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이제는 한풀 꺾였지만 한때 저도 ‘초대’를 많이 받는 인기녀였습니다. 때로는 특별한 친분도 없는 형식적인 친구들에게도 초대를 받곤 했죠. 네, 애니팡 게임 초대요. 저를 초대한 친구 중에 친한 후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마에 ‘성실’ ‘건실’이라고 새겨져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모범생 스타일의 일중독 후배지요.
그 친구에게 처음 초대가 왔을 때 페이스북의 친구 요청처럼 자신도 모르게 뿌려지는 건가 싶어서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계속해서 날아오더군요. 이상해서 후배에게 물었습니다. “카톡의 네 계정 해킹당했나봐. 애니팡 초대가 자꾸 날아와.” 후배는 썰렁하게 대답하더군요. “선배 그거 제가 보낸 거예요.” 그때 알았습니다. 애니팡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자랑도 부끄러운 고백도 아니지만 저는 애니팡을 하지 않습니다. 해본 적이 없습니다. 원래 스마트폰을 잘 쓰지 않는가 보다, 원래 게임 따위 안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신다면 오해입니다. 게임으로 말할 것 같으면 90년대 중반 처음 써본 윈도 프로그램에 깔려 있던 지뢰찾기를 하느라 홀딱 새웠던 긴 밤을 합친다면 수년은 족히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폰을 쓸 때부터 게임하느라 버튼을 고장낸 적도 여러 번이죠. 이 중독에서 간신히 벗어난 시점에 애니팡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초대 확인을 눌러볼까 고뇌에 빠지기도 했지만 터치하는 순간 제어 불능의 헬게이트가 열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적과도 같은 자제심을 발휘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 기사를 보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트렌드에 무지하지 않았나, esc 팀장으로서 직무유기가 아니었나 반성…이 아니라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참을 수 있을까요?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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