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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치를 권함

등록 2013-05-08 18:56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넉넉지 않은 형편에 두 아이를 키우느라 허덕이는 친구가 있습니다. 몇년 전 남편이 사업을 그만두게 되면서 살림은 쪼들리게 되었지요. 먹는 것도 직거래 구매나 마트의 할인상품만 선택하고 가족들의 옷도 시장 매대에서 고르는 또순이 살림꾼입니다.

이런 친구가 1~2년에 한번씩 자신을 위해서 나름 큰돈을 쓰는 게 샤넬 넘버파이브 보디로션을 사는 것입니다. 저는 그 돈으로 차라리 티셔츠나 번듯한 걸 하나 사 입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샤넬 넘버파이브 향이 웬 말이냐 싶었던 거지요. 친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울적할 때, 힘들 때 향수 로션을 손에 바르고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져. 어쩐지 마음의 여유도 생기는 것 같고 말야.”

불황형 소비행태 중 하나로 ‘작은 사치’가 뜬다고 하지요. 전반적인 살림살이의 지갑이 오므라들면서 반대급부로 나를 위로하는 무언가, 정말 좋아하는 취미나 소비 한두가지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옷차림은 허름해도 값비싼 향수 하나를 고르거나 가방은 몇천원짜리 에코백 하나로 1년을 나면서 좋아하는 고급 음식 재료 같은 데 돈을 쓰는 등 말이지요.

자기 위안의 방편이기도 하겠지만 작은 사치는 사회가 좀더 건강한 방향으로 변하는 하나의 징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옷차림이든 취미생활이든 남을 의식하거나 남처럼 보이는 데 집착해왔던 획일주의적인 사회 분위기가 좀더 개인들의 욕구에 충실해지는 변화이지요. 오랫동안 향수는 멋쟁이들의 전유물이나 패션을 완성하는 마지막 코스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향수나 향의 소비도 ‘작은 사치’로 외연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아늑한 향의 디퓨저 하나 저도 장만할까 합니다.

김은형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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