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그 라르손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주말 어쩔 거야
나는 그와 사랑에 빠졌다. 나의 주말은 온통 그와 보내느라 정신이 없다. 한시도 떨어져 있을 수 없다. 심지어 응가를 할 때도 그는 고약한 냄새를 참아내며 내 곁을 지켰다. 그의 사진을 볼 때 떨렸다. 만지고 싶고 같이 웃고 싶었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이름은 ‘스티그 라르손.’(사진) 1954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언론인 출신의 작가다. 그의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는 전세계에서 5000만부 이상 팔렸다.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가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이야기들을 읽는다. 퐁당쇼콜라보다 달다. 사자자리 남자는 생명력이 강하다는데 그는 왜 10편까지 소설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2004년에 죽었을까! 사랑에는 고통도 따르기 마련이다. 고유명사를 잘 외우지 못하는 뇌를 가진 나는 스웨덴 이름 자체가 아픔이었다. ‘무슨 무슨 손’들이 왜 이리 많은지! 망누스 닐손, 예르셰르 아론손 등. 이 3권을 먹어치우고 나면 작년에 출간된 <밀레니엄 스티그와 나>도 해치울 생각이다. 32년간 그의 연인이자 실제 아내였던 가브리엘손(아! 또 ‘손’이다)이 쓴 뒷이야기들이란다.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지 못해 책으로 생긴 엄청난 수익은 라르손의 부친과 동생에게로 갔다고 한다. 어쨌든 그 책에서는 4부 출간을 예고했다고 하는데 궁금하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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