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동 디자인한 비비시(BBC)의 옷을 입은 퍼렐 윌리엄스와 니고(사진 가운데). 2. 제이기어의 티셔츠들. 3. 베리드벌라이브의 모자. 4. 나이키 에어조던 원.
[매거진 esc] 국내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40개 담은 <더 스트리트 북>을 통해 본 ‘거리문화’의 현황
‘거리 문화’의 일부를 이루는 ‘거리 패션’(스트리트 패션). 국내의 거리 패션은 과잉시대이다. 무슨 헛소리냐고? ‘이미지’의 측면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텔레비전과 잡지에는 거리 패션을 다루는 이미지가 넘쳐난다. 한가지 묻자. 그렇다면 ‘거리 패션’이란 무엇인가? 여러 매체에서 소개하는 것을 보면 단지 거리에서 만난 패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2000년 전후
패션계 얼리어답터 통해
국내 소개되면서 거품 형성 스트리트 패션 분야의 종사자들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국내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은 <더 스트리트 북-거리의 문화를 담은 패션 브랜드 40>(사진)을 접하고서다. 국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32개와 국내 브랜드 8개의 과거와 오늘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했다. 그런데 책을 펴자마자 역시나 쏟아지는 이미지의 향연에, ‘그럼 그렇지, 그냥 화보잖아?’라며 그냥 덮을 뻔했다. 그러나 지은이인 조시 심슨이 남긴 한마디가 끄는 힘은 컸다. 그는 이렇게 쓴다. “스트리트웨어는 패션계의 틀을 부수는 존재였다. …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한 사조와 문화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의 옷 입는 스타일에 큰 영향을 주었다.” ‘지나친 의미 부여 아닌가?’라며 따져 묻고 싶었다. 과연 국내에 스트리트 패션, 문화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실재하기는 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더 스트리트 북>을 옮긴 힙합음악비평가 김봉현씨, 책 속 국내 브랜드에 대한 소개를 맡은 브랜드 기획자 김영하씨, 이 책을 발견하고 소개한 출판사 1984의 전용훈 팀장을 지난 8일 오후 만났다. 책을 번역한 김봉현씨는 패션 전문가는 아니다. 힙합음악비평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가 기존에 번역한 책도 <제이지 스토리-빈민가에서 제국을 꿈꾸다>이다. “스트리트 패션과 힙합 음악은 ‘거리 문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힙합을 좋아하다 보니 평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선호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힙합 음악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티스트들이 입고 나오는 옷의 브랜드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이처럼 거리의 문화는 힙합이라는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 삶의 방식으로 확장되어 왔다. 스케이트보드, 그래픽 디자인, 농구, 비보잉이라는 익히 알려진 거리의 문화를 이루는 요소들뿐만이 아니다. “음식, 인테리어, 건축도 거리 문화 안에 녹아 있어요. 이런 종류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 안의 모든 생활방식, 예술 등을 접할 수 있는 것이죠.” 김영하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런 설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그저 소비되는 패션, 문화 아이템의 하나였을 뿐, 거리 문화의 맥락과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어서다. 김영하씨는 “스트리트 문화, 패션, 브랜드에 대한 편견은 좀 극단적이죠. 집 나온 아이들의 문화, 돈 많은 사람들이 부리는 허세 패션,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가볍게 다뤄질 게 아니거든요”라고 말했다.
반항기, 튀고 싶은 욕망
그 너머에 있는
에너지와 움직임에 주목하길 스트리트 문화의 존재 의미, 무게감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전용훈 팀장은 “스트리트 문화, 패션에는 그것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사람의 철학, 과거,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이 중첩된 결과로서 문화와 패션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빈민가에서 비롯된 힙합 정신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스트리스 패션 브랜드들이 ‘휴먼 브랜드’로 여겨지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지은이 조시 심슨은 책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이야기한다. “또 스트리트 웨어는… 아방가르드 록, 힙합, 갱스터 랩 등 많은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이것들은 반체제적인 성격으로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기도 하고, 언더그라운드 정신과 비판적 사고를 내재하고 있다.” 김봉현씨는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지만, 국내에서는 2000년 전후로 소위 패션계의 얼리어답터인 ‘부잣집 자제’들을 통해 전해졌고, 이 과정에서 일종의 거품이 형성됐다”고 국내의 현실을 평가한다. 최근 스트리트 문화와 패션에 열광하는, 본연의 의미를 궁금하게 여기고 이를 추종하는 대중 집단이 국내에도 태동하고 있다.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이들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8개의 국내 브랜드를 선정하는 데도 애를 많이 먹었어요. 이제 국내에도 스트리트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분들이 늘고 있지요. 이렇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노력하느냐 안 하느냐는 이제 소비자들도 점차 깨달아가는 중이라고 봐요. 옷만 찍어내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로 나뉘는 것이지요.” “대중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만큼 브랜드의 콘셉트와 문화를 지켜내는 것 역시 중요하죠.”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제이기어’를 만든 제이 김은 책 속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거리 패션 브랜드들은 이처럼 뚜렷한 색깔로 ‘할 말’은 하고 있다. 책 속 8개의 국내 브랜드들이 주력하고 있는 아이템과 색감, 브랜드 로고만 봐도 그 개성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화려한 화보에만 눈길 주기는 아깝다. 브랜드 40개를 알파벳 순서에 따라 정리해 놓은 이 책은 ‘백과사전’과 다름없다. 기획자인 전용훈 팀장은 말했다. “지금의 출판계는 스트리트 문화를 단지 반항기 시절의 문화, 튀고 싶은 사람들의 문화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상의 움직임, 에너지가 있는데 말이죠. 양적으로는 스트리트 문화와 패션이 성장했으나, 질적으로는 따라가지 못해 나온 현상이라고 봅니다. 이런 과도기에 나온 저희 책이 우리가 향유하는 스트리트 문화의 가치,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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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트리트 북-거리의 문화를 담은 패션 브랜드 40>
패션계 얼리어답터 통해
국내 소개되면서 거품 형성 스트리트 패션 분야의 종사자들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국내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은 <더 스트리트 북-거리의 문화를 담은 패션 브랜드 40>(사진)을 접하고서다. 국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32개와 국내 브랜드 8개의 과거와 오늘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했다. 그런데 책을 펴자마자 역시나 쏟아지는 이미지의 향연에, ‘그럼 그렇지, 그냥 화보잖아?’라며 그냥 덮을 뻔했다. 그러나 지은이인 조시 심슨이 남긴 한마디가 끄는 힘은 컸다. 그는 이렇게 쓴다. “스트리트웨어는 패션계의 틀을 부수는 존재였다. …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한 사조와 문화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의 옷 입는 스타일에 큰 영향을 주었다.” ‘지나친 의미 부여 아닌가?’라며 따져 묻고 싶었다. 과연 국내에 스트리트 패션, 문화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실재하기는 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더 스트리트 북>을 옮긴 힙합음악비평가 김봉현씨, 책 속 국내 브랜드에 대한 소개를 맡은 브랜드 기획자 김영하씨, 이 책을 발견하고 소개한 출판사 1984의 전용훈 팀장을 지난 8일 오후 만났다. 책을 번역한 김봉현씨는 패션 전문가는 아니다. 힙합음악비평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가 기존에 번역한 책도 <제이지 스토리-빈민가에서 제국을 꿈꾸다>이다. “스트리트 패션과 힙합 음악은 ‘거리 문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힙합을 좋아하다 보니 평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선호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힙합 음악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티스트들이 입고 나오는 옷의 브랜드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이처럼 거리의 문화는 힙합이라는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 삶의 방식으로 확장되어 왔다. 스케이트보드, 그래픽 디자인, 농구, 비보잉이라는 익히 알려진 거리의 문화를 이루는 요소들뿐만이 아니다. “음식, 인테리어, 건축도 거리 문화 안에 녹아 있어요. 이런 종류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 안의 모든 생활방식, 예술 등을 접할 수 있는 것이죠.” 김영하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런 설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그저 소비되는 패션, 문화 아이템의 하나였을 뿐, 거리 문화의 맥락과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어서다. 김영하씨는 “스트리트 문화, 패션, 브랜드에 대한 편견은 좀 극단적이죠. 집 나온 아이들의 문화, 돈 많은 사람들이 부리는 허세 패션,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가볍게 다뤄질 게 아니거든요”라고 말했다.
브라운브레스(왼쪽)와 디키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사진.
그 너머에 있는
에너지와 움직임에 주목하길 스트리트 문화의 존재 의미, 무게감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전용훈 팀장은 “스트리트 문화, 패션에는 그것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사람의 철학, 과거,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이 중첩된 결과로서 문화와 패션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빈민가에서 비롯된 힙합 정신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스트리스 패션 브랜드들이 ‘휴먼 브랜드’로 여겨지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지은이 조시 심슨은 책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이야기한다. “또 스트리트 웨어는… 아방가르드 록, 힙합, 갱스터 랩 등 많은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이것들은 반체제적인 성격으로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기도 하고, 언더그라운드 정신과 비판적 사고를 내재하고 있다.” 김봉현씨는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지만, 국내에서는 2000년 전후로 소위 패션계의 얼리어답터인 ‘부잣집 자제’들을 통해 전해졌고, 이 과정에서 일종의 거품이 형성됐다”고 국내의 현실을 평가한다. 최근 스트리트 문화와 패션에 열광하는, 본연의 의미를 궁금하게 여기고 이를 추종하는 대중 집단이 국내에도 태동하고 있다.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이들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8개의 국내 브랜드를 선정하는 데도 애를 많이 먹었어요. 이제 국내에도 스트리트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분들이 늘고 있지요. 이렇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노력하느냐 안 하느냐는 이제 소비자들도 점차 깨달아가는 중이라고 봐요. 옷만 찍어내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로 나뉘는 것이지요.” “대중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만큼 브랜드의 콘셉트와 문화를 지켜내는 것 역시 중요하죠.”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제이기어’를 만든 제이 김은 책 속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거리 패션 브랜드들은 이처럼 뚜렷한 색깔로 ‘할 말’은 하고 있다. 책 속 8개의 국내 브랜드들이 주력하고 있는 아이템과 색감, 브랜드 로고만 봐도 그 개성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화려한 화보에만 눈길 주기는 아깝다. 브랜드 40개를 알파벳 순서에 따라 정리해 놓은 이 책은 ‘백과사전’과 다름없다. 기획자인 전용훈 팀장은 말했다. “지금의 출판계는 스트리트 문화를 단지 반항기 시절의 문화, 튀고 싶은 사람들의 문화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상의 움직임, 에너지가 있는데 말이죠. 양적으로는 스트리트 문화와 패션이 성장했으나, 질적으로는 따라가지 못해 나온 현상이라고 봅니다. 이런 과도기에 나온 저희 책이 우리가 향유하는 스트리트 문화의 가치,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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