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디자인 데이’에 전시된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들. 사진제공 주한스웨덴 무역대표부
[매거진 esc] 세계적 디자이너 토마스 샌델·라르스 볼란데르가 말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힘과 매력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라고 했다. 지난 8일과 9일 스웨덴무역대표부가 주최한 ‘스웨덴 디자인 데이’에서 만난 그들은 웃으며 대답했다. 세계적인 건축, 가구 디자이너인 토마스 샌델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라르스 볼란데르를 실제로 만나니 건축과 디자인보다는 “왜 비슷하게 옷을 입었느냐?”고 묻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돌아온 대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놀랄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틀 동안 그들이 소개하고 설명한 스웨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전통과 철학과 그들의 패션이 어쩌면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은 자꾸만 들었다.
“최소한의 소재와 자재 활용해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해
단순함과 담백함을 녹여” 궁금하겠다. 도대체 무엇을 입었는지. 190㎝가량 되어 보이는 둘은 연한 베이지색 바지를 입었다. 둘 다 발목이 살짝 비치는 길이였다. 상의는 안에는 옅은 색 셔츠를, 겉에는 남색 재킷을 걸쳐 입었다. 신발은 편안한 로퍼를 신었다. 토마스 샌델의 짧은 헤어스타일과 라르스 볼란데르의 안경 정도가 달랐을 뿐이다. 단순 그 자체이다. 토마스 샌델은 “브랜드는 잘 모르겠는데, 미국에서 샀나?”라며 예상치 못한 패션에 관한 질문에 웃었다. 이런 그들은 스웨덴 디자인에서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함, 담백함이라고 둘 다 입을 모았다. ‘단순’한 디자인이 특징적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쾌한 설명을 내놓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서적인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낸 뒤 ‘미스터 스칸디나비안’이라는 별명을 얻은 볼란데르는 여기에 대해 설명했다. “심플함이라는 것은 단순한 선에서 비롯된다. 스웨덴 옛 왕인 구스타프 3세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머물다 돌아왔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모든 장식적인 것을 떼어내 단순하게 만들었다. 가구에서도 심플한 라인(단순한 선)이 중요하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과한 욕심을 내곤 한다. 그런 것을 없앤 단순함이 더 중요한 것이다.” 토마스 샌델은 여기에 어떤 상황이든 원재료의 소재감을 살려 디자인하는 ‘담백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은 환경에 의해 강조된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척박했던 스웨덴의 자연환경과 관계가 밀접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웨덴과 스칸디나비아가 아닌 다른 곳을 돌아다니면서 유럽은 심플함보다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달랐다. 남쪽부터 북쪽까지 다채로운 자연을 지녔지만 자원이 풍부하지 않았다. 다른 유럽의 나라에서는 돌로 성당, 교회를 만들었다. 우리는 돌이 없어서 나무로 만들었다. 금이 없을 때는 금빛 나게 칠했고. 스웨덴 디자인의 디엔에이라고 한다면 최소한의 소재와 자재를 활용해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디자인에는 단순함과 담백함이 녹아 있는 것이다. 반대로 과한 디자인을 시도했을 때는 거의 어김없이 실패했다.”
지역적 특색과 전통에
기반한 고민 있어야
세계적 공감도 얻을 수 있어 8일에는 서울 신사동에서, 9일엔 전남 여수 세계엑스포 스웨덴관에서 이들을 만났다. 여수에서 만난 둘은 좀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스웨덴관은 토마스 샌델이 직접 디자인했다. “억지로 스웨덴을 학습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열린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스웨덴을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가 실내 디자인을 할 때 원칙은 공공 디자인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는 덧붙여 “전시 공간에 오는 사람들은 작품도 보지만 먹고 쇼핑도 한다. 전시관만이 아니라 공공 공간의 디자인도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관도 스웨덴관이지만, 모든 디자인을 공공 디자인의 영역과 연결시켜 보는 스웨덴. 그곳에서 온 디자이너가 보는 여수엑스포 건축 디자인에 대한 감상이 궁금해졌다. 샌델은 “멋진 건물들 사이에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곳곳에서 자리를 깔고 낮잠을 자더라. 보기 좋았다. 활기차 보이고.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그 사람들이 없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엑스포가 끝나고 사람들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산업단지처럼 보이지 않을까? 삭막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스웨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프로젝트나 작업 공간은 세계적이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세계적인 열풍, 유행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그 주기가 길다. 아마도, 전세계인들이 공감하는 좋은 디자인의 요소가 그들의 작업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들은 반대로 ‘지역적인 특색’과 ‘전통’을 강조한다. 볼란데르는 “스웨덴의 집 가운데 빨간 집이 많은 것은, 광산 근처의 집들이 빨간색으로 칠한 데서 유래했다. 광산에서 나온 먼지가 빨갰기 때문이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전통이 삶에 녹아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샌델도 힘을 보탠다. 그는 “전통은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도시와 공간이 갖는 역사를 파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 전통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는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사명. 그들이 지금 힘을 쏟고 있는 작업들에 대해 물었다. 라르스 볼란데르는 ‘패브릭’(천) 디자인에 도전한다. 미국의 한 회사와 제휴해 그가 디자인한 패브릭이 곧 나올 예정이다. “나에겐 완전히 새로운 일이다. 그래서 기대도 많이 되고.” 대답을 하는 내내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 보였다. 토마스 샌델은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 소치에 세워질 호텔들을 디자인하고 있다. 작지만, 자연에 그대로 놓인 모습일 거라는 설명이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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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디자이너 토마스 샌델(사진 오른쪽)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라르스 볼란데르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해
단순함과 담백함을 녹여” 궁금하겠다. 도대체 무엇을 입었는지. 190㎝가량 되어 보이는 둘은 연한 베이지색 바지를 입었다. 둘 다 발목이 살짝 비치는 길이였다. 상의는 안에는 옅은 색 셔츠를, 겉에는 남색 재킷을 걸쳐 입었다. 신발은 편안한 로퍼를 신었다. 토마스 샌델의 짧은 헤어스타일과 라르스 볼란데르의 안경 정도가 달랐을 뿐이다. 단순 그 자체이다. 토마스 샌델은 “브랜드는 잘 모르겠는데, 미국에서 샀나?”라며 예상치 못한 패션에 관한 질문에 웃었다. 이런 그들은 스웨덴 디자인에서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함, 담백함이라고 둘 다 입을 모았다. ‘단순’한 디자인이 특징적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쾌한 설명을 내놓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서적인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낸 뒤 ‘미스터 스칸디나비안’이라는 별명을 얻은 볼란데르는 여기에 대해 설명했다. “심플함이라는 것은 단순한 선에서 비롯된다. 스웨덴 옛 왕인 구스타프 3세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머물다 돌아왔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모든 장식적인 것을 떼어내 단순하게 만들었다. 가구에서도 심플한 라인(단순한 선)이 중요하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과한 욕심을 내곤 한다. 그런 것을 없앤 단순함이 더 중요한 것이다.” 토마스 샌델은 여기에 어떤 상황이든 원재료의 소재감을 살려 디자인하는 ‘담백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은 환경에 의해 강조된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척박했던 스웨덴의 자연환경과 관계가 밀접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웨덴과 스칸디나비아가 아닌 다른 곳을 돌아다니면서 유럽은 심플함보다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달랐다. 남쪽부터 북쪽까지 다채로운 자연을 지녔지만 자원이 풍부하지 않았다. 다른 유럽의 나라에서는 돌로 성당, 교회를 만들었다. 우리는 돌이 없어서 나무로 만들었다. 금이 없을 때는 금빛 나게 칠했고. 스웨덴 디자인의 디엔에이라고 한다면 최소한의 소재와 자재를 활용해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디자인에는 단순함과 담백함이 녹아 있는 것이다. 반대로 과한 디자인을 시도했을 때는 거의 어김없이 실패했다.”
강남구 신사동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하우스
‘스웨덴 디자인 데이’를 찾은 관람객들
기반한 고민 있어야
세계적 공감도 얻을 수 있어 8일에는 서울 신사동에서, 9일엔 전남 여수 세계엑스포 스웨덴관에서 이들을 만났다. 여수에서 만난 둘은 좀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스웨덴관은 토마스 샌델이 직접 디자인했다. “억지로 스웨덴을 학습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열린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스웨덴을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가 실내 디자인을 할 때 원칙은 공공 디자인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는 덧붙여 “전시 공간에 오는 사람들은 작품도 보지만 먹고 쇼핑도 한다. 전시관만이 아니라 공공 공간의 디자인도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관도 스웨덴관이지만, 모든 디자인을 공공 디자인의 영역과 연결시켜 보는 스웨덴. 그곳에서 온 디자이너가 보는 여수엑스포 건축 디자인에 대한 감상이 궁금해졌다. 샌델은 “멋진 건물들 사이에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곳곳에서 자리를 깔고 낮잠을 자더라. 보기 좋았다. 활기차 보이고.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그 사람들이 없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엑스포가 끝나고 사람들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산업단지처럼 보이지 않을까? 삭막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스웨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프로젝트나 작업 공간은 세계적이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세계적인 열풍, 유행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그 주기가 길다. 아마도, 전세계인들이 공감하는 좋은 디자인의 요소가 그들의 작업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들은 반대로 ‘지역적인 특색’과 ‘전통’을 강조한다. 볼란데르는 “스웨덴의 집 가운데 빨간 집이 많은 것은, 광산 근처의 집들이 빨간색으로 칠한 데서 유래했다. 광산에서 나온 먼지가 빨갰기 때문이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전통이 삶에 녹아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샌델도 힘을 보탠다. 그는 “전통은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도시와 공간이 갖는 역사를 파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 전통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는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사명. 그들이 지금 힘을 쏟고 있는 작업들에 대해 물었다. 라르스 볼란데르는 ‘패브릭’(천) 디자인에 도전한다. 미국의 한 회사와 제휴해 그가 디자인한 패브릭이 곧 나올 예정이다. “나에겐 완전히 새로운 일이다. 그래서 기대도 많이 되고.” 대답을 하는 내내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 보였다. 토마스 샌델은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 소치에 세워질 호텔들을 디자인하고 있다. 작지만, 자연에 그대로 놓인 모습일 거라는 설명이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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