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타일러 램지
[매거진 esc]
‘탐스’ 협업으로 알려진 손그림 화가 타일러 램지 방한
‘탐스’ 협업으로 알려진 손그림 화가 타일러 램지 방한
그는 디자이너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의 이름을 신발 브랜드인 ‘탐스’와 연결지어 떠올린다. 화가인 타일러 램지 이야기이다. 타일러 램지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을 도는 아시아 투어 중이다. 그의 차림새는 예술가스러움을 내뿜고 있지만, 대화는 그렇지 않았다. 연신 “판타스틱”을 외치는 그는 마치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탐스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선보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원 포 원 콘셉트 스토어’에서 그를 만났다.
할리우드 티브이 프로
제작자로 활동하다
6년 전 화가로 전업 화가이지만 그에겐 붓이 없다. 타일러 램지는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에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흥분되는 모험이다. 항상 모험을 좇아 왔던 그다. 그는 원래 미국 드라마 <베이워치>와 서바이벌 프로그램 <서바이버>의 제작 분야에 몸담으며 15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지냈다. 그림은 그렸지만, 전업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이제 6년 남짓이다. 그가 붓이 아닌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거창하지는 않다. “손끝으로 페인트를 칠했을 때 더욱 신선한 감각, 관점으로 캔버스를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캔버스 앞에 서면 마치 싸우는 듯하다. 공격적으로 캔버스를 향해 돌진한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두려움 없이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선이 잘못 그어질까’ 따위의 걱정을 하지 않게 되죠. 그래서 나를 더욱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의 작품에는 이런 공격적인 감성과 함께 충동적인 이미지가 묻어난다. 이야기를 나눌 때는 상냥하고 활기차지만 작품에서는 또다른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상처는 감성의 뿌리가 되어 때로는 우울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상처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아동, 인권 문제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있지만 인권 등의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어떻게든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데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타일러 램지는 말했다. 예술뿐 아니라 역사 등에도 관심이 많다는 그는 한국에 머무르면서 비무장지대에도 들렀다.
탐스 창업자 제안으로
‘원 포 원’ 캠페인 합류
“세상에 좋은 영향 미치고 싶었죠” 아동 인권 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그가 탐스와 함께하게 된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연에 가까웠다. 탐스는 소비자들이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빈곤층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원 포 원’ 기부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창업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의 권유로 그는 ‘원 포 원’ 캠페인에 합류하게 됐다.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신발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7년인가였어요. 화가로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중이었죠. 그때 블레이크가 권유했죠. 어떻게 블레이크는 그런 생각을 했는지. 저도 그만큼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일종의 라이벌이죠.”(웃음) 타일러 램지의 작품을 접목한 신발은 지난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올해 나온 협업 제품은 8월 말부터 팔리기 시작했다. 그가 주목받는 것은 단지 작품 때문만은 아니다. 윤리적 패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그는 예술가의 윤리적인 의무, 작품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고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탐스와의 협업 외에도 사회공헌 활동에 힘쓰는 자선단체의 웹페이지 이미지 등을 디자인해 기부하기도 했다. 그가 나누는 것은 단지 재능만이 아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나누기도 했다.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한가지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있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대형 작품이 있어요. 그것을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러온 사람들에게 나눠줄 생각이에요. 그냥 잘라서 가져갈 수 있게요.” 아무리 모험을 좋아하는 예술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그렇게 발기발기 찢어서 나눠줄 생각을 하는 그가 신기해 보였다. 그리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이틀 뒤 홍익대 앞 거리 한복판에서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것을 집에 가져가서 걸어놔도 되고, 옷에 붙여도 되고. 이런 식으로 제 작품이 또다른 의미, 생명을 얻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하는 타일러 램지이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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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램지와 협업한 탐스 슈즈(위), 신발 위에 그림을 그리는 타일러 램지(아래)
제작자로 활동하다
6년 전 화가로 전업 화가이지만 그에겐 붓이 없다. 타일러 램지는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에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흥분되는 모험이다. 항상 모험을 좇아 왔던 그다. 그는 원래 미국 드라마 <베이워치>와 서바이벌 프로그램 <서바이버>의 제작 분야에 몸담으며 15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지냈다. 그림은 그렸지만, 전업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이제 6년 남짓이다. 그가 붓이 아닌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거창하지는 않다. “손끝으로 페인트를 칠했을 때 더욱 신선한 감각, 관점으로 캔버스를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캔버스 앞에 서면 마치 싸우는 듯하다. 공격적으로 캔버스를 향해 돌진한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두려움 없이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선이 잘못 그어질까’ 따위의 걱정을 하지 않게 되죠. 그래서 나를 더욱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의 작품에는 이런 공격적인 감성과 함께 충동적인 이미지가 묻어난다. 이야기를 나눌 때는 상냥하고 활기차지만 작품에서는 또다른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상처는 감성의 뿌리가 되어 때로는 우울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상처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아동, 인권 문제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있지만 인권 등의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어떻게든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데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타일러 램지는 말했다. 예술뿐 아니라 역사 등에도 관심이 많다는 그는 한국에 머무르면서 비무장지대에도 들렀다.
방한 중에 타일러 램지는 자신의 그림을 나눠 갖는 퍼포먼스를 했다
‘원 포 원’ 캠페인 합류
“세상에 좋은 영향 미치고 싶었죠” 아동 인권 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그가 탐스와 함께하게 된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연에 가까웠다. 탐스는 소비자들이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빈곤층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원 포 원’ 기부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창업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의 권유로 그는 ‘원 포 원’ 캠페인에 합류하게 됐다.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신발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7년인가였어요. 화가로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중이었죠. 그때 블레이크가 권유했죠. 어떻게 블레이크는 그런 생각을 했는지. 저도 그만큼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일종의 라이벌이죠.”(웃음) 타일러 램지의 작품을 접목한 신발은 지난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올해 나온 협업 제품은 8월 말부터 팔리기 시작했다. 그가 주목받는 것은 단지 작품 때문만은 아니다. 윤리적 패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그는 예술가의 윤리적인 의무, 작품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고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탐스와의 협업 외에도 사회공헌 활동에 힘쓰는 자선단체의 웹페이지 이미지 등을 디자인해 기부하기도 했다. 그가 나누는 것은 단지 재능만이 아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나누기도 했다.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한가지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있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대형 작품이 있어요. 그것을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러온 사람들에게 나눠줄 생각이에요. 그냥 잘라서 가져갈 수 있게요.” 아무리 모험을 좋아하는 예술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그렇게 발기발기 찢어서 나눠줄 생각을 하는 그가 신기해 보였다. 그리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이틀 뒤 홍익대 앞 거리 한복판에서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것을 집에 가져가서 걸어놔도 되고, 옷에 붙여도 되고. 이런 식으로 제 작품이 또다른 의미, 생명을 얻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하는 타일러 램지이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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