았다. 세로로 긴 그림은 낮은 천장을 도드라지게 할 수 있어, 가로로 긴 그림을 아트컨설팅 업체에서는 권했다. 그림값은? 20만원대. 짙은 나무색인 침대 헤드 위에는 나무 나이테를 모티브로 한 그림을 걸어보기로 했다. 강렬한 색감보다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안성맞춤. 역시나 가격은 20만원대. 50만원으로 거실과 침실에 그림 걸기 미션 성공!
4단계 그림, 꼭 사서 걸어야 한다? 식탁 옆 벽에 붙여 놓은 키스 해링의 그림은 처치곤란이 되어 버렸다. 벽에 걸어놓은 달력도 안 어울리긴 마찬가지다. 일단 다 떼어버렸다. 쓰레기통으로? 아니다. 벽걸이 달력에 담긴 그림조차 자세히 살펴보니 외국 유명 작가의 명화였더랬다. 그냥 버리기 아쉬워 그림 부분만 잘라냈다. 한 장씩 달력을 넘길 때는 그저 허접스럽게 여겨졌던 그림들을 모아놓고 보니 알록달록한 색감이 묘한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그림을 책상 옆 책장 칸막이에 압정으로 꽂았더니, 또 하나의 훌륭한 홈갤러리가 된다. 사이사이에 애물단지 키스 해링 엽서도 함께 꽂아 놓았다. 그림 인테리어를 주제로 한 <내 집에 그림>이라는 책에서 지은이 조민정씨는소개한다. “엽서나 포스터라도 괜찮다. 자신의 마음에 스며드는 그림이나 사진 한 장. 그것이 작은 그림 한 점의 위력이요, 그림을 집에 들이는 기쁨이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제공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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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제작된 벽지로 만든 액자 ‘런던빌리지’를 왼쪽 벽에 걸었다.
책장 사이에 디자이너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디자인 도안을 응용해 만든 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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