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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코앞에 두고 발행되는 에는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여행지부터 캠핑 가서 좋은 남편·아빠 되는 요리 비결, 아이들에게 인기 좋은 패밀리레스토랑의 어린이 메뉴 비교, 콘솔게임 체험 등 가족친화적인 읽을거리와 정보들로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선물 목록이 빠졌다고요? 일부러 뺐습니다. 단지 선물 정보들이 어디서나 넘쳐나기 때문은 아닙니다. 근사한 선물을 주고 아이의 환하게 핀 얼굴을 보면서 내 할 몫 다했다는 면피성 어린이날 ‘세리머니’에서 좀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선생은 한 글에서 뽀로로 장난감을 사주는 부모는 많지만 아이와 뽀로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부모는 얼마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글을 보고 나서 저도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뽀로로 주제곡을 중얼중얼 흥얼거렸네요. 아마 이 글을 봤다면 찔리는 부모들 많았을 겁니다.
3면에서 아직 아이가 없는 김성환 기자는 땀 뻘뻘 흘리며 조카와 콘솔게임을 했습니다. 지면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사진 몇장 속에서 아이처럼 놀고 있는 삼촌을 향한 조카의 눈빛에서는 하트광선이 뿅뿅 나오는 듯하더군요. 무언가 사주는 부모도 좋지만 그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건 같이 뽀로로 노래를 하고 게임하면서 놀아주는 어른들이겠지요. 이번 어린이날에는 사진 속 김 기자처럼 게임을 하든지 노래 배틀을 하든지 아이들과 ‘한판’ 붙어 봅시다. 꼭 져주는 엄마·아빠일 필요 뭐 있겠습니까. 나보다 게임 잘하고 퀴즈 잘 맞히는 엄마·아빠가 아무리 얄미워도 선물 떨렁 던져주고 무심해지는 어른만큼 밉기야 하겠어요?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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