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지금으로부터 십수년 전 가을 저는 정장 투피스를 쫙 빼입고 한 면접장에 앉아 있었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는 평소보다 볼륨을 높여 제가 얼마나 열정 넘치고 재기발랄하며 문화적 소양이 풍부한 동시에 추진력은 또 어찌나 강한지에 대해 약 30초간 열변을 토했습니다. 참 못할 짓이더군요. 만약 당시의 동영상이라도 존재했더라면 저는 그 동영상 소유자에게 자객을 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절박함은 취업준비생을 스타니슬랍스키로 만드나 봅니다. 팟캐스트 ‘철수와 존슨의 취업학 개론’을 운영하는 두 취준생들 말마따나 입사시험 면접장에 들어서면 누구나 “속으론 다른 생각만 하면서 열정이 가득한 양 메소드 연기”(라이프면)를 하게 됩니다. “딱히 마음에 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백수로 놀 수는 없고, 급여가 형편없지는 않은데다 연애나 결혼 전선에서도 명함 내밀기 최악은 아니어서 지원했습니다”라고 진심 어린 면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너가의 자제 정도뿐이니까요.
9년 전 가을, 저는 후배 기자들을 뽑는 1박2일 현장 실무 면접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원자들은 하나같이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오지 않을까 싶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의 재능과 실력과 열정을 ‘극한’까지 보여주기 위해 열변을 토했습니다. 인터뷰나 토론뿐 아니라 하다못해 저녁 술자리와 노래방 선곡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씩씩하고 박력있게 놀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그들의 절박함이 짠했습니다. 그렇게 뽑힌 후배들이 실제로는 어땠을까요? 정답은 401호에서 확인하세요.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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