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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올 한해와 함께 떠나보내야 할까 생각해봤습니다. 몇가지 지우고 싶은 굴욕의 장면들도 있긴 했지만 두고두고 생각날 만큼 부끄럽지는 않은 추억들입니다. 저 인간만은 인간사회에서 퇴출시키고 싶다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뭐 날려버리고 싶어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올해 안으로 정리하기는 힘들겠지만 제가 날려보내야 할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는 ‘요통’입니다. 직장인이나 주부들 중 같은 애환을 가진 분들이 꽤 될 겁니다. 안 좋은 자세 탓에 한 십년 전부터 환절기만 되면 한번씩 삐끗하곤 했는데 3~4년 전부터는 고질병이 됐습니다. 아침에 세면대 앞에 설 때마다 허리를 굽히지 않고 세수를 했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을 떠올립니다. 방바닥에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는 밭매다가 일어나는 할머니처럼 나도 모르게 ‘에구구구’ 신음이 터져나옵니다. 이러다가는 몇년 못 가 아기 유모차를 노인용 유모차로 재활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듭니다.
이 고질병과 이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일단 사무실에서 일할 때 허리를 쭉 펴고 자세를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앉을 때 다리를 꼬는 습관도 당장 버려야겠지요. 허리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체형 교정 요가나 수영도 해야 합니다. 하루 두시간씩 걸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야근도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자세를 망가뜨리기 좋은 술자리도 가급적 피해야겠지요. 허리에 가장 안 좋은 자세인 방바닥에 앉아서 아이와 놀아주는 일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안아주기는 절대 금지!
역시나 2013년도 이 고질병과 같이 가야 하는 걸까요? 다카노 히데유키의 <요통탐험가>나 다시 읽으면서 동병상련의 위로를 받으며 2012년을 마감해야겠습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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