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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스타일계를 휩쓸고 간 열쇳말은?

등록 2012-12-26 17:32수정 2012-12-27 15:46

적은 돈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그림 인테리어와 홈 드레싱.
적은 돈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그림 인테리어와 홈 드레싱.
[매거진 esc] 스타일
디자인의 ‘플랫폼’ 변화, 착한 패션의 강세, 경제사정 반영한 셀프 인테리어 등 인기
옷매무새를 꾸밉니다. 방을 꾸밉니다. 책상 위를 꾸밉니다. 얼굴을 꾸밉니다. ‘꾸미다’라는 말을 여러 번 소리내어 뱉어보니 참 정겨운 느낌이 듭니다. 정작 ‘꾸미다’라는 말을 일상에서는 많이 쓰지 않습니다. ‘모던하고 시크한 룩으로 연출했다’, ‘플로럴한 피부톤으로 정리했다’, ‘스칸디나비아풍의 가구가 유행한다’ 따위의 표현, 많이 들으셨지요? 그 의미를 채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는 말들, 글들이지요. 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친절하려 노력했지만, 불친절하게 느껴졌을 법한 기사들, 문장들, 단어들이 머리를 스쳐 갑니다.

그래서 마련했습니다. 2012년 스타일면, 사후관리 서~비스! 정신없이 변하는 패션, 디자인, 인테리어계의 지난 1년을 열쇳말로 꾸며 보았습니다. ‘꾸미다’의 국어사전 속 뜻은 ‘모양이 나게 매만져 차리거나 손질하다’라고 하네요. 2013년엔 더욱 알찬 스타일면으로 꾸미도록 노력할게요. 그럼 여러분 2013년 행복하십시오!

디자인 유통경로 다변화
강조하는 플랫폼 구축

디자인>플랫폼 무엇을 ‘통해’ 볼 것인가? 디자인으로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합니다. 고고한 무엇일 것만 같았던 디자인의 무게와 권위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인 걸까요? 그렇다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소재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휴대전화 하나가 나올라치면, 그 내·외부 디자인에 대한 단상과 비평은 온라인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오를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새로운 디자인 제품, 경향에 대한 민감도는 높아진 셈이지요. 끊임없이 색다른 디자인을 찾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디자인 놀이터를 찾습니다. 이른바 ‘디자인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할까요? 플랫폼은 승강장을 이야기하죠. 다양한 콘텐츠가 모이고 또 퍼져나가는 곳, 그 유통경로를 ‘플랫폼’이라 일컫습니다.

365일 온라인 디자인 박람회를 여는 온라인 공간 디블로(dblow)나 세계 곳곳의 디자인 콘텐츠가 오가는 이미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핀터레스트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온라인 디자인 여행을 가능케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디자인을 깊이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디자인 교육’을 찾기도 하지요.

디자인 칼럼니스트인 김선미씨가 소개한 주제 중에서도 ‘플랫폼’은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하게 다뤄지곤 했습니다. <엘로퀀스> (ELOQUENCE)라는 잡지였죠. 전세계의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그들과 그들의 작업을 인터뷰 형식으로 푸는 이 잡지를 김씨는 ‘플랫폼 매거진’이라고 소개합니다. 남성 편집매장 ‘샌프란시스코마켓’도 소개되었습니다. 흔히 볼 수 없었던 스타일과 색감, 재질의 여러 남성 제품들로 꽉 찬 곳이지요. 김선미씨는 이 공간을 두고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이 취향을 가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패션에서 벗어나 디자인 제품, 출판, 레저, 가구 등을 함께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의 등장도 같은 맥락에 있는 주제이지요.

디자인 플랫폼의 진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이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 가속도를 붙입니다. 더 재미있는 디자인 놀이터, 또 어디 없을까요?

다양한 디자인 제품, 가구 등을 파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다양한 디자인 제품, 가구 등을 파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경제사정 어려워지면서
인테리어 실용성에 방점

인테리어>실용 안분지족 인테리어 집은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는 곳’입니다. 이 광고문구를 기억하시나요? 광고 속 문구이니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 현실은 여전히 ‘사는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 ‘살 수도 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집을 갖게 될 미래 시점은 발이 달린 듯 저만치 도망쳐 갑니다. 전셋집살이를 하는 가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년 사이 훌쩍 오른 서울 및 경기 지역 전셋값에 세입자들은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마음을 졸입니다. 집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이루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소유한 집은 아니더라도, 큰 집은 아니더라도 각자의 스타일로 집을 꾸미는 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들일 수도 없는 처지인 사람들은 나름의 방도를 찾는 중입니다. 집안 전체의 가구를 바꾸기 어렵다면, 집안 한 벽면이라도 정성 들여 꾸미곤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그림 인테리어’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비교적 값이 저렴한 판화나 디자인 벽지 등으로 만든 액자를 구입해 집안에 걸어 놓는 ‘그림 인테리어’는 집의 구조를 바꿀 수 없는 세입자들에게 가장 간단한 인테리어 방법이죠. 집안 작은 가구나, 거실에 놓는 쿠션, 이불, 커튼 등을 바꿔 옷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홈 드레싱’도 같은 이유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실용적’인 인테리어 방법은 언제나 환영받았지만, 올 한 해만큼 다양한 방법과 트렌드가 소개된 적은 흔치 않았죠.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줄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내년 한 해도 경기 전망은 어둡기만 합니다.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또 그것을 활용해 집안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욕심은 아마 줄지 않겠죠. 또 새로이 등장할 셀프 인테리어 아이디어가 더 궁금해지네요.

캐나다구스는 그들의 제품이 생명을 해치지 않고 만드는 구스다운(거위털) 재킷이라고 설명한다.
캐나다구스는 그들의 제품이 생명을 해치지 않고 만드는 구스다운(거위털) 재킷이라고 설명한다.
윤리적인 제작 과정
마케팅에 활용

패션>가치 착한 패션은 계속된다 추워질수록 많은 사람들이 구스다운(거위털) 재킷을 찾습니다. 저도 따뜻한 외투를 찾아 12월 내내 헤매고 있지만, 성과가 영 좋지 않습니다. 따뜻한 외투가 없어서냐고요?

아닙니다. 사려고 하면, 따르는 고민이 너무 많아서죠. 모피는 애초에 해당 사항이 아닙니다. 값도 값이지만, 이젠 모피를 입을라치면 먼저 <티브이(TV) 동물농장>과 몇몇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된 장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사람이 온전하게 따뜻하려고 산 채로 털을 뽑히는 동물들의 실상을 알고 난 뒤에는 모피가 아니라, 구스다운 재킷도 망설여집니다. 요사이는 거위털뿐 아니라 외투에 달린 모자 테두리나 외투 테두리에 덧대는 ‘라쿤’(미국 너구리) 털을 구하는 과정이 논란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유명 연예인도 아닌 제가 그런 옷을 입는다고 누가 크게 나무랄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샌가 환경·동물을 해치지 않으면서 옷을 만드는 제작과정이 옷을 고르는 기준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옷이나 그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옷의 선택 요인이 된 것이지요.

지나치게 유난스러운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옷을 파는 기업들이 ‘가치 캠페인’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올해 겨울 구스다운 재킷을 내놓은 브랜드 몇몇은 동물을 해치지 않는 윤리적인 방법으로 거위털을 얻는다는 점을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온 천연고무를 활용한 신발이 있습니다. 이 신발을 유통하는 한국지사는 “천연고무를 채취할 때 고무나무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는 양만큼 얻는다”고 주장합니다.

‘가치’라는 것이 꼭 환경보호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미’를 제일 중요한 가치로 삼는 사람들, 브랜드들도 있지요. 안경테의 다리를 바꿔 끼울 수 있게 만들어 큰 인기를 얻은 ‘그라픽 플라스틱’이나, 양말에 재미있는 디자인을 새긴 ‘아이헤이트먼데이’ 등은 ‘재미’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브랜드죠. 이 기업들의 주장을 모두 다 현지 공장으로 찾아가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이런 패션계의 ‘가치 캠페인’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요. 그것은 소비자들이 이들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제공 인투(INTO), 캐나다구스, 엘지(LG)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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