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남의 집 아이 쑥쑥 크는 걸 보면 세월 가는 걸 느낀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내 집 아이가 크는 걸 느끼는 건 정리하거나 처분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걸 볼 때다. 작년에만 해도 접어 입었는데 올해는 깡똥하게 올라가는 옷들도 그렇거니와 활용도가 떨어지는 장난감들도 꽤 쌓인다.
요즘 넓지도 않은 우리 집 거실은 좋게 말하면 키즈카페 같고 적나라하게 말하면 플라스틱 정글 같다. 탈것만 해도 두 발로 미는 붕붕카와 자전거, 지붕 있는 트럭에 며칠 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낚아온 세단자동차까지 발에 걸린다. 여기에 미끄럼틀 같은 덩어리 큰 장난감들과 레고, 나무 블록, 기차놀이, 소꿉장난, 병원놀이까지 발 디딜 틈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제는 정리를 해야 할 시간인 것이다.
대부분이 물려받거나 중고로 사거나, 주워온 물건들이라 처분에 앞서 본전 생각 나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정리가 그렇듯 치우려고 하면 어쩐지 멈칫멈칫하게 된다. 이 물건과 같이했던 추억까지 사라지는 것 같아서다. 이 ‘국민 문짝’을 붙잡고 네가 처음 일어났었지. 이 미끄럼틀을 타면서 깔깔 웃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그래도 결국은 머지않아 치워야 할 것이다. 아쉽기는 하지만 정리 역시 꽤나 설레는 일이다. 이 장난감을 받았을 때의 기쁨이 또다른 아이에게 고스란히 옮겨갈 테니 말이다.
글·사진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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